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코딩을 하는 과학자(출처=123RF)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바이러스를 이용해 유전자 물질을 세포에 삽입하는 획기적인 치료제를 승인했다. 혈액암과 눈병을 치료하는 두 가지 유전자 치료제의 시판을 허용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당뇨병과 만성 신장질환을 비롯해 다른 여러 질병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이 힘을 얻고 있다.

유전자 치료란?

유전자 치료는 유전자 물질을 이용해 환자의 체내에서 하나 이상의 유전자 산물을 변형하거나 조작하는 것으로, 환자의 상태를 회복하거나 개선하는 데 궁극적인 목표를 둔다.

유전자 치료에는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건강한 유전자로 대체하거나, 질병을 일으키는 결함 있는 유전자를 비활성화하는 방법, 건강에 유익한 완전히 새로운 유전자를 인체에 삽입하는 방법이 있다.

유전자 치료에서 벡터는 환자의 세포로 유전자를 전달하는 장치를 일컫는다. 실험실에서 매우 흔한 플라스미드 DNA가 주로 유전자 전달체로 사용되며, 한 개 또는 그 이상의 치료 유전자를 포함하는 DNA의 원형 이중 가닥으로 알려져 있다.

대형 플라스미드는 인체에서 세포 안으로 유도하기가 어려운 반면 바이러스는 자연적으로 인간 세포에 침투하도록 변형된다. 따라서 비병원성 바이러스가 유전자 치료에 유용한 벡터로 이용된다.

유전자 치료에 흔히 쓰이는 바이러스 벡터 중 하나가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 AAV) 벡터다. 박테리아도 세포에 DNA를 전달할 수 있지만, 박테리아 벡터는 바이러스 벡터보다 일반적이지 않다. 나노 입자 또한 벡터로 사용될 수 있다.

비만과 당뇨병에 대한 유전자 치료

섬유아세포성장인자21(Fibroblast growth factor 21, FGF21)는 제2형 당뇨병과 비만을 비롯한 유전자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유전자 후보다. FGF21 유전자는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FGF21 단백질을 코딩한다. FGF21은 주로 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지방세포가 혈당을 흡수하도록 자극하고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호르몬은 FGF 수용체에 결합한다. 비만과 당뇨병을 앓는 쥐에게 합성 FGF21 호르몬을 투여한 실험에서 쥐의 지방과 혈당이 감소하며 혈중 지방 대사산물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실험쥐의 인슐린 민감성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비만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인간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도 FGF21이 인슐린 민감성을 증가시키고 체중을 약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FGF21은 체내에서 매우 빨리 분해되고 소변으로 배출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 동물생명공학및유전자치료센터(CBATEG)의 파티마 보쉬 연구팀은 비병원성 AAV 벡터를 이용해 FGF12 유전자를 간, 지방조직, 골격근에 전달하는 유전자 치료 전략을 개발했다.

AAV는 수년에 걸쳐 장기 유전자 발현을 통해 체내에 FGF21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이 치료법은 국제학술지 엠보 분자의학(EMBO Molecular Medicine) 저널에 소개됐다.

연구팀은 비만과 당뇨병을 앓는 쥐에 FGF21을 코딩하는 AAV 벡터를 1회 주입하면 순환계에서 FGF21 단백질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 결과 1년 넘게 장기적으로 체중이 감량되고, 지방간이 감소하고,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인자인 인슐린 저항성도 개선됐다. 건강한 쥐에 FGF21을 주입했더니 체중 증가와 인슐린 저항성과 연관된 노화를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과 당뇨병을 앓는 쥐에 FGF21 투여하자 체중과 지방간 감소, 인슐린 저항성 개선돼"

▲비만인 남성이 구부정한 자세로 계속 먹고 있다(출처=123RF)

이제 다음 단계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초기 임상시험 전에 대형 동물 대상 전임상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FDA가 2017년 안과 질환에 대해 최초의 AAV 벡터 유전자 치료제를 승인함에 따라, 임상시험을 통한 신속한 승인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었다.

만성 신장질환을 위한 유전자 치료

또 다른 연구팀은 만성 신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신장 유전자 치료를 목표로 하는 AAV 벡터의 사용을 최적화하고 있다. 만성 신장질환 치료법은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로서는 투석과 신장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세인트루이스 의과대학 신장학과의 벤자민 D. 험프리스와 동료들은 AAV 벡터를 이용한 신장질환에 대한 재생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우선 연구팀은 신장에 도달해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파괴할 수 있는 AAV 벡터를 개발했으며,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신장병학회(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 저널에 실렸다.

험프리스 연구팀이 연구를 맡기 전, 신장을 표적으로 할 수 있는 바이러스 벡터는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생쥐와 인간 줄기세포에서 생성된 신장 세포의 3D 오르가노이드에서 신장을 감염시키는 능력을 검사해 6개의 자연적 AAV 벡터와 인공적 AAV 벡터를 추려냈다.

테스트한 AAV 벡터 6개 중 Anc80이라 불리는 합성 AAV가 신장 기질과 간세포를 특이적이고 고효율로 표적화했다. 연구팀은 벡터를 사용해서 생쥐의 신장에서 오작동하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만성 신장질환에 대한 새로운 유전자 치료법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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