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진 변호사 (사진제공: 법무법인 케이엘에프(KLF))

서울의 한 미용실을 운영하던 A는 잔뜩 화가 난 채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같이 일했던 직원 B가 상도덕을 어겼다는 것이다. B의 퇴사 직전 함께 약속한 경업금지에 대한 각서를 위반해 A는 졸지에 고객들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였다.

몇 년간 함께 일하며 미용기술을 가르치고 배우던 A와 B. 그러다 B가 퇴사를 하면서 이 둘은 '각서' 하나를 작성한다. 각서의 내용은 A의 미용실 인근 1km 이내에서는 근무하지 않겠다는 것. 하지만 각서를 작성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B는 A의 미용실 인근 90M 거리에 있는 한 미용실에서 일하게 됐고 이 사실을 안 A는 B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했다.

A와 B가 작성한 각서는 일종의 경업금지 조항에 대한 서약이다. 경업금지란 기술직, 고급 관리직, 회사의 영업 비밀을 알고 있는 직원이 경쟁 업체에서 근무하거나 창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경업금지 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은 당연하다는 것이 관행이지만 그동안 습득한 업무상의 지식, 경험, 기술도 근로자의 재산이라고 할 수 있어 특약(서약)으로서의 합의가 필요한데 이 때문에 입사 시 계약서에는 경업금지 조항에 대한 부분이 명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와 같은 미용실에서는 대부분 계약서상의 서약보다는 암묵적인 약속으로 이행되는 경우가 많아 법적인 분쟁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경업금지는 갑과 을의 관계에서 누구 하나라도 횡포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상도덕'인 셈이지만 많은 재판에서 미용실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미용사는 동업자라기보다 근로자(직원)로 보고 경업금지 조항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많았다. 그 때문에 많은 미용실 운영자들이 눈물의 패소를 맛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당 사건에서는 둘의 합의하에 작성한 각서가 재판에서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A와 B가 작성한 각서, 효력이 있을까?

B는 재판 과정에서 A의 협박과 부당한 강요에 의해 작성되었고 이로 인해 각서는 효력이 없으며 본인의 직업선택 및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 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더불어 경업금지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지 않았기 때문에 각서는 무효라는 것이 B의 쟁점이다.

이 때 B가 주장한 민법 제103조에 해당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란 대법원의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하다는 전제 하에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자유로운 경쟁이 과도하게 제한되는 경우에만 약정이 무효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나 퇴직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게 된다.

해당 사건에서 재판부의 판결문에 따르면 B가 각서를 작성할 당시 퇴사에 대한 합의가 이미 이루어졌고 그 상태에서 각서를 작성한 것이므로 B의 주장은 소명 되지 않는다. 또한 각서를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해당 각서가 1km 내에서 근무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지 미용 업무 종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기에 경업금지에 대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것. 결국 B는 퇴사일로부터 1년까지 A의 미용실 근처에서 동종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경업금지 의무가 발효됐다.

경업금지 조항에 관한 법적 분쟁, 포인트는?

법은 늘 양날의 검을 갖고 있다. 그 검은 '갑'을 향할 수도, '을'을 향할 수도 있다. 암묵적 약속만으로도 경업을 하지 않길 바라는 갑, 먹고 살자니 경업임을 알아도 근로해야만 했던 을. 그 누구도 이런 팽배한 대립 속에서는 뒤로 물러설 기세가 없어 더욱 힘든 싸움이다. 이런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업금지기간을 합리적으로 합의 보는 것이다. 경업금지 기간이 지나치게 길면 오히려 경업금지기간이 전부 무효로 인정될 수도 있기 때문.

합리적인 경업금지기간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하우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법률적 조력이 또 하나의 쟁점이 될 수 있다. 만약 경업금지와 관련한 사건에 연루 되었다면 변호사 등을 통해 매끄럽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무법인 케이엘에프(KLF)의 김선진 변호사는 공정거래조정원 법률지원 변호사를 전임했고 현재 사단법인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고문변호사, 월간 프랜차이즈 편집 위원으로 활동, 겸업금지 조항에 관련한 소송 외에도 프랜차이즈 관련 소송 수행, 공정거래위원회 및 조정원 관련 업무, 정보공개서 및 가맹계약서 자문 등 공정한 거래 관련한 법률 지원을 하고 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신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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