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국가를 포함한 몇몇 특정 문화권에서는 '뚱뚱해도 건강할 수 있다(fat but fit)'는 관념이 널리 퍼져 있다. 다소 살이 있더라도 체격이 나쁘지 않고 몸놀림이 둔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비만인이 겪는 여러 건강 문제로부터도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 여름 주목을 끈 2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뚱뚱해도 건강할 수 있다'는 관념은 생물학적 근거가 없으며, 비만율이 높은 사회에서 과체중이되 비만까지는 아닌 사람들에게 심리적 위안을 주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임을 보여 준다.

비만이면, 관상동맥성 심장질환 위험 높다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팀과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팀은 함께 연구를 진행, 결과를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5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유럽의 EPIC(European Prospective Investigation into Cancer and Nutrition) 연구 결과를 분석했는데, 이에 따르면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혈당 등이 모두 정상 수준이더라도 비만일 경우 관상동맥성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았다.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혈당 등이 정상이어도 비만일 경우 관상동맥성 심장질환 위험 높다

50만 명을 대상으로 한 EPIC 연구 결과를 12년간 추적 관찰하는 과정에서, 유럽 8개국에 거주하는 약 7,637명의 참가자가 관상동맥성 심장질환에 걸린 것으로 보고됐다. 심장마비도 포함되긴 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질병에 보고되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체질량지수(BMI)를 측정해 신진대사 건강 상태를 조사했으며, 그 과정에서 연구팀이 정해 놓은 몇 가지 대사질환 지표들에 3개 이상 해당되는 사람은 '건강하지 않음'으로 분류했다. 혈당, 혈압, HDL 콜레스테롤 수치와 허리둘레 등이 이 지표에 포함되었다.

연구팀은 다른 요인도 검토했지만, 결국 연구에서 '건강하지 않음'으로 분류된 참가자군은 나머지 참가자보다 관상동맥성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체중인 사람도, 정상 체중인 사람도, 비만인 사람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대사 지표 상으로 건강하다고 분류된 과체중 또는 비만인 중에서도 관상동맥성 심장질환 위험이 훨씬 높은 이들도 있었다. 유일한 건강 위험 요인은 체중밖에 없었음에도 말이다.

▲12년간 추적 관찰 결과 유럽 7,637명이 관상동맥성 심장질환에 걸렸다

연구팀은 '건강하지 못함'으로 분류된 그룹과 정상 체중인 그룹을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건강하지만 과체중인 그룹은 여전히 관상동맥성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26%나 더 높았으며 이는 비만인 참가자들이 보인 28%와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의 주요 필자인 카미유 라살(Camille Lassale)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일 경우 다른 모든 요소가 정상이라도 건강상의 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정상 체중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시급함을 알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즉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이 정상 범위더라도 과체중일 경우 건강상의 리스크가 크다. 이번 연구 결과는 '뚱뚱해도 건강할 수 있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다른 지표는 전부 건강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과체중일 경우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은 여전히 높다.

▲과체중일 경우와 비만일 경우 관상동맥성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비슷하다

조기 사망과도 관련 깊은 비만

국제역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의 2016년 8월호에 발표된 한 연구는 30년 동안 130만 명의 남성을 조사한 결과를 담고 있다. 연구는 18세 무렵 건강 체중이었던 남성은 비슷한 연령대에 과체중 또는 비만 체중이었던 남성보다 조기에 사망할 가능성이 51%나 더 낮음을 보여주었다. 조사 당시 비만이었던 남성의 경우 그보다 더 과거인 18세 무렵 체중이 어떠했는가에 관계없이 조기 사망 확률이 높았다. 주요 필자인 피터 노드스트롬(Peter Nordstrom)은 "조기 사망의 위험을 낮추는 것과 관련해 체력보다 중요한 것이 청년기의 BMI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보덴비만영양운동식이장애연구소의 티모시 질은 "물론 위험이 분산돼 다른 사람보다 건강상의 문제를 덜 겪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티모시 질과 피터 노드스트롬은 생물학적 지표를 봤을 때 2017년 5월 포르투갈 포르토에서 유럽 회의에 제출된 연구 결과가 일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버밍햄 대학에서 진행한 이 연구에는 350만 명이 참가했다.

뇌졸중, 심부전 위험 높이는 비만

버밍햄 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은 뇌졸중과 심부전의 위험이 더 높았다. 설령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말이다. 또한 당뇨나 고혈압 같은 경고 지표에만 의존해서는 비만인의 건강 위험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한 350만 명의 사람들 중 6만1,000명이 관상동맥성 심장질환에 걸렸다. 본 연구의 수석 연구원이었던 리시 칼레야셰티(Rishi Caleyachetty) 박사는 연구 결과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BMI는 분명 논란이 있지만, 일반 병원에서 체지방에 대한 근사치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지표이기도 하다. 일반 병원이나 GP 환경에서 BMI보다 더 정교하고 전문적인 지표를 측정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 때문에 BMI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편 비만율은 보통 체중과 신장을 기준으로 한 BMI로 측정한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BMI는 비만을 판단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지표임을 지적해 왔다. 단순 BMI만 놓고 봐서는 충분히 건강한 사람, 심지어 운동선수에 가까운 몸을 가진 사람이나 근 밀도가 높은 사람조차도 단순한 비만인과 똑같은 BMI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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