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사진만 찍는 습관, 기억력 감퇴 원인

2018-10-08 10:53:38 심현영 기자
▲언젠가부터 순간을 저장하는 방식이 바뀌어, 무작정 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도 머릿속 뇌가 아니라 소셜미디어에 담는다(출처=셔터스톡)

최근 사진을 찍는 습관이 기억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핫플레이스에 가면 사람들이 카메라 버튼 누르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지금 찍지 않으면 무슨 손해라도 보는 듯 저마다 바쁘게 손을 놀린다. 이후 사진을 확인한다. 사진이 마음에 안 들면 포토샵 프로그램을 동원한다. 배경 색상을 예쁘게 바꾸고 쓸데없이 끼어든 인물을 지운다. 여러 검열 과정을 거쳐 완벽하게 수정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얼굴에 뿌듯한 표정이 피어오른다.

‘포토그래픽 메모리’라는 용어가 있다. 사진을 머리에 저장했다가 꺼내보듯이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순간을 저장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무작정 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도 머릿속 뇌가 아니라 소셜미디어에 담는다. 혹자는 ‘순간을 잊어버릴까봐 혹은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그런데 사진과 SNS가 정말 과거를 회상하는데 도움이 될까?

사진촬영과 기억

린다 헨켈 심리학 교수는 “순간을 사진에 담는 행동은 경험을 분산시켜 회상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강조한다. 헨켈 교수는 실험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입증했다. 헨켈 교수는 미 코네티컷에 위치한 페어필드대학 미술관에 학생들을 초대, 여러 작품을 보여줬다. 작품에 몰입해 뚫어져라 쳐다보는 학생도 있었지만, 대부분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헨켈 교수는 관람이 끝난 후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기억력 테스트를 시행했다. 작품을 눈으로 감상한 아이들은 하나하나 세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메라로 감상한 아이들은 대부분 작품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헨켈 교수는 이를 ‘사진 촬영으로 인한 기억력 감퇴 효과(Photo-taking Impairment Effect)’라고 불렀다.

헨켈 교수는 “순간을 기억하려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것은 기억을 외부에 위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런 행동이 계속되면 인지 처리 능력이 떨어져 기억력이 감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 촬영으로 인한 기억력 감퇴 효과는 사진 촬영에 집중한 탓에 대상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출처=픽사베이)

소셜미디어와 기억

미 베릴리매거진 로라 로커 편집장은 “SNS에 사진을 게재하는 순간, 내 경험은 내 것이 아니게 된다”며 “타인의 시선이라는 액자에 사진을 의식적으로 끼워 맞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NS는 ‘영화 하이라이트(Highlight Reel)’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영화 하이라이트 효과에 빠지면, 단면을 봤을 뿐인데도 다른 사람의 삶이 매혹적이고 완벽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예고편만 보고 영화가 재미있을 거라고 판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신의 사진을 멋지게 다듬어 액자에 끼우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하지만 순간이 담긴 사진을 타인의 시선에 꿰맞추면, 자신의 경험은 결국 타인의 경험이 된다.

로커 편집장은 “사람들은 기억 걱정보다 SNS에 올릴 생각이 앞서 셔터를 누른다”며 “이렇게 되면 그 순간은 올곧이 자신이 경험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 뉴욕대학 알릭산드라 바라쉬 마케팅학과 교수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사진 촬영은 순간의 기쁨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사진이 일종의 ‘타자 검열’을 받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데, ‘사진이 잘 나올까?’를 걱정하지 않고 순간을 즐길 리 만무하다는 지적이다.

사진 촬영이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 

결론적으로, 사진 촬영이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주의력이 흐트러진다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더 많기 때문에 생생한 기억이 남지 않는다. 사진 촬영은 순간 자체에 집중력을 떨어뜨려 경험을 희석시킨다.

2. 기억은 잡일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디지털 기기를 일종의 ‘외장 뇌’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 디지털 기기의 편리에 취해 기억은 일종의 ‘잡일’이라는 착각에 빠진 것이다. 그래서 무조건 사진에 담아 디지털 기기에 저장하려 한다. 스마트폰 주소록을 예로 들어 보자. 요즘 가족, 친구, 동료의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스마트폰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면 되기 때문에 굳이 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기 의존증이 심해지면 나중에 생각이 바뀌어 머릿속에 기억하려 해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사진 촬영으로 인한 기억력 감퇴 효과’의 좋은 예다.

사진 촬영이 마냥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기억의 실마리, 이른바 ‘인출 단서(retrieval clue)’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주객이 전도됐을 때다. 순간을 더 선명하고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라면, 사진 촬영은 보조 수단으로 한정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기억을 타인의 눈에 맞춰 재단하려는 행동도 지양해야 한다. 헨켈 교수는 “사진을 찍는 것은 좋지만, 사진을 보며 그 안에 담긴 기억을 뇌를 통해 떠올리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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