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 껍질에서 사람의 얼굴 형상이 보이는 파레이돌리아의 한 현상(출처=셔터스톡)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바라본다. 그러나 유독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가령 타코쉘을 보고 팝스타 마돈나의 얼굴을 떠올리기도 하고, 차의 전면을 보고 마치 사람이 미소 짓는 형상처럼 느끼는 것이다. 이를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라는 현상으로 일컫는다.

파레이돌리아란?

파레이돌리아는 무작위적인 자극이나 잡음의 친숙하지만 의미 없는 패턴에 대한 인식이라고 정의된다. 즉, 사물처럼 연관성이 없는 대상에서 일정한 패턴을 추출해 연관된 의미를 떠올리는 심리적 현상이다. 여기서는 불분명한 이미지나 사운드가 중요한 것으로 인식된다. '파레이돌리아'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결함이나 잘못됨을 뜻하는 '파라(para)'와 형태 및 이미지, 모양을 의미하는 '에이돌론(eidolon)'의 합성어에서 유래했다.

이는 실제로 얼굴이 아닌 사물에서 사람의 얼굴이 보이도록 하는데, 인간의 특성을 사물에 배정하는 경향 때문이다. 대부분의 파레이돌리아가 시각적 패턴에 집중돼있지만, 청각 같은 다른 감각에 적용될 때도 있다. 가령 '천국의 계단(Stairway to Heaven)'이라는 곡을 거꾸로 들으면 마치 '나의 달콤한 사탄(My sweet Satan)'이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파레이돌리아를 청각적 파레이돌리아(auditory pareidolia)라고 부른다.

이 현상은 서로 연관성이 없이 무작위로 나타난 현상에 일정한 규칙과 연관성이 있다고 인식하는 아포페니아(Apophenia)의 한 형태로 간주된다. 아포페니아가 나타나는데 있어 데이터가 감각적일 필요는 없다. 일부 패턴은 관련이 없어도, 숫자나 다른 이벤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레이돌리아의 유발 요인

생존 전술 :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의 조상이 포식자나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파레이돌리아를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친구와 적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 이 이론은 미국의 우주론자인 칼 세이건이 제안한 것으로, 아기가 다른 이미지보다 인간의 얼굴을 보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두뇌 처리 : 두뇌는 다량의 병렬 처리를 운용하는 기관으로, 많은 양의 정보를 필터링하고 패턴을 검색, 연관성을 만드는데 그 기능이 있다. 또한, 인간의 인식은 능동적인 구축 과정으로도 일컬어진다. 이 과정 가운데 하나는 이미지를 인지한 후 뇌의 일치 목록을 통해 가장 잘 맞는 이미지를 찾아, 이미지와 관련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간장이 묻은 얼룩을 거미의 이미지와 연관시킨 뒤, 여기에서 부족한 세부 정보를 제공해 마치 거미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기대 역시 과정의 일부분이다. 가령, 누군가 비스킷이 강아지와 닮았다고 말하고 어느 한 구석을 가리켜 강아지의 머리라고 말한다면, 비스킷의 이미지에서 강아지의 머리가 연상될 수 있다.

방추형 얼굴 영역(FFA, Fusiform face area) : 시각적 연관성 피질의 일부인 FFA는 얼굴을 인식하고 상기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파레이돌리아는 생존 전략과 두뇌 처리, 그리고 방추형 얼굴 영역 등의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파레이돌리아의 대표 사례

파레이돌리아의 유명한 사례들은 대부분 종교와 많은 관련성이 있다.

성모 마리아 샌드위치 : 지난 2004년, 직접 만든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에서 성모 마리아가 보였다는 한 여성은, 이를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이베이에 올려 무려 2만 8,000달러에 판매했다.

토리노의 수의 : 이탈리아 토리노의 대성당에 1500년대부터 있었던 아마포로, 1898년 천 조각이 예수 그리스도와 닮았다는 것이 발견돼 이후부터 유명세를 탔다.

마더 테레사의 시나몬 번 : 벨몬트에 위치한 봉고 자바 카페에 있는, 마더 테레사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시나몬 번으로, 이 빵은 이후 무려 10년간 진열되는 진기록을 세웠지만, 2007년 도난당했다.

화성 위의 얼굴 : 1976년 바이킹 I 인공위성에 찍힌 사진에서는 화성 위에 사람의 얼굴이 박혀있는 것 같은 이미지가 공개됐다. 이를 보고 일부 사람들은 이 얼굴이 화성에 있었던 고대 문명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믿기도 했다.

파레이돌리아를 잘 경험하는 사람의 특징

이론과 망상을 믿고 싶은 사람들 : UFO나 네스호의 괴물, 혹은 이미 죽은 엘비스 프레슬리를 어딘가에 봤다고 믿는 사람들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단순히 노래 가사를 보고도 그 안에 숨겨진 불안한 메시지가 있다고 믿기도 한다. 이는 망상에 대한 심리적 결정으로 볼 수 있다.

과도하게 종교나 미신을 믿는 사람들 : 핀란드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극도로 종교에 심취한 사람들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믿는 사람들은 풍경이나 무생물을 통해 얼굴을 보는 경향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증적이고 부정적인 분위기를 가진 사람들 : 신경증 환자나 기분이 항상 저하된 사람들 역시 사물에서 얼굴을 보는 경향이 높다는 연구가 있다. 자신을 둘러싼 위협에 과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겪는 것이다.

파레이돌리아의 활용

미술과 심리학 분야에서 파레아돌리아는 창의적이면서 생산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분야를 소개한다.

심리학 : 환자를 진단하는데 있어 심리학자들은 특정의 심리 테스트에 의존한다. 이 중 하나는 로르샤하 잉크 반점 검사로, 억압된 감정을 결정하는데 사용된다.

미술학 :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신의 저서 가운데 하나에서 이 파레이돌리아를 예술적 장치로 사용하는 방법을 기술한 적이 있다. 그는 벽에 묻은 얼룩이 때로는 나무나 계곡, 강으로 둘러싼 풍경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예술가들도 자신의 작품에 숨겨진 이미지를 새겨 넣어 파레이돌리아 현상을 이용하기도 한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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