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능이란 거의 매일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작용하는 생물·사회학적 현상이다. 하지만 인간의 본능은 동물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친사회적 행동과 인류 진화를 연구한 스페인 바르셀로나국립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이는 인간이 스스로를 길들여 왔기 때문이다.

'위협 평가'는 모든 동물이 상황이나 먹이 사슬에서의 위치에 관계없이 지닌 본능이다. 이는 자기 보전과 자손 번식을 위한 동물적 필요에 기인한다. 그러나 인간은 진화를 거쳐 정교한 문명을 창조해 내면서 이러한 본능을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기적으로 우리를 위협했던 요소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며, 그와 동시에 새로운 위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과거 위협 요소였으나 현재는 사라진 것의 예로는 다른 동물로부터의 공격 위험을 들 수 있다.

대부분 동물은 야생에서 살기 때문에 천적의 공격을 경계한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문명화라 불리며 바르셀로나 연구팀이 '자가 가축화'라 정의한 현상 때문에 인간은 야생으로부터 단절된 생활을 영위하게 됐다.

사자나 하이에나, 곰으로부터 숨어다닐 필요가 없어진 것은 우리가 야생을 떠나 왔기 때문이다. 동물원에 가야 볼 수 있는 악어의 위협보다는 같은 인간이 가할 수 있는 위협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 것.

선진국에서 악어가 사람을 공격했다고 하면 뉴스거리가 되지만, 누군가 해킹을 통해 개인 정보를 빼내 간다고 해서 큰 화제가 되지는 않는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와는 다른 의미에서 '사냥'과 '수렵'을 한다. 물론 문자 그대로의 사냥과 수렵은 드물다. 현대인이 행하는 사냥과 수렵은 어디까지나 비유적 의미다.

우리는 먹고 싶은 농작물이 있으면 농장이나 앞마당에서 재배한다. 고기가 먹고 싶으면 사냥을 하는 게 아니라 가축을 사육한다. 그나마 이런 것을 제 손으로 재배하고 사육하는 사람도 소수에 불과하다.

현대인의 대다수는 공사장에서, 회사에서, 혹은 유정에서 일한다. 다른 동물들과는 전혀 단절된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일의 대가로는 종이 또는 디지털 화폐를 받고 필요한 육류, 생선, 양배추 등을 구매한다.

바르셀로나국립대학 ICREA 세드릭 뵉스 교수팀은 이러한 가설을 지지할 유전적 증거를 찾아내 그 결과를 발표했다. 또, 현대인의 유전자와 다른 가축화 된 종들의 유전자, 또한 아직까지 야생 생활을 하는 종의 유전자를 비교했다. 현재까지 야생에서 일체의 문명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인간이 없는 상황에서는 이 셋을 비교하는 것이 가설 증명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연구팀은 세 종 사이에 중복되는 유전자에 주목했다. 특히 온순한 성격 특성을 결정짓는 유전자나 야생 동물에 비해 늘씬하고 연약한 신체를 갖게 만드는 유전자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의 가축화와 관련된 유전자를 발견했다. 현대 인류와 이러한 유전적 특성 사이에도 중복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연구팀은 소위 '야생 인류'이라 불리는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고대 인간의 유전자를 비교하고자 했으나, 우리의 유전자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사이에는 그 어떤 연관성도 없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실험 방법론상 한계다. 우선 네안데르탈인이 정말로 야생 인류인지부터가 불분명하다. 특히 네안데르탈인들이 우리가 애초 생각한 것보다 훨씬 지능적이고 발달돼 있었다는 근래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네안데르탈인들은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치환 작업을 했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석기를 만들었으며 그림을 그리고 언어를 사용했다. 물론 상대적으로 보면 가장 야생 인류에 가까운 것은 맞지만, 사실 그들보다 훨씬 더 야생 인류에 가까운 종도 존재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네안데르탈인 역시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종이며 다른 인간종, 예컨대 호모 에렉투스와 진화학적으로 동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데니소바인과 같은, 다른 멸종된 고대 인류의 유전자를 고려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를 연구할 때 가장 중요한 변수는 오늘날 다른 가축과 달리 인류의 조상은 그들을 가축화시킬 다른 동물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즉, 그들 역시 스스로를 어떤 식으로든 가축화했을 거라는 가정이다.

뵉스 교수는 "과학자들이 인류가 스스로를 가축화했다고 믿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행동 양식에 있다"며 "현대 인류는 가축화된 종과 마찬가지로 매우 유순하고, 참을성 있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친사회적이고 협력적인 성향은 우리 현대 인식의 가장 주요한 특성"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두 번째 이유는 네안데르탈인들과 비교했을 때 현대 인류가 상대적으로 더 연약한 신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러한 신체 특성은 야생 동물과 가축을 비교했을 때도 나타난다"고 덧붙인다.

이러한 사실은 과연 이러한 특성이 인간의 동물적 본능에도 적용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모성애나 부성애를 예로 들어 보자. 유아를 키우는 부모는 조금만 실수해도 아이에게 큰 해가 갈까 전전긍긍하며 아이를 키운다. 우리는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사회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본능적 수준의 불안함을 느낀다는 것.

이에 뉴욕포스트에 기고 중인 라이프스타일 작가인 버트 코트와 살론, 롬퍼 등은 개로부터 양육 본성을 배우는 방법에 대한 글을 썼다. 개들은 분명 가축화된 동물이지만, 이들에게 동물적 양육 본능을 배움으로써 우리는 수만년 전 지구상에 살았던 야생 인류의 본성을 다시금 일깨울 수 있다.

'개로부터 배우는 본능'은 단순해 보이면서도 생각보다 실천하기 쉽지 않다. 특히 친사회적 성향을 가진 부모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저자는 "(아기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며 "아울러 아이를 방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사실상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실제 어미 개들은 이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어미 개들은 새끼가 어릴 때는 헬리콥터 부모처럼 밀착해 돌보지만, 생후 몇 주가 지나면 새끼들이 무엇이든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둔다. 즉 개들은 언제 새끼에게 독립심을 키워주어야 하는가를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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