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포성섬유증은 체내의 점액이 너무 많이 생산돼 폐 등에 이상을 발생시키는 선천성 질환이다(출처=셔터스톡)

선천성 질병인 낭포성섬유증 환자와 관련해, 폐의 이오노사이트가 주요 질병 표적이며 잠재적으로는 세포 치료로 대체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그러나 실현되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기간 동안 환자가 폐 이식을 필요로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는 머신러닝 개발에도 발전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낭포성섬유증

낭포성섬유증은 전 세계적으로 7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선천성 질병이다. 낭포성섬유증막횡단전도조절(CFTR, cystic fibrosis transmembrane conductance regulator)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데, 너무 많은 점액을 생산해 문제를 일으킨다. 점액은 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췌장과 신장, 간에도 영향을 미치며 소화효소가 소장에 도달할 수 없도록 만든다.

낭포성섬유증을 앓는 사람들은 감염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가래 등 점액이 나오는 기침을 하는데, 호흡 곤란까지 겪게 된다. 부비동염이나 성장 장애, 지병변, 남성 불임 등의 증상도 발생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이 질병을 가진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불과 42~50정도 밖에 되지 않고, 환자들의 췌장암 발병 위험도 취약해 새로운 치료법이 절실한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 이 질병에 대한 완벽한 치료법은 없는 상태다. 폐 감염은 항생제로 치료하지만, 결국에는 폐 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폐 이식은 사망 후 기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이식 수술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실제로 기증자의 폐를 기다리는 동안 환자의 20% 정도가 사망하고 만다.

CFTR 유전자는 1980년대 말 발견됐다. 이 유전자는 세포막을 가로질러 염소 이온 수송을 담당하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데, CFTR의 돌연변이는 폐와 췌장 및 다른 장기에 두꺼운 점액을 형성시켜 원활한 활동을 방해한다. 지금까지는 CFTR이 기도 세포 유형의 하나인 섬모세포에서 저수준으로 발현된다는 패러다임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새로운 연구로 인해 이 패러다임도 전환을 맞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낭포성섬유증을 앓고있다.

폐 이오노사이트의 발견, 세포 치료의 길 열어

높은 수준의 CFTR 발현을 보이는 '폐이오노사이트(pulmonary ionocyte)'는 약 1% 가량의 드문 폐 세포다. 최근에는 2곳의 서로 다른 연구팀이 기도 상피의 단일 세포 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폐의 다른 세포는 폐이오노사이트보다 더 많은 CFTR을 발현하지 않는다.

2곳의 연구팀은 스위스 제약 기업인 노바티스가 운영하는 미국 내 NIBR 연구소(Novartis Institutes for BioMedical Research)의 아론 자페 박사, 그리고 메사추세츠 종합 병원 재생의료 센터의 자야라즈 라자고팔 박사가 이끈 연구팀으로, 이들의 연구는 모두 네이처지에 발표됐다.

개구리의 피부와 민물고기의 아가미에는 염분의 균형을 조절하는 이오노사이트라는 세포가 존재한다. 연구팀은 폐이오노사이트라고 명명한 이유에 대해, 개구리와 물고기의 세포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세포는 또한, 아프리카발톱개구리(Xenopus laevis)와 제프라 피시(Danio Rerio) 등과 같은 생물 모델을 만들 수도 있는데, 특히 낭포성섬유증의 치료법을 이해하고 개발하는데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페이오노사이트의 기능을 방해했는데, 그 결과 두꺼운 점액과 같은 낭포성섬유증의 주요 특징이 나타났다. 노바티스의 연구팀은 이 결과가 세포 치료 요법이 해당 질병을 치료하는데 중요한 접근법일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화학적 치료로 기존의 폐 표면 세포를 먼저 제거하고, 변형된 줄기세포를 도입해 생착이 개선됐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출처=셔터스톡)

새로운 폐 세포 이식 방법

사실 이러한 접근법은 최근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 로빈슨 연구소의 데이비드 파슨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에 의해 개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 및 치료 저널'에 실린 이 접근법은 환자의 폐에서 성체줄기세포를 수집한 뒤, 유전자 치료법으로 교정한 다음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폐에 세포가 생착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아, 연구팀은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쥐 실험을 통해 연구팀은 화학적 치료로 기존의 폐 표면 세포를 먼저 제거하고, 변형된 줄기세포를 도입해 생착이 개선됐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이 요법은 아직 전임상 단계로 임상 시험 검증을 통과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폐에 기능적 폐 세포를 도입하는 세포 치료법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십 년 넘게 임상 실험을 명확히 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도 뒤따라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때까지 환자들의 폐 이식 수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겠지만, 가능한 조기에 폐 이식이 필요한 환자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폐 이식 예측을 위한 머신러닝

폐 이식을 위한 낭포성섬유증 환자의 필요성을 예측하는 자동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최근 UCLA의 아메드 알라와 런던 앨런 튜링 연구소의 미하엘라 반 데 샤르가 개발에 성공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동진단(AutoPrognosis)'이라고 불리는 이 알고리즘의 정확도는 65%로, 아직 낭포성섬유증 분야의 초기 단계다. 그러나 이전의 48%보다는 많이 개선된 수치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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