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진국들의 재생에너지 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출처=플리커)

'전투에서 몇 번 이겼다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눈앞의 승리에 도취해 자만하지 말라는 경고이자, 판을 꿰뚫는 전략의 부재를 꼬집는 의미가 담겼다. 어떤 일을 행하든 명확한 목표와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방향을 잃으면 승리는 차치하고 그간의 성과와 노력까지 수포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최근 선진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낭보와 함께 비보도 섞여 우려를 사고 있다.

국가가 전면에 나서 재생에너지 산업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이유는 당연히 지구의 기후 변화를 막거나 최소한 늦추기 위해서다. 그런데 선진국은 재생에너지 산업을 독려하는 이유와 목표를 지금 잊은 모양새다.

유럽의 청정에너지 산업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독일과 영국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올해 두 국가의 청정에너지 발전량은 나란히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처음으로 석탄 화력 발전량을 넘어섰다. 영국은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국가 전력망에 석탄 화력 없이 1,000시간분 발전량을 비축했다. 이는 2016년 210시간, 2017년 624시간 대비 대폭 늘어난 수치다. 지난 5년간 영국은 석탄 화력 발전량을 84% 끌어내렸다. 이런 추세라면, 영국은 2025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를 퇴출하겠다는 공언을 무난히 지킬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연합이 청정에너지 산업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이산화탄소 순배출 '제로(0)' 경제권을 이룩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오는 2030년경에는 유럽이 전체 전력량의 3분의 2 이상을 청정에너지 발전을 통해 확보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이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단 유럽뿐이 아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청정에너지 산업도 급성장세를 보였다. 일부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해상 풍력 사업이 공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연안 지역에서 풍력 발전으로 5기가와트 전력을 생산한다는 목표 아래 1억 달러를 투입했다. 대만은 지난 4월 해상 풍력 사업 입찰을 실시해 11개 사업을 낙찰하고, 7개 개발업체를 선정했다. 중국과 대만의 행보는 오는 2025년경에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는 수력 발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유럽 선진국과 아시아 중견국이 집 안팎에서 전혀 다른 행보를 취해 빈축을 사고 있다. 미국 에너지·자원 연구단체인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OCI) 조사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에너지 부문에서 총 595억 달러 해외 투자금을 유치했다. 유치한 투자금 중에서 60%는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으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자금은 고작 18%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은 투자한 나라 대부분이 쟁쟁한 선진국들인 가운데 금액 부문 1,2위를 다투는 나라가 독일과 중국이라는 점이다.

경제 개발이 절실한 아프리카에게 원조는 분명 호재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독일은 환경 보호를 위해 나름대로 펼쳐온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자신들이 이룩한 청정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스스로 갉아먹을 수 있는 것이다. 투자는 하되 아프리카 국가들이 친환경 프로젝트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유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깊게 남는다. 기후 변화는 비단 어느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 세계가 함께 나서서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영국 자선단체 크리스천에이드에서 기후변화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모하메드 아도우 이사는 "일부 부유국이 아프리카의 개발을 장려한다면서 상당량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며 "안에서는 친환경 정책을 부르짖으면서 밖에서는 오염물질을 가득 내뿜는 발전시설을 짓도록 독려하고 있는 것. 이러한 모순적 행태를 당장 멈추고 아프리카 국가를 친환경 노선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럽은 2030년경에 전체 전력량의 3분의 2 이상을 청정에너지 발전을 통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출처=픽사베이)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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