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호주 연구진, 청소년 우울증 진단 도구 공동 번역 작업

2019-03-22 14:54:29 손승빈 기자
▲WHO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국가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사진=ⓒ게티 이미지)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했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매년 연간 10만명 당 20명 꼴로 사람들이 자살하고 있었다. 세계 자살률이 10만명 당 약 10.5명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동남아시아 국가의 자살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3년 인도네시아에서 실시된 기본건강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성인 중 6% 가량이 약물 남용, 기분 장애, 정신병, 불안증 같은 정신적 및 정서적 건강 문제를 앓고 있었다. 그리고 어린이와 청소년도 예외는 아니다. 15세 이하 청소년 1,000명 당 최대 140명, 5 ~ 14세 연령대 아동 1,000명 당 104명이 정신 질환을 진단받았다.

연구진은 십 대 청소년을 위해 정신병원의 접근성이 높아져야 심각한 상황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 상담사와 1차 진료 의사, 간호사들이 청소년의 정신 건강 문제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연구진은 2018년 1월부터 6개월간 우울증 증상 감지 도구를 영어에서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인도네시아 십대 청소년들이 이렇게 번역한 최종 도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였다.

낙인 효과

숙련된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절차를 사용해 우울증을 검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정신질환자들을 진단하는 일이란 매우 어렵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낙인이론으로 수많은 환자들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다. 즉, 가족이나 친구들에게조차 자신의 질병을 털어놓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학교는 십 대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를 감지하고 정신 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의 모든 어린이는 초등학교가 의무교육으로써 하루 중 6 ~ 8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기본적인 정서적 및 정신적 문제를 확인할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나 정신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정신질환 사실을 털어놓는 두려움 때문에 진단이 더욱 어렵다(사진=ⓒ게티 이미지)

진단 도구

십 대 청소년 사이에 자살률이 높다는 사실을 토대로 봤을 때 정신질환이 있는 학생을 가려내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인도네시아의 의료 전문가들은 아동의 정신건강을 검사하기 위해 진단 도구를 모국어로 번역했다. 영미권에서는 정신병과 우울증, 불안 장애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검사할 때 아동 환자에게 준구조화 가이드라인인 ‘미니 키드(Mini Kid)’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에서는 이 도구를 연구에만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병원에서 정신질환 평가할 때에는 인터뷰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연구진들은 협력 하에 진단 도구를 번역해 일반 의료 전문가와 간호사, 상담사들이 16 ~ 18세 청소년들의 정신 질환을 효과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연구팀은 개정된 역학적 우울척도(Center for Epidemiologic Studies Depression Scale, CESD-R)와 케슬러 정신스트레스척도-10문항(Kessler Psychological Distress Scale, K10)을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했다. CESD-R과 K10은 청소년용으로 고안된 것은 아니지만 여러 나라에서 정신질환 검사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진단도구다.

이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조기 진단을 통해 청소년들은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번역 과정

두 명의 인도네시아 정신과 전문의가 영어로 된 진단도구를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이 두 사람은 이전에 현장 연구에 참여했던 경험이 전무했다. 당시, 인도네시아 연구팀은 오리지널 진단 도구에 사용된 단어의 의미와 모든 세부내용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번역 결과를 검토했다.

이후, 인도네시아대학 언어센터의 전문가들이 번역된 진단 도구를 다시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다시 호주의 연구진이 인도네시아 언어센터 전문가들이 영어로 번역한 내용을 원본 도구와 일치하는지 세심하게 검토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완성된 진단 도구를 시험하기 위해 16 ~ 18세 연령대의 청소년 10명을 선별해 최종 설문 검사를 했다. 그리고 최종 진단도구가 효과적이며 피험자들이 진단도구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CESD-R의 인도네시아 버전과 미니 키드의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자카르타에 거주하고 있는 16 ~ 18세 청소년 196명을 선별해 두 가지 진단도구를 작성하게 했다. 그리고 통계 분석 결과, 두 가지 도구 모두 우울증과 불안 증세 검사에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상담사나 간호사, 의사들이 우울증 검사를 위한 도구 사용에 필요한 기술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정신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1차진료 전문의도 중증의 정신질환자 대처법과 상담법을 훈련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은 국가적인 수준으로 높아져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을 가혹하게 판단하는 대신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그 결과, 낙인효과를 줄어들게 되고 더욱 많은 청소년들이 편안하게 도움을 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리서치페이퍼=손승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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