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 교도소 실험은 인간의 본성이 특정 역할과 환경에서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출처=123rf)

지난 1971년 미 스탠포드대학은 인간 본성이 특정 상황과 주어진 역할에서 변화하는 과정을 실험했다. 이른바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SPE, Stanford Prison Experiment)이다.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SPE)

이 실험은 윤리적 문제로 인해 현재까지도 여러 전문가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바로 실험의 내용이 비인간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연구를 진행했던 필림 짐바르도는 연구를 수행한 이유에 대해 "평상시 심리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도 교도소 같은 환경에 처하면 이들 일부의 권리는 희생될 것"이라며 "선한 사람이 그 악한 공간에 있어도 선함이 승리할 것인지에 대해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역할

짐바르도는 당시 실험에서 교도소장을 맡았다. 그는 팔로알토라는 신문에 광고를 내 이에 응한 21명 대학생을 대상으로 이들을 다시 두 그룹으로 나눴다. 10명은 죄수, 나머지 11명은 간수로 분류한 것이다. 그리고 실험에 참여하기 전, 이들이 실험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건강한지를 알기위해 심리적인 문제나 기타 건강 문제가 있는지 혹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평가도 진행했다.

사용된 방식

짐바르도는 간수와 죄수의 역할을 맡은 참가자에게 2주간 지속될 실험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각각 매일 15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스탠포드 심리학과 지하실에 설치된 감옥으로 이송됐는데, 당시 감방은 약 182 x 275cm 규모로 6개로 구성됐다.

간수 역할을 맡은 사람은 간수 제복과 바통, 호루라기, 그리고 선글라스와 각 감방의 열쇠를 제공받았다. 반면 죄수를 맡은 사람들은 체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제로 팔로알토 지역 경찰들로부터 집에서부터 체포된 채로 감옥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경찰차에 강제로 탑승, 감옥에 있는 동안 이가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한 방지용 스프레이까지 살포받았다. 그리고 형무소로 이동하기 전 옷을 벗고 서있도록 했다. 수감자는 또한 여성용 수감자 옷을 입히게 했고 속옷은 착용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창문 밖도 보지 못하도록 했다. 게다가 간수의 역할을 맡은 이들은 매일 8시간 근무 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수감자들은 매일 감방에 갇혀 지내야 했다.

이와 동시에 연구팀은 몰래카메라와 마이크를 설치해, 임시로 설치된 해당 감옥에서 죄수와 간수의 행동을 매일 모니터링 했다.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은 참가자들의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중간에 중단될 정도로 매우 심각한 결과를 낳았다.

실험 결과

실험은 애초에 14일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참가자들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해 중간에 중단됐다. 바로 간수 역할을 하는 학생들이 죄수를 다루는 방식이 더 공격적이 됐고, 이에 대해 죄수는 비인간적인 느낌을 갖게되면서 간수에게 반항하는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불안과 급성 스트레스의 증상도 보였다.

죄수가 간수에게 반항하기 시작했을 때, 간수들은 오히려 물리적인 힘으로 이들을 억누르려했다. 가령 옷을 벗도록 시키고 독방에 수감하면서 사슬까지 채운 것이다. 이에 더해 죄수들을 절망에 빠지도록 만들기 위해 심리적인 요소까지 활용했다.

이에, 당시 짐바르도의 동기며 향후 아내가 된 크리스티나 머슬랙은 참가자가 더 많은 손상을 받기 전에 실험을 중단할 것으로 요청했는데, 짐바르도 자신도 실험에 빠져들면서 잠시 혼란을 경험하고 이성을 잃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실험의 목적

이 실험의 목적은 특정 역할이 현실화될 때 개인의 성격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상황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험에서 죄수들은 자신의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반면, 간수들은 모든 권한을 가질 수 있었다. 이처럼 간수에게 우월한 지위가 부여되면서 이들은 점점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실험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한 죄수들은 우울하면서 수동적인 성향으로 변해갔다.

짐바르도는 특정 물리적 환경에는 그 자체로 기능적 규범의 그룹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개인이 이러한 특정 상황에 빠지면 상황이 규칙을 규정하고 특정 상황에서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따르게 만든다"며 "게다가 교실이나 교도소 같은 물리적인 환경은 행동하는 법이나 행동의 경계, 그리고 그 순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고 전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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