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제약회사의 본사 (출처=위키미디어 커먼즈)

서방의 제약업계가 생명 공학 분야에서 수행된 약물 연구와 관련해 눈길을 끌 만한 이슈에 설탕 발림을 한 보도자료를 이용해 언론 매체를 호도하려는 다소 혼란스러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대형 제약사가 소비자 건강을 희생해 수익성을 추구하는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렐토(Xarelto), 파티시란(patisiran), 이노테센(inotersen)에 대한 보도자료는 모두 발생 가능한 여러 문제를 보여준다. 특히 파티시란과 이노테센의 경우에는 주식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내면 때때로 이러한 보도자료가 투자자들에게 특정 사실을 감추지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약물 연구의 결과를 검토함으로써 오해의 소지가 있는 보도자료의 영향에 관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자렐토는 경구용 항응고제로 저위험성 폐색전증에 쓰인다. 자렐토는 출혈 위험이 있는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약물로 고안됐으며, 자렐토를 복용하는 환자는 표준 치료를 받는 환자에 비해 병원과 환자의 비용이 줄어야 한다. 존슨앤드존슨(J&J)사는 자렐토를 이미 시판하고 있다.

최근에 나온 보도자료는 폐색전증 환자가 자렐토를 복용함으로써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가 조금이라도 일찍 퇴원할 가능성에 관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보도자료에는 자렐토를 복용하는 첫 번째 그룹은 조기 퇴원했지만 두 번째 그룹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명시됐다.

이 연구 결과는 저위험성 환자들에게 조기 퇴원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 주며, 실제로 입원 환자 치료 시간이 줄어들면 비용이 절감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보도자료는 단순히 저위험성 환자들을 일찍 집으로 보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조기 퇴원과 달리 자렐토가 조기 퇴원과 이에 따른 비용 절감의 이유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대조군인 두 번째 그룹, 즉 조기 퇴원을 하지 않은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자렐토를 복용 중이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중요한 사실을 빠뜨린 탓에 이 보도자료를 접한 기자들은 이 연구가 자렐토 복용 그룹을 다른 항응고제 복용 그룹과 비교한 연구라고 추정하게 됐다. 실제로는 조기 퇴원과 이보다 더딘 퇴원을 비교한 연구였다.

자렐토를 생산하는 J&J 계열사인 얀센(Janssen)이 이런 식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이면에는 조기 퇴원에 초점을 맞추면서 마치 자사의 약물이 단독으로 환자의 치료 시간과 비용을 줄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이 보도자료는 대조군 가운데 일부 또한 자렐토를 복용 중이었다는 핵심적 사실을 빠뜨린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어떤 면에서도 불합리하지 않다. 누락만 빼면 이 연구는 생명 공학 분야의 보도 자료가 갖춰야 할 중요한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 즉, 개입 비용에 대한 충분한 논의, 치료 혜택에 대한 적절한 평가, 개입의 경고나 위해성에 대한 충분한 평가 등이 모두 기준에 부합한다. 하지만 한 가지 핵심적 사실을 누락하면서 이 모든 것들이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됐다.

▲ 생명 공학 연구 중인 연구원 (출처=123RF)

한편, 경쟁사인 생명 공학 회사인 앨나이람 파마슈티컬즈(Alnylam Pharmaceuticals)와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즈(Ionis Pharmaceuticals)는 최근 희귀 신경손상질환인 유전성 ATTR 아밀로이드증(hereditary ATTR amyloidosis)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에 대한 각각의 임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유전성 ATTR 아밀로이드증은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몸 전체에 과도한 단백질이 축적되는 병으로, 종종 체계적인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앨나이람은 파티시란(patisiran), 아이오니스는 이노터센(inotersen)의 임상 시험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나란히 내놓았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Scripps Research Institute)의 조엘 벅스바움 교수는 즉시 파티시란과 이노터센에 대한 글을 썼고 그의 사설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실렸다.

차든(Chardan)의 분석가인 그볼라 아무사는 벅스바움 교수의 사설을 요약한 투자 노트를 고객들에게 보냈다. 아무사의 노트에는 "NEJM에 실린 내용에 근거하면 파티시란이 이노터센보다 우월하다. NEJM의 사설에 아폴로라 불리는 앨나이람의 연구에서 파티시란의 반응이 뉴로-TTR이라 불리는 아이오니스의 연구에서 이노터센의 반응보다 수적으로 월등했다"고 명시됐다.

결과적으로 벅스바움 교수의 사설은 고객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주요한 보도자료 역할을 했다. 이것은 실제로 업계에서 비정상적인 관행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사 분석가가 벅스바움 교수의 개요에 기초하여 두 연구를 특징짓는 방식은 분명히 불공평했다.

사실 파티시란이 이노터센보다 우월하다고 말하기에는 두 연구의 성격이 판이했다. 파티시란 임상 시험은 18개월 동안 정맥 주사로 투약했고, 이노터센은 불과 15개월 동안 피하 주사로 투약했다. 말하자면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한 셈이다. 그 미묘함은 감지하기 힘들어서 아무사의 투자 노트를 받은 고객들은 감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벅스바움 교수는 신경 손상과 관련 파티시란과 이노터센이 보여준 개선점을 대조했고, 혈장에 특정 단백질이 얼마나 많이 나타나는지를 비교했다. 벅스바움 교수의 사설은 NEJM 구독자들에게만 공개됐다. 사설에는 "파티시란을 투여받은 환자들에서는 상관관계가 명확했지만, 이노터센을 투여받은 환자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두 화합물의 양적 차이뿐만 아니라 질적 차이를 시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무사 분석가는 벅스바움 교수가 이노터센에 대해 언급한 안전성 문제를 부각했다. 아무사가 지적한 대로라면 앨나이람 파마슈티컬즈가 아이오니스 파미슈티컬즈를 능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앨나이람의 주가는 0.6% 하락한 반면 같은 거래 기간에 아이오니스의 주가는 변동이 없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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