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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dity/Evolution
오랑우탄, 과거와 현재 구분하는 유일한 영장류
2018-12-24 17:46:36
김선미
▲새끼 보호하는 엄마 오랑우탄(출처=게티이미지)

오랑우탄이 영장류 중 유일하게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는 시간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동물의 왕국에서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는 동물들이 사람처럼 시간을 인지하느냐다. 동물도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분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과학자들이 동물의 행태를 연구한 결과 오랑우탄이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동물의 경고 신호

자신의 동족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는 능력은 대부분 동물이 지니고 있는 소통 능력이다. 포식자가 나타났을 때 동족에게 위험을 알리고 심지어 포식자의 종과 위치에 대한 정보까지 알려주기 위해 동물은 다양한 울부짖는 소리를 낸다. 이러한 경고 신호는 위험이 나타났을 때 실제 시간으로 내보낸다. 대다수 동물들은 포식자가 다가올 때 경고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오랑우탄의 경우 위협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동족들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랑우탄은 포식자를 발견하면 크게 끽끽거리는 소리를 낸다. 이 소리는 오랑우탄이 위험으로 인식하는 호랑이 등 잠재적 적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 소리는 다른 오랑우탄들에게 위험이 근처에 있음을 알리는 경고 신호로 작용한다. 하지만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오랑우탄이 포식자가 지나간 후 한참 뒤에야 이러한 경고 신호를 내는 것을 관찰했다. 이는 인간 외 영장류가 과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첫 번째 사례다.

포유류와 조류는 대다수 그들만의 경고 신호로 포식자의 종류와 크기, 위치, 거리, 위험의 정도 등을 동족에게 알린다. 하지만 위험이 끝난 후에 경고 신호를 보내는 동물은 지금까지는 오랑우탄이 유일하다.

오랑우탄의 보호 방법

▲새끼 오랑우탄(출처=플리커)

영장류 동물학자 아드리아노 라메이라는 40년 간 인도 수마트라섬 케탐베 정글에서 오랑우탄을 연구, 관찰했다. 라메이라가 이끄는 연구진은 오랑우탄이 경고 신호를 어떻게 보내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상에서 5~20m 높이의 나무에 암컷 오랑우탄이 혼자 앉아 있을 때 직접 호랑이 무늬, 또는 점박이 무늬, 또는 단색의 천을 뒤집어쓰고 그 밑을 지나가는 실험을 진행했다.

포식자로 가장한 사람을 발견하자 암컷 오랑우탄은 대부분 포식자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약 2분 간 아무런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연구진은 오랑우탄이 포식자를 발견하자마자 소리를 지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연구진은 첫 번째 실험 대상인 오랑우탄은 9살짜리 새끼와 함께 있는 나이든 암컷이었는데 전혀 소리를 내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라메이라는 “암컷 오랑우탄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새끼를 꼭 안은 채 대변을 본 후 천천히 나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암컷 오랑우탄은 무려 20분이나 가만히 기다린 후에야 경고 신호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번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자 한 시간 이상이나 경고 신호를 보냈다.

총 24마리의 오랑우탄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으며 그 중 12마리가 새끼와 함께 있는 암컷 오랑우탄이었는데, 엄마 오랑우탄은 평균 7분을 기다린 후에야 경고 신호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엄마 오랑우탄이 포식자를 보고도 소리를 지르지 않은 이유는 겁에 질렸기 때문이 아니라 새끼를 보호함과 동시에 포식자가 나타났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새끼에게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메이라는 오랑우탄이 경고 신호를 보낼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다른 동족에게 미치는 위험 및 상황이 악화될지 여부와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포식자가 눈앞에 있는 상태에서 소리를 내는 것은 자신과 새끼의 위치를 노출시켜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행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식자가 지나간 뒤에라도 시간차를 두고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은 다른 동족에게 위험을 알림과 동시에 새끼에게 방금 지나간 위험에 대해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고 라메이라는 설명했다. 실제로 같이 있는 새끼가 어릴수록 엄마 오랑우탄이 더욱 많은 시간차를 두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행동은 여우원숭이, 원숭이, 유인원 등 포식자를 발견하자마자 소리를 지르는 다른 영장류에게는 나타나지 않는 행동이라고 전했다.

라메이라는 포식자라는 심각한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것은 언어 발달에 필요한 장기 기억력, 의도적 소통, 후두근의 정확한 통제 등이 수반되는 지능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오랑우탄은 고차원적 형태의 이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Science)지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지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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