▲카이로(출처=셔터스톡)

톰슨로이터재단은 인구 천만 명 이상의 19개 대도시 중 여성이 살기에 가장 위험한 도시로 카이로를 꼽았다. 이 조사는 성폭행, 위험한 문화적 관행,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 재정, 교육에 대한 여성들의 응답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결과가 발표되면서 이집트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카이로 다음으로 여성이 살기에 위험한 도시로는 파키스탄의 카라치, 콩고의 킨샤샤, 인도의 뉴델리가 뒤를 이었다. 반면, 여성이 살기 가장 좋은 도시로는 영국 런던,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가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톰슨로이터재단의 조사가 갖는 한계

여성 인권 단체의 일원들과 이집트 여성들은 이 설문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아랍에미리트의 TV 채널 알 아라비야에 따르면, 여성국가위원회에서 이 설문조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설문조사가 이집트 자체적인 혹은 국제적인 통계나 여성 문제를 다룬 연구와 관련이 없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성국가위원회는 이 설문 결과가 도시 당 15~20명 정도의 여성 권리 운동가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조사기관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필수적인 연구 방법이 부족하다는 점 또한 비난했다. 또한 성폭행, 강간, 할례, 미성년에게 강제적으로 행해지는 결혼, 여성 살인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조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여성국가위원회는 카이로에서 여성이 받는 고통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인정하며, 이 설문 조사는 카이로 여성이 직면하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또한 그들은 2030여성 권리 부여 운동을 최근 허가한 대통령의 예를 들며, 이런 국가적 움직임은 이집트에서 여성 문제와 성 평등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여성(출처=셔터스톡)

부당하고 비논리적이라는 비판

라샤드 압델 라티프 사회학 교수는 로이터재단의 조사에 반대하는 여성국가위원회 입장에 동의했다. 이 조사가 부당하며 비논리적이라고 말하며, 이집트의 수도인 카이로는 다른 대도시에 비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뉴욕에 사는 여성이 폭행이나 강도를 당할 걱정 때문에 밤 10시 이후에 혼자 외출하지 못하는 반면 카이로의 여성은 새벽 2시까지 안전하다는 예를 들었다.

그 역시 카이로가 100% 안전한 도시는 아니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가장 위험한 도시는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라티프 교수는 카이로는 다른 대도시처럼 범죄율이 높지는 않지만, 여성이 좀 더 안전해지려면 많은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지적하기도 했다. 여성에게 일어나는 폭력 범죄에 대해 사회적으로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며 여성 범죄를 일으키는 실업률이나 가난과 같은 사회적 문제 또한 법으로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안전을 위해 노력 필요

이와 반대로, 카이로에 위치한 캠페인 단체 여성과 역사 포럼의 공동 창업자 오마이마 아부 바크는 수 세기동안 이어져온 전통으로 인해 여성 차별이 만연해 카이로는 여성이 살기 힘든 도시라는 의견을 보였다. 또한 여성과 여성을 위한 법에 관련해 급진적 운동이 시작되기 어려운 이유는 이집트가 여전히 보수적인 국가여서 그렇다고 말했다.

여성 권리운동가 겸 기자인 샤히라 아민 역시 아부바크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카이로에서 여성은 모든 면에서 힘들다"라고 말하며, 여성들이 말이나 신체적으로 성희롱을 당하지 않고 도시의 거리를 걷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을 지적했다.

반면,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런던 여성들이 현재 공공 서비스, 예술, 정치, 과학, 사업과 같은 영역에서 영국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변화가 빠른 편은 아니라고 말하며 여성의 성공과 잠재적 가능성을 위해서는 어떤 장벽도 제거해야 하며, 지금보다 두 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집트의 문제는 과잉인구 때문?

머밧 알 텔라위 아랍여성기구 의장은 로이터재단이 이집트 이미지에 흠집을 낸 것에 대해 소송을 진행했다. 그는 설문조사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었으며 카이로에서 여성 폭력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맞지만, 마치 이 도시를 야생처럼 보이게 만든 설문조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이 억압받고 지속해서 폭력에 시달리는 예만과 소말리아의 예를 들며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집트 투데이에 따르면, 이집트의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는 카이로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포럼에서 이집트는 테러와의 전쟁 중임에도 국가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여성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에 대해 무지하게 접근하는 것은 국가를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다수 이집트인들의 무지, 실업, 문맹으로 인한 과잉인구 문제를 비난하며 이런 문제는 정부가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과잉인구 그 자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집트의 문맹률은 30% 정도이며 여성들은 더 높은 문맹률을 보인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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