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것을 직면하기보다 피하고 외면하는 대응 방식이다(출처=셔터스톡)

스트레스 관리 전문 웰니스 코치(wellness coach)인 엘리자베스 스캇(Elizabeth Scott)은 '회피(avoidance coping)'를 "불편한 것에 대해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을 피하고자 행동을 변경하는 부적응성 행동 기제"로 정의했다. 쉽게 말해 회피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것을 직면하기보다 피하고 외면하는 대응 방식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특정 생각이나 상황을 잘 피하면 그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불안이 우리를 속이는 방식이다. 예컨대 타인과의 접촉을 피함으로써 사회적 불안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라거나, 애초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상처받을 일도 없다고 말이다. 그러나 오히려 지나친 스트레스를 겪지 않고도 그 상황을 겪어나가려면 스트레스의 원인에 직면할 필요가 있다.

회피의 종류

심리학 전문지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에 따르면, 사람들은 주로 아래의 두 가지 중 한 가지 회피 기제를 선택한다고 한다.

과잉 행동 : 과잉 행동이란 지나치게 철저히 무언가를 하려 하거나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경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밥을 먹을 때 박테리아와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식탁을 50번씩 닦기도 한다.

아무것도 안 하기 :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은 곧 정보, 관계, 상황 그리고 대화와 같이 자신의 두려움이 사실임을 증명할 수 있는 어떤 것도 피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까봐 아예 시험을 보러 가지 않는 것이 해당된다.

회피는 왜 불안과 같은 문제들을 악화 시키는가

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가중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당연하게도, 회피할 경우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문제 및 상황 그 자체도 해결될 가능성보다는 악화할 가능성이 더 높다. 지속해서 상황을 회피하면 결국 주변 사람들도 지치고, 그 결과 사회 관계에도 문제가 생긴다. 결국 회피만 하는 사람은 사회적 지지마저도 잃게 될 것이다. 이처럼 회피 기제를 사용하는 것은 순간의 불안을 완화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큰 불안의 원인이 된다.

회피가 문제를 악화시키는 4가지 이유

마인드바디그린(Mindbodygreen)에서는 회피 기제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을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

1 감정적 관용이 줄어든다

회피적 대처는 개인이 감정적 관용을 실천하는 것을 방해한다. 여기서 감정적 또는 정서적 관용이란 비난 없이 동정심을 가지고 감정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특정 감정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는 사람일수록 불편한 감정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기 위해 악습이나 약물에 의존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런 사람들은 감정적 관용을 실천하기에 앞서 먼저 스스로 자유롭게 감정을 느끼도록 허락해야 한다. 설령 자신을 매우 불편하게 만드는 감정이라고 해도 말이다.

2 자기 자신에게 가혹해진다

이러한 대처 전략이 결국 사람들이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기회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이들로부터 고립시키며,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을 더 두려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즉, 회피 기제를 가진 사람들은 애초에 불편한 감정을 느낄 일이 없는, 완벽하게 보호된 삶을 건설하려고 한다. 그러나 사실 그럴수록 불편하고 낯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오히려 불편한 대상에 대한 노출을 늘려나가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두려움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게 되고, 진정한 의미에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불안과 같은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 사람들은 자신에게 가혹해지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나약하다고 생각하거나 잘 대처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로 인해 수치심, 두려움, 공포, 걱정과 같은 다른 감정들 역시 파생될 수 있다. 개중에는 이런 감정들을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수록 자신에 대한 연민과 자비의 마음을 가지고, 나를 지지해 줄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한다. 또한 회피 외의 다른 대처 전략을 배우고 활용해야 한다.

3 행복과 연관되지 않은 감정은 모두 병적인 것으로 치부한다

게다가 회피 기제는 행복하거나 긍정적인 감정 외의 모든 감정을 병적이고 해로운 것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가 삶은 항상 쉽고 행복하며, 남들은 모두 행복하게만 살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입하기 때문이다. 사회는 명품으로 치장한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라이프스타일,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고 부족함 없는 생활만을 찬양하며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여기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이거나, 비뚤어진 마음을 느끼는 사람들은 흠이 있는 것으로 여기곤 한다.

그렇다면 불안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우선, 불안에도 순기능이 있음을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처했거나, 내가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노력이 필요한 영역에서 불안은 집중력을 높여주고, 더욱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게 만들어 준다. 따라서 단순히 이를 병적인 감정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4 조금이라도 불편한 감정이나 상황은 피하도록 만든다

회피를 반복하다 보면 조금의 두려움이나 불안이 느껴지는 상황도 일단 피하고 보려는 성향이 생긴다. 그 결과 우리는 매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아가며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한 나머지 현재를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없게 된다. 현재에 몰입하지 못할수록 불안은 가중되고, 그러한 감정에 직면하고 인내할 수 있게 도와줄 다양한 활동을 회피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명상은 회피에 대처하는 한 방법이다(출처=셔터스톡)

회피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베리웰마인드(Verywell Mind)는 회피보다 건강한 대안으로 몇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첫째, 회피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왜 그것이 효과적이지 않은 전략인지를 스스로 느낄 것. 둘째, 왜 자신이 회피 기제에 의존하고 빠져드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볼 것.

셋째, 스트레스 관리 전략을 배우고 실천할 것. 넷째, 명상, 일기 쓰기와 같은 정서적 대응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 다섯째, 명상을 통해 불편한 감정을 직면하고 수용하는 방법을 배울 것. 여섯째, 보다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찾을 것. 일곱 번째, 다른 사람들과 협상하고 문제를 토론하는 법을 터득함으로써 의사소통 기술을 연습할 것. 여덟 번째, 주변 사람에게 스스로가 회피 기제에 의존하려 할 때마다 이 사실을 일깨워 달라고 부탁할 것.

예를 들어, 친구가 곁에서 그동안 미뤄오던 프로젝트를 시작했는지를 물어봐 줄 수도 있고, 과거 다툼이 있었던 사람과 관계를 잘 풀었는지 물어봐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다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배우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상담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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