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는 갈등을 조장하는 한편 창의력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출처=셔터스톡)

풍자란 무엇인가

풍자의 사전적 정의는 사회의 부정적 현상이나 인간의 결점 및 모순을 빗대어 비웃고 비판하는 행위다. 우회적 비판을 통해 본질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풍자의 어원은 '개처럼 살을 물어뜯다'라는 의미가 담긴 그리스어 '사르카제인'이다. 이후 사르카제인은 '비웃는 혹은 가시 돋친 말'이라는 그리스어 명사 '사르카스모스'로 발전, 오늘날의 풍자가 파생했다.

문학계에서 풍자는 풍자문학 장르가 따로 있을 정도로 많은 문학 작품에서 사용된 수준 높은 표현기법이다. 우리나라에서 채만식의 '레드메이드 인생', '태평천하'가 대표적 풍자소설로 꼽힌다. 아일랜드 출신 대문호 오스카 와일드는 "풍자는 수준 낮은 위트이자 수준 높은 지성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풍자를 보는 눈은 그리 곱지 않다. 풍자적 표현은 대상에 대한 모욕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갈등만 불러일으킨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최근 부정적으로만 여겨졌던 실생활 속 풍자적 표현이 인간의 창의력을 신장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이목을 끌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콜롬비아 경영대학원 공동 연구에 따르면 풍자가 인지능력상 유익을 선사, 창의력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풍자가 창의력을 키우는 방식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 56명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참가자가 직접 선택한 방송용 대본을 교부했다. 대본은 각각 풍자·정숙·중립적 문체를 띠고 있었다. 참가자는 대본을 다 읽은 후, 문체에 어울리는 풍자적 어조로 대화를 나눴고, 대화가 끝난 후 창의력 테스트를 받았다. 연구진이 한 단어를 제시하면 참가자들이 해당 단어에 논리적으로 어울리는 단어 세 개를 써내는 방식이었다.

실험 결과 풍자적 대본을 읽고 대화를 나눈 참가자들이 창의력 테스트에서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풍자적 대본과 대화를 이해하기 위해 뇌가 창의력을 발휘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풍자는 실제 의미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해당 표현의 본질을 해독하려면 더 깊이 생각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추상적 사고력이 발현됐다는 주장이다.

풍자의 사용 시기와 방법

▲풍자는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사용하고, 문자보다는 음성으로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출처=셔터스톡)

그렇다면 풍자는 실생활에서 아무 때나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전문가들은 신뢰할 수 있는 상대에게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신뢰감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하면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또한 풍자는 문자보다 음성으로 표현할 때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심리학자 제이슨 파커(Jayson Parker)가 수행한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이메일과 같은 문자메시지보다 음성메시지로 풍자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더 정확하게 짚어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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