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 매개체인 모기(출처=위키미디어 커먼즈)

인간은 질병이 부상 등 건강상 위기에 닥쳤을 때 두려움을 가지는데, 정서적으로 억압되면서 공포심에 빠진다. 이는 루이지애나 주립대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공동 연구에서 발견된 사실로, 연구팀은 2015~2106년 지카 바이러스 발생 시 나타났던 인간의 두려움과 감정적인 억압을 측정해 이같이 전했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인 감정은 단지 질병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이런 전염성 발병에 직면한 상황을 자살과 연관 짓는데, 일명 '자살 전염(suicide contagion)'이다.

자살 전염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최근 많은 유명 인사들의 자살이 자살 전염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살 전염은 유명인이나 선망 받던 인물이 자살할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살 충동과 행동을 유발시키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으로, 모방 자살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특히 자살 위험 요인이나 자살 충동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존 애커만은 이와 관련해 이미 우울증이나 자살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면, 다른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정보를 얻으려 하는 습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성공한 유명 인사가 자살할 경우 절망감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살 전염은 질병 전염성과 마찬가지로 보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미국의 유명한 배우였던 로빈 윌리엄스다. 윌리엄스는 여러 명작으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대단했던 인물이었지만, 끝내 자살했다. 놀랍게도 윌리엄스의 자살은 이후 미국 내 더 많은 자살 증가율로 이어졌는데 무려 9.85%나 증가했다. 미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한 한 연구에 따르면, 2014년 미국 내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841명을 기록했다. 이 연구는 미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수집된 월간 자살 데이터를 기반으로, 1999~2015년의 총 16년 간 이루어졌다. 연구팀은 윌리엄스 사망 이후 미국 내 자살률이 어떻게 변화됐는지 평가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 검토했다.

애커만은 윌리엄스와 같은 방식으로 자살한 중년 남성의 경우 자살률은 10%나 더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는 유명 인사의 자살이 왜 중요하고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가장 좋은 본보기다. 유명 인사가 자살하는 것은 단지 사망 자체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데, 각종 매체의 반복된 보도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동정 여론 등은 평소 그 인물을 선망하던 사람이 자신을 그와 동일시할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이는 학교나 군대, 가족 및 친구가 자살할 경우 자살 전염 현상이 높아지는 것과 유사한 이치다.

결국 질병이 아니라도 충분히 질병 전염성만큼 강한 전염성을 입증하고 있어 다른 사람의 질병에 전염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만큼이나 그 영향력이 강하다. 이는 명백한 보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유명인의 자살은 자살 전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출처=게티이미지)

지카 바이러스와 감정적 두려움, 그리고 언론

대학 연구팀이 지카 바이러스 발병과 관련된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수행한 첫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가운데 일부는 두려움을 억누르고 이후 정서적인 측면에서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초 브라질 보건 당국은 지카 바이러스 사건을 세계보건기구(WHO)에 피부 발진으로 보고했다. 이후 여름이 되어서야 지카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발병으로 인해 브라질 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 역시 길랑바레 증후군( Guillain-Barré Syndrome) 같은 신경 질환의 사례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이는 신생아의 선천성 소두증에서 가장 특이한 증가세를 보였는데, 아기의 두뇌가 정상보다도 더 작은 선천성 기형의 형태를 가진 것이다. 이 아이들은 청각 및 시각 장애, 발작, 발달 장애를 경험할 수 있다. 급기야 WHO는 이듬해 2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성과 선천성 소두증 사이의 상관관계가 공중 보건 위기로 나타났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연구팀은 이에 발병 당시 지카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모기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인 플로리다와 미시시피, 알라바마, 루이지애나, 텍사스, 튜 멕시코 및 아리조나에 거주하는 18~35세의 여성 1,002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감정적 반응을 측정했다. 이들 가운데 912명의 참여자들은 설문 조사를 통해 유용한 데이터를 제공했는데, 결과에 따르면 지카에 대한 두려움은 향후 더 큰 수준의 공포감을 경험하게 만들었다. 또한, 이는 곧 엄청난 정서적 스트레스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여기엔 언론 보도가 두려움을 촉발한 공통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구의 주 저자인 제임스 딜라드는 이와 관련, 두려움을 다루는 억제의 효과 뿐 아니라 역효과 역시 양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두려움의 사이클을 만들어낸다며, 악순환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두렵고 공포감을 느낄 때 나타나는 좋은 현상이 있다며, 바로 정보를 검색하고 정치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며 자기 보호적인 행동에 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겁에 질리게 되면 이들 정보는 해를 끼치는 요소가 된다는 것. 딜라드는 언론 보도는 스트레스 억압을 유도하고 이후 공포를 조장하는데 있어 '자살 전염'과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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