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에게는 정서적 문제가 없다(사진=ⓒ게티이미지)

사회의 편견과는 달리 조부모 손에 자라는 아이들이 부모가 직접 양육하는 아이들과 비교할 때 별다른 행동 및 정서적 문제가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전체 아동 중 약 3%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지 않으며, 이 중 3분의 2가 조부모와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는 수십년 간 확산되고 있다. 부모의 실직, 가정환경 변화, 부모의 이혼, 부모의 사망 등으로 인해 조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조부모 다시 부모 되다

최근 미국소아과학회에 부모가 양육자인 경우와 조부모가 양육자인 경우를 비교한 연구 결과가 제출됐다. 보고서의 제1저자이자 뉴욕 코언아동의료센터 소아 발달 및 행동 전문의 앤드류 아데스만은 자녀 양육의 의무화 책임을 다할 수 없는 부모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자녀를 제대로 돌볼 수 없는 부모는 아이의 조부모인 자신의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조부모 손에 자라면 건강 및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돼 아이가 부정적 어린시절을 보낼 것이란 편견과는 달리, 조사 결과 조부모 손에 자란 아이들도 매우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16년 전미 아동건강 서베이 데이터를 분석해,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 4만 4,807가구와 조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 1,250가구를 비교했다. 조사를 시작하기 전 연구진조차 조부모는 신체적 한계와 건강 문제 소득 문제 등으로 인해 손주를 양육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 가정했다. 또한 조부모가 양육하는 아이들이 분노나 불안감 등 행동 문제를 보일 가능성도 높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새라 케임 네이션와이드아동병원 박사는 양육의 어려움에 대한 서베이에서 조부모와 부모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양육에 따른 스트레스, 아이와의 교감 등을 측정한 지수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양육자가 조부모인 경우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이혼해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많아 정서적 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점이 있었다. 특히 고령의 양육자가 아이를 혼자 키우는 것은 힘든 일이다.

이에 따라 조부모와 부모 간 양육 스트레스에 큰 차이는 없지만, 조부모가 양육자인 경우 정서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데일리'(Science Daily)지에 발표됐다.

손주를 키울 때 직면하게 되는 현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친부모에게도 양육은 어려운 일인데 우울증, 정서적 문제,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 질병 등에 더욱 취약한 조부모가 양육을 떠맡게 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애틀랜틱(Atlantic)지에 따르면, 조부모가 손주를 양육할 경우 자신의 자녀가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데서 실망감, 수치심,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손주를 떠맡게 되는 경우 법적 보호자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 서비스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조부모는 위탁가정 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아, 아이의 학교 교육 및 의료 서비스 등 사회 서비스를 받는 데 제약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손주를 키우는 데서 얻는 즐거움과 만족감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교류가 줄어들고 외로운 생활을 하기가 쉬운데, 집 안에 아이가 있으면 아이의 일상에 매일 관여하면서 정신적으로 좀 더 젊어지는 기분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입장에서도 조부모 손에 자라는 것이 위탁가정 등에서 자라는 경우보다 행동 및 정신적 문제가 덜 나타난다.

조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사진=ⓒ게티이미지)
저작권자 © 리서치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