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힘든 부모들 (출처=셔터스톡)

10대 청소년과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에 중독됐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곤 한다. 하지만 몇몇 연구에서 부모 역시 스마트폰에 중독돼 있으며, 심지어 부모가 자녀보다 심각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스마트폰이 경쟁 상대가 되면서 부모의 관심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불평을 토로하는 아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부모의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설문 조사

최근 미국 보스턴의 유치원생에게 이상적인 놀이터의 모습을 묘사하라고 조사한 결과에 대해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가 밝혔다. 유치원생들은 입을 모아 부모님의 스마트폰을 넣고 잠궈버릴 수 있는 사물함이 있는 놀이터를 원한다고 대답했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은 부모들과 제대로 놀아보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8~13세인 자녀와 부모 약 6,0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또 다른 설문 조사에서, 전체의 52%에 해당하는 부모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답변했다. 이 52% 가운데 28%는 자신이 스마트폰 때문에 자녀에게 관심을 덜 기울인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고 라이프핵(Lifehack)이 전했다. 조사 대상인 아이들 가운데 54%는 부모가 항상 스마트폰에 매달려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쿼츠(Quartz)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10대의 소셜 미디어 습관을 설문 조사한 결과 1,000명의 참가자 중 33%가 자신의 부모가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시간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자녀들의 스마트폰 반대 시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느라 자녀들의 놀아달라는 요청을 무시하는 부모들에 대한 가장 놀랄 만한 반응은 아마도 7살짜리 독일 소년이 "스마트폰 말고 나랑 놀아주세요!"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주도한 것이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9월 8일 열린 에밀 러스티지(Emil Rustige)라는 소년이 이끈 이 시위에는 약 150명이 참여했다.

에밀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월에 있었던 파시즘 반대 시위에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에밀은 부모님께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는 시위를 하고 싶다고 말했고, 그의 부모는 에밀이 시위를 조직하는 것을 도왔다.

에밀의 아버지인 마틴 러스티지는 경찰에 시위 일정을 등록해 에밀에 대한 지지를 보여줬다. 에밀의 부모는 페이스북에서 400명의 사람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을 보고 놀랐다. 마틴 러스티지는 스피겔(Spiegel) 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에밀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대화를 시도하다가 자신이 다른 것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을 질책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시위에 참가한 여섯 살의 옐비 슈미트(Ylvi Schmitt)는 "아빠가 항상 휴대폰을 갖고 노는 것이 싫어요!."라고 외쳤다. 옐비의 아버지는 자신의 행동을 주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 기술에 의한 간섭이 증가하면서 행동 문제도 증가해 (출처=셔터스톡)

기술이 부모와 자녀 관계에 미치는 영향

부모들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기술의 간섭이 증가하면 행동 문제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소아과 연구지(Pedriatic Research)에 실렸다. 논문의 저자인 제니 라데스키와 브랜든 맥다니엘은 이 현상을 "기술 간섭"(technoference)이라고 불렀다.

연구팀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자녀와 문제가 생기면 부모가 탈출 수단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거나, 스마트폰에 중독된 부모들 때문에 자녀가 행동 장애를 나타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183쌍의 부모와 자녀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라데스키와 맥다니엘은 연구 논문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활동할 때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부모들은 자녀의 정신 상태와 의도에 대해 더 낮은 이해를 보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부모가 있는 아이들은 과잉행동을 더 많이 하고, 더 쉽게 좌절하고, 더 자주 성질을 내는 경향을 보였다.

한편 자녀가 문제 행동을 나타낼 때, 부모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기술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부모의 관심 부족으로 인해 자녀가 문제 행동을 보이고, 이에 부모가 관심을 딴데로 돌리기 위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그 영향으로 자녀가 더 나쁜 행동을 하는 악순환을 일으켰다.

저자들은 기술이 부모들의 휴식에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동시에 "자녀의 건강과 발달에 중요한 부모 자식 관계를 맺을 기회를 잠재적으로 대체한다"고 지적했다.

부모들이 계속해서 스마트폰에 붙어 있을 때 발생하는 또 다른 위험은 부모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기 쉽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카처(Katzer)는 아이들과 눈을 맞추지 않는 것 또한 아이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처는 "부모가 자녀의 아이 콘택트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신체적 스트레스와 호르몬 변화로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바이에른의 청소년가족청은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며 자녀를 소홀히 대하는 부모의 관심을 불러오기 위해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시간을 늘리고, 자녀와 아이 콘택트를 하고, 자녀와의 대화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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