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은 85개국에 걸쳐 230만 이상 트윗되며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출처=셔터스톡)

지난해 할리우드 영화배우들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 이 운동은 유명한 할리우드 프로듀서인 하비 웨인스타인의 잘 나가던 인생을 급 마무리짓도록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후에도 미투 운동은 점차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여러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미투 해시태그(#MeToo)는 존재한다. 현재까지 85개국에서 230만 회 트윗됐고, 페이스북에서는 7700만 회 이상 공유됐다. 소셜 미디어는 특히 희생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고 공유하면서 연대감을 형성하도록 돕는 촉매제가 됐다. 그리고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한다.

그러나 아직도 성폭력이나 성희롱 등 성에 관한 문제들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을 변화시키고 개선할 수 있도록 근본 원인과, 성적 대상화에 대한 개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서 일상화되는 성희롱

미투 운동이 85개국의 사람들에게 분노와 화, 연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을 감안할때, 성적 학대는 매우 빈번하고 흔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법률 기업인 슬레이터앤고든이 2016년 시행한 한 연구는 실제로 직장 내 성희롱이 얼마나 심각하게 일상화 되어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여성은 이런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1036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60%는 남성 동료로부터, 그리고 1/4는 고위직의 사람들로부터 부적절한 행동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60% 가운데 21%는 그러한 행동이 지속되면서 결국 6명 가운데 1명꼴로 해당 행동을 막도록 노력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사례의 27%만이 보고되었을뿐, 여전히 절반 가량은 가해자의 상황을 그냥 넘겼더라면 직장에서 더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성희롱의 사례는 여성의 성생활, 가슴, 엉덩이, 그리고 옷차림에 대한 지적이나 언급이었다. 게다가 6명 가운데 1명은 직장에서 남성의 키스 시도를 막기위해 상대를 밀쳐야 했던 경험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리에 손을 얹고 치마를 올리거나, 손을 뒤로 올린느 경우도 있었다. 복도나 엘리베이터, 사무실 파티, 근무 시간외의 작업에서도 이러한 일들은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와 관련해, 슬래이터앤고든의 변호사인 줄리아 모리스는 21세기에 살고 있다며, 여성들은 원치않는 부적절한 행동을 굳이 막지 않고도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설문 결과, 직장 여성들의 60%는 남성 동료로부터, 그리고 1/4는 고위직의 사람들로부터 부적절한 행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과 성적 대상화

이러한 성적 학대가 주로 여성에게 일어난다는 점을 감안할때, 여성이 아닌 남성 피해자의 예시를 통해 남성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자신의 성추행 경험에 대해 폭로한 바 있는, 전 NFL 선수이자 현재는 배우인 테리 크루즈의 사례는 가장 적절하다. 그는 당시 할리우드의 영향력 있는 에이전트가 초대한 파티에 참석했었는데, 그 곳에서 2번 가량 성희롱을 당했다고 말했다. 무려 190cm가 넘는 키에 우람한 체격을 자랑하는 그였지만, 그 순간에는 매우 무력한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성적 대상화는 성희롱 및 성폭행 등의 모든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 대개 피해자는 성적 욕망을 지니고 자신을 노리개로 이용하는, 영향력있는 가해자에게 붙들려 생명과 영혼이 없는 대상으로 취급받게 된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존엄성이나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다. 반대로 그들의 존엄성과 정체성을 벗겨내 단순한 성적 대상으로 활용할 뿐이다.

크루즈는 분명 당시의 부적절한 상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권력 남용의 불균형을 그대로 받아들였어야 했다. 그의 경력이 달려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상 여성의 성희롱이 만연한 사회에서 우람한 체격의 남성이 이런일을 폭로할 경우 이를 인정받기도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쨌든 이러한 성적 대상화가 대부분 직장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성욕이 반영된 부적절한 행동, 원치않는 성희롱이나 성폭행이 언제든지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결국 미투 운동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일깨워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할지 모른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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