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공포증은 여성에게서 빈번하게 나타난다(출처=셔터스톡)

적당한 정도로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건강과 생활방식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기 때문에 건강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죽음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게 되면 불안증을 유발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은 각자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 중 일부는 심각할 정도로 죽음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죽음에 대해 극도의 공포심을 갖는 것을 '사망공포증(Thanatophobia)'이라고 한다.

사망공포증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주로 볼 수 있다. 사망공포증의 증상은 보통 20대부터 나타나지만, 여성의 경우 50대에 이르러 2차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

사망공포증이란 무엇인가?

사망공포증은 죽음 또는 죽음의 과정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증상이다.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가 사망공포증을 공식적인 정신장애로 분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불안증세로 진단되곤 한다.

사망공포증이라는 'Thanatophobia' 단어는 죽음의 신이라는 그리스어 '타나토스(Thanatos)'와 두려움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포보스(phobos)'가 결합된 신조어다. 현재 사망공포증은 임상적으로 죽음 불안증세로 알려져 있다.

사망공포증의 종류

호스피스 겸 고통완화 전문 간호사 안젤라 모로우에 따르면, 죽음 공포증은 여러 가지 하위 유형이 있다. 그 유형은 다음과 같다.

1. 고통에 대한 두려움

사망공포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죽음에 직면하게 되면 극심한 고통을 겪을 것을 두려워한다.

2.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세계와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내재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개념을 두려워하고 있다. 죽은 후에 살아 돌아와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질 것을 두려워한다(출처=셔터스톡)

3. 부존재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유형의 사망공포증은 주로 무신론자 또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겪는다. 그러나 종교를 가진 사람 중에서도 죽은 후 자신이 믿어왔던 대상의 존재가 불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두려움을 갖게 된다.

4.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벌에 대한 두려움

이 유형의 죽음공포증은 종교적인 사람들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영적 믿음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도 이 같은 두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혹자는 사후 자신이 했던 일 또는 할 수 없었던 일들에 대해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믿고 있어 죽음을 두려워한다.

5. 통제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

사람은 주변 상황을 통제하길 원하는 천성을 가지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죽음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에 극도의 불안감을 갖는다. 그리고 몇 가지 방법을 사용해 강박적으로 죽음을 통제하려고 든다. 예를 들어 위험을 피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거나 지나칠 정도로 건강검진을 받기도 한다.

6. 사랑하는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공포에 떨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죽은 후 아무도 아이들을 돌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워한다. 예를 들어, 가족을 부양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죽은 후 아무도 가족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사망 후 애인이나 배우자가 혼자 남겨질 생각에 공포심을 갖는 사람도 있다.

사망공포증의 원인과 위험 요인

사망공포증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사람들이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생을 마감하는 부모들 : 노년층은 젊은 세대보다 비교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는 건강 또는 죽음의 과정을 악화하는 요인일 뿐이다. 반면, 어린이들이 사망공포증을 갖게 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2. 자기중심적인 사람들 :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불안해한다. 보다 겸손하거나 이타주의적인 사람들은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3. 건강 문제 : 현재 건강상 문제를 진단 받은 사람들은 미래에 발생할 일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불안감이 증가한다.

4. 유년기 트라우마 :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죽음에 대한 공포는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유년기 시절의 트라우마에 의해 발생한다고 말했다.

5. 공포관리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 TMT) : 공포관리이론의 주창자 어네스트 베커는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 죽음에 대한 불안을 갖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정해놓은 목표와 취미, 여러 가지 활동들이 죽음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관심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베커는 사람들이 죽음의 불가피성에 대항하려는 기본적인 욕망이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인생이 끝나는 때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저마다 각자의 목표를 세우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6. 외상 후 성장이론(Post Traumatic Growth Theory, PTG) :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이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고 난 후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을 목격했거나 건강이 걱정스러운 상황이 되면 보다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사망공포증의 증상

죽음 또는 죽음의 방식에 대한 생각에 직면하게 될 때를 제외하고 사망공포증의 징후 및 증상은 명확하게 발현되지 않는다. 사망공포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졸음이나 지속적인 공황발작, 불안감의 엄습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불규칙하게 심장이 뛰거나 심계항진이 나타나고 갑작스럽게 땀을 비 오듯 쏟거나 메스꺼움을 느낀다. 또 다른 증상으로 오한을 동반한 복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부 증상들은 보다 감정적으로 나타난다. 사망공포증 환자는 증상이 악화될수록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피하게 된다. 그리고 지속해서 죽음을 두려워한다. 또한, 죽는다는 생각에 슬퍼하다가 감자기 분노를 느끼기도 하고 죄책감과 불안감을 갖기도 한다.

▲치료제는 사망공포증에 도움이 될 수 있다(출처=셔터스톡)

치료하려면

사망공포증에서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인된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치료법들이 있다.

1. 대화요법 : 환자가 대화요법을 선택한 경우, 전문 치료사와 자신의 문제를 상담할 수 있다. 환자는 이 방법으로 부정적인 감정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익히게 된다.

2. 인지행동요법(CBT) : 환자는 이 방법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 치료법으로 잘못된 사고 패턴을 바꾸고 죽음에 대해 편안하게 말할 수 있다.

'죽음 불안: 인지행동접근법'의 저자인 패트리시아 푸어러 박사와 존 워커 박사는 6단계 CBT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장례식이나 제사에 참석해 두려움에 노출된다.

둘째,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스스로 안심하려는 행동을 줄이고 자신의 신체를 끊임없이 검사하려는 행동을 중단한다.

셋째,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떠올리며 개인적인 경험을 돌이켜본다.

넷째, 단기 및 중기,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것들을 달성하는 기쁨에 관심을 돌린다.

다섯째, 건강한 생활방식을 지키고 스트레스 요인을 다룬다.

여섯째, 여러 가지 대처법을 만들어 불안증 재발에 대비한다.

3. 이완 기법 : 사망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명상이나 상상법을 시도하거나 호흡 기법을 사용해 불쑥 튀어나오는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

4. 약물 치료 : 일부 의사들은 사망공포증 환자들에게 불안과 공황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인 치료제를 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단기적으로만 효과가 있다.

사망공포증에 대처하는 추가 방법

두려움의 원인이 영적인 믿음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종교인의 도움을 구할 수 있으며 다른 대안 요법을 시도하거나 죽음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해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죽음과 관련된 의식을 가르쳐주는 모임에 참석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는 죽음을 주제로 대화를 하는 모임에 참석해 죽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면 보다 생산적인 생활을 꾸리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죽음에 대한 회피와 죽음에 대한 대면 간의 충돌

여러 의료전문가들은 사망공포증 대처 방법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는 사망공포증은 고통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일부에서는 죽음과 관련된 주제를 수면 위로 불러내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공포증으로 인해 만들어진 여러 가지 기술이 있다. 한 사례로, 인체 냉동 보존술이 있다. 이 기술은 현재 의료 기술로는 건강 상태를 회복시킬 수 없을 때 인체를 냉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냉동된 인체를 미래의 의료 기술이 개발된 시점에 소생시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증강영원이 있다. 자신의 사후 디지털 신원을 '빌려' 디지털 계승자를 갖는 것이다. 이 디지털 신분은 챗봇의 형태로 살아있을 당시와 유사한 방식으로 반응한다.

사람이 죽음을 피해야 하는지 혹은 죽음에 맞서야 하는지를 놓고 논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죽음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보다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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