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12번째 긴 강인 메콩강은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해 중국-미얀마-라오스-태국-캄보디아-베트남을 거쳐 태평양으로 흐른다. 방대한 길이만큼 자연 생태계도 풍성하다. 최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무분별한 투자와 댐 건설이 메콩강 생태계 전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가 발표되어 우려를 사고 있다.

▲물을 방류하는 수력발전소 댐 (출처=123RF)

라오스 정부는 수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라오스 국토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메콩강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 뒤 주변국에 팔아 외화를 벌기 위해서다. 이른바 '동남아시아 배터리' 프로젝트다. 지난해 기준 라오스에 가동 중인 수력발전소는 46개, 2018년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는 발전소는 54개에 이른다.

라오스는 중국, 베트남, 미얀마, 태국에 둘러싸인 동남아시아 유일의 내륙국가다. 별다른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태생적으로 성장에 걸림돌을 가진 셈이다. 이는 라오스 정부가 동남아의 젖줄인 메콩강에 의지해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이유다.

수력발전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라오스 정부는 해당 재원을 마련하고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최근 도마 위에 오른 한국 기업들이 메콩강 수력발전소 건설에 뛰어들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배경이 깔렸다. 문제는 라오스 정부의 공격적인 댐 건설 행보가 동남아시아 국가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동남아시아의 에너지 수요는 악명을 떨칠 정도로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동남아시아 에너지 수요가 향후 22년 동안 약 7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메콩강을 대체에너지원으로 삼아 초대형 수력발전소를 짓느라 분주하다. 미얀마와 캄보디아는 라오스 방식을 답습해 수력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중국이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한 조사기관이 캄보디아 정부의 의뢰를 받아 3년간 수행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 삼보르댐은 캄보디아의 전력 수급에 큰 보탬은 되겠지만 대신 메콩 강 어업을 황폐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인접 톤레사프 호수에서 유입되는 어류의 이동을 막아 어종의 생식 과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또한, 하상 퇴적물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상 퇴적물은 메콩 강 하류 삼각주 지역 곡창지대 토지를 비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상류에서 댐을 건설해 버리면 유속이 감소해 강물을 따라 흘러 내려오는 퇴적물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하류 곡창지대가 치명상을 입고, 어업에 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농경지도 황폐화된다.

공교롭게도 베트남이 메콩강 하류에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메콩강 유역 댐 건설 열풍에 한몫 단단히 하고 있는 중국의 의도가 석연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과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관계가 좋지 않다.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팽팽한 고무줄과 같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콩강 상류 댐 상당수가 중국발 자금으로 건설되고 있는 터에 그로 인한 환경적 경제적 타격은 베트남이 가장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중국의 의도에 대한 의혹과 불신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것도 일견 수긍이 간다.

한편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라오스 남동부에 위치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이 붕괴, 대량의 물이 인근 13개 마을을 덮쳐 큰 인명 피해를 낳았다. 무너진 세피안-세남노이 댐은 한국의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 태국 라차부리 발전, 라오스 국영 LHSE의 합작법인 세피안 세남노이 전력(PNPC)이 메콩강 지류에 짓고 있는 총 사업비 10억 달러 규모 수력발전시설로서, 발전용 본댐 2개와 물 저장용 보조댐 5개로 구성돼 있다.

▲물을 방류하는 수력발전소(출처=123RF)

라오스 당국이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붕괴 사고 원인 조사에 한국 정부의 참여를 요청한 가운데, 지난 4일(현지시간) 추가로 시신 4구를 수습하며 희생자 수가 30명으로 늘어났다고 현지 구조당국이 발표했다. 실종자 수가 수백 명에 이르고, 피해 현장이 워낙 광범위해 현장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희생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사고로 댐 건설에 참여한 한국 시공사들은 물론 라오스 당국의 운영관리 미숙도 도마 위

에 올랐다. 댐은 안전을 위해 담수 능력 이상의 물이 유입될 경우를 예상해 미리 방류하는 것이 원칙이다. 엄청난 물이 유입됐더라도 댐의 범람에 대비해 수량을 실시간으로 관리, 미리 방류했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 재난을 겪은 라오스의 공격적인 댐 건설 행보가 한풀 꺾일지 주목되지만,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싱가포르 컨설팅업체 컨트롤리스크 댄 차모로 수석 파트너는 "라오스 정부는 이번 사고에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라며 "변변한 자원이나 주력 먹거리가 없는 상황에서 수출 주력상품인 수력발전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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