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만나는 것이 더 매혹적이고 짜릿하다는 이유로 평생의 동반자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금지된 사랑'이기 때문에 더 애틋하다고 말한다. 불륜 관계로 새 삶을 얻은 것 같다고 하거나, 다시 젊었을 때의 감정을 느낀다고 털어놓는 이들도 있다. 반면 배신당한 배우자 쪽은 함께한 시간이, 삶이 갑자기 무의미해진 것 같은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모든 대인 관계가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부부나 연인 관계는 더욱 그렇다. 때때로 우리는 평소보다 지나치게 핸드폰이나 태블릿을 안 보여주려 하고 숨기거나, 신체적 접촉을 꺼리는 등 수상한 행동으로 배우자의 바람을 눈치채게 된다. 때에 따라서는 상대가 바람을 피우고 있음에도 이 사실을 전혀 모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바람을 피우는 행위가 성격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스프링 UK(Spring UK)의 한 기사에 따르면, 나르시시즘과 불안정한 정서, 그리고 반사회적 인격 장애 등이 불륜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나르시시스트란 이상화된 자기 이미지를 누군가가 찬양하고 칭찬해 주는 것에서 만족감과 자존감을 얻는 사람을 말한다. 나르시시즘은 정신분석학 개념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에세이 '나르시시즘에 대하여(On Narcissism)'로 유명해졌다. 미국심리학협회에서는 1968년부터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을 제공하고, 여기에 자기애적(나르시시즘적) 성격 장애의 여러 갈래를 분류했다.
한편, 정서 상태가 불안정한 사람은 신뢰할 수 없고, 조심성이 없으며, 무엇보다 불륜의 유혹을 이성적으로 떨쳐내기가 어렵다. 정서적 불안정은 때때로 더 큰 정신질환 문제의 한 증상이기도 하다. 경계성 인격 장애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우울증, 불안 장애 등을 겪는 사람은 불안정한 정서 상태에 시달리곤 한다. 또 정서적으로 불안이 우울증이나 불안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이런 경우 보통 환자 자신뿐 아니라 주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 행동들을 보이곤 한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지닌 사람 역시 불륜을 저지를 위험이 크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란 인격 장애의 일종으로 지속적인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며,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등 자기중심적 행동 증상 등이 동반된다.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라고 알려진 이 인격 장애는 때때로 '소시오패스'와 동의어처럼 쓰이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에 대해 여러 가지 개념 정의를 내리고 있으며 이중에는 서로 중복되는 것들도, 상충하는 것들도 있다. 대부분 사이코패스는 외적으로 무척 매력적이며, 친절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일반인은 사이코패스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왜 바람을 피울까
마인드바디그린(MindBodyGreen)에서는 갤럽(Gallup)의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응답자의 91%는 기혼자의 바람이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그들 중 64%는 만일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른다는 것을 알게 될 경우 절대 이 사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웹사이트 '리브 볼드 앤 블룸(Live Bold and Bloom)'에 따르면 자기애성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과 연애를 하는 사람은 자신과 상대방 모두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수 있으며, 둘 사이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친밀감과 신뢰를 형성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자기애성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권위에 대한 비현실적 감각이 있으며 자신이 주변 이들보다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또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계속해서 관심과 찬양을 받고 싶어 하며 이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필요, 특히 정서적인 문제에서는 무관심한 모습을 보인다. 자기애성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의 삶에 참견하고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한편, 정서 불안을 겪는 사람들도 파트너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는 마찬가지다. 정서 불안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그 사람의 과거 경험에 기인한다. 결국 우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겪어 온 과거의 경험들이며 우리의 현재 관계의 양상을 결정 짓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서 불안인 사람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작은 일,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사람, 조금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정서 불안일 확률이 높다. 대인 관계에는 반드시 관용과 이해가 필요하다.
정서 불안인 사람은 또한 자기 자신 외에는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타인을 신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신뢰와 수용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 대인 관계를 제대로 해낼 수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사람은 자기 자신만의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확고한 판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파트너로서 신뢰할 수 없다.
한편 반사회성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감정을 처리하는 데 문제가 있다. 이들은 공감 능력이 전혀 없거나 아주 최소한만 가지고 있으며, 냉정하고, 다른 사람을 자기 뜻대로 조종하려고 하며, 병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대체로 매력적이며, 무엇이든 쉽게 지루해 한다. 그뿐만 아니라 무척 오만하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항상 타인의 우위에 서려고 한다.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반사회성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과 사귈 경우 역기능적 관계의 악순환에 빠지기 쉬운데, 이들은 사귀던 사람에게 쉽게 질릴 뿐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상대방을 버리기 때문이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