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을 단지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망상적인 믿음을 가진 정신 장애가 있다. 바로 '프레골리 딜루전(Fregoli Delusion)'으로,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모습을 위장해 자신을 박해한다고 믿는 망상적 오식별 증후군의 하나다.

프레골리 딜루전

이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개개인들이 서로 다른 일종의 가면을 쓴 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프레골리라는 말은 무대에서 빠르게 변장을 하는 능력으로 유명했던 이탈리아 연극배우 레오폴드 프레골리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19~20세기 경 빅토리아 휴고나 글래드스톤, 그리고 비스마르크 등으로 변장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1927년 당시 27세였던 한 여성의 사례로 인해 더욱 유명해졌는데, 이 여성은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들이 친구들로 위장했다는 강한 망상을 갖고 있었다. 여성이 지목한 배우들은 이전 연극무대에서 종종 봤던 사라 베르나르와 로빈으로, 그녀는 이들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로 이들이 이전 고용주나 길거리에서 봤던 낯선 사람들, 그리고 친구와 의사 등으로 가장해 자신을 쫒아다닌다는 것. 또한 이들이 자신의 일상 생활을 방해하며 자신을 통제하려 든다고 주장했는데, 심지어 이들이 자신으로 하여금 자신의 신체를 만지도록 강요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박해를 견딜 수 없어, 낯선이로 변장한 로빈을 봤을때 바로 가격하며 보복을 감행했다고 고백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녀에게 낯선이가 로빈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녀를 설득할 수는 없었다. 이 여성의 사례가 보고된 이후 그러나 프레골리 딜루전으로 진단받은 이들은 40명뿐으로, 이 수치는 정신과 환자의 0.2% 그리고 치매 환자들의 0.5% 수치와 동일한 수준이다.

프레골리 딜루전, 즉 프레골리 망상은 흔히 알고 있는 카그라 증후군의 반대 개념으로, 카그라 증후군의 경우 친구나 가족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뒤바뀌었다고 믿는 정신 질환이다.

원인

전문가들은 프레골리 딜루전이 뇌 손상에서 비롯된다고 여기고 있다. 뇌의 벽과 측두엽 부위가 심하게 손상된 결과일 수 있다는 것. 또한 다른 신경 경로에 난 상해도 포함될 수 있다.

정신 분열증을 앓는 사람들은 종종 편집증적인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서로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든 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프레골리 딜루전 증상

프랑스 파리대학 심리학자인 스테파니 시비어지는 프레골리 망상이 인지와 식별의 과정에서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 상태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보통 개개인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생김새를 지녔다는 것은 알지만, 이들 각각의 신원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

이에 이들은 보통 청각을 비롯한 시각적 환각, 망상, 시각 기억 상실, 운동 기능 저하 및 인지 기능 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모두 불안감을 유발한다는 것이 특징으로, 어떤 식으로든 상대가 자신을 스토킹하고 해를 입히기 위해 하루종일 설득력있게 변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매우 편집증적인 증상을 내보이는데, 집단이나 그룹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그저 한 개인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이들을 현실과의 연결을 끊어지게 만들어 사물이나 장소, 사건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 증상을 앓고 있는 10세 아동을 치료한 전력이 있는 정신과 의사인 카렐 드 포우 박사는 환자들에게 환자의 망상이 현실이 아니라고 설득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상대가 다양하게 교활한 변장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를 현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 가령, 한 여성 간호사를 자신의 아버지가 변장한 것이라고 믿을 경우, 간호사는 여성이기 때문에 남자가 변장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하면, 이들의 대답은 자신의 아버지가 얼마나 영악한지를 모른다고 답변한다는 것이다. 의사가 자신의 아버지를 자신보다 더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사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단정짓는 것이다.

치료 방안

프레골리 딜루전에 가장 최상의 치료 방법은 인지 행동 치료다. 이에 약물을 추가적으로 복용할 수도 있다. 회복을 돕는 약물로는 진정제와 항경련제, 그리고 항정신병제 등이 있다. 그러나 환자가 이 증세 말고도 다른 정신 질환을 함께 보인다면 정신 분열증과 다른 특정 기분이나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트리플루오페나진을 처방할 수도 있다. 이 약은 환자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이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