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종 샘플을 정리하는 과학자(출처=123RF)

최근 '바이오블리츠(Bioblitzes)'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개인 및 단체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바이오블리츠가 하나의 사회생물학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지만 아직 주류문화로 정착했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행사가 자주 열리지도 않아 바이오블리츠가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바이오블리츠에 대해 알아보자.

바이오블리츠란?

바이오블리츠는 24시간 동안 전문가와 일반인들이 함께 행사 지역의 모든 생물종을 찾아 목록을 만드는 과학 참여 활동이다.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등의 이유로 급속히 감소하는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과학자들의 노력과 함께 일반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데, 이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바이오블리츠다.

▲워싱턴 DC에서 열렸던 1회 바이오블리츠

최초의 바이오블리츠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국립공원 관리청에 근무했던 동식물 연구가 수단 루디(Susan Rudy)가 1996년 처음으로 바이오블리츠를 조직했다. 1회 바이오블리츠는 그해 워싱턴 DC에 있는 국립수생식물원(Kenilworth Aquatic Gardens)에서 개최되었고, 생물종 1,000여 종을 목록으로 만들었다.

바이오블리츠는 이후 느리게나마 꾸준한 활동이 이어지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2007년 시작된 '블로거 블리츠(Blogger Blitz)'가 기폭제가 되었다. 블로거 블리츠는 미국 전역의 생물다양성을 확인한다는 목표 아래, 블로거 개개인이 정해진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조사하는 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모바일 기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이오블리츠는 미국에서만 활발한 활동은 아니다. 현재 호주, 캐나다, 홍콩, 헝가리,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영국 등 세계 각지에서 바이오블리츠가 열리고 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춘천시 석사교, 충북 괴산, 제주 곶자왈 등지에서 바이오블리츠가 개최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바이오블리츠가 확산되고 있다

바이오블리츠의 활약

바이오블리츠는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제고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과학자에게도 큰 보탬이 된다. 영국의 일부 생물전문가들은 잉글랜드 북부 컴브리아에서 조만간 열릴 바이오블리츠를 고대하고 있다. 일반인 참가자들의 도움을 받으면,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유럽겨울잠쥐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 동안 컴브리아 지역에서 유럽겨울잠쥐를 목격했다는 보고가 종종 접수되었지만, 정작 전문가들의 눈에 띄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더기 왓슨 생물전문가는 "바이오블리츠는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다.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생태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는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환경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연구 성과를 높이는 데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냇물 샘플을 수집하는 생물학자(출처=123RF)

바이오블리츠 참가 시 주의할 점

바이오블리츠에 참가하는 일반인들은 비록 미미할지라도 자연에 노출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 위험한 야생동물이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을 만나 다치거나 심한 경우 사망하는 일이 간혹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캐나다에서 바이오블리츠에 참가했던 과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브리티시콜롬비아 대학교의 교수이자 섬모충 연구의 대가로 알려진 데니스 린은 바이오블리츠 행사에 참여해 홍합을 조사하던 중 갑작스러운 파도에 휩쓸려 사망했다. 이러한 불행한 사고가 재연되지 않으려면 일반인들의 주의와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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