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해빙수, 빙하시대 해양 생명체 생존의 핵심이었다
수정일 2019년 12월 17일 화요일
등록일 2019년 12월 17일 화요일
차가운 해빙수는 빙하기 동안 해양 서식지의 '중요한 생명선' 역할을 했다(사진=123RF)
 

오로지 얼음으로만 뒤덮인 세상에서는 생명체가 생존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지구는 그동안 얼어붙은 시기를 여러 번이나 견뎌냈다. 

그렇다면, 초기 동물들은 빙하기에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을까? 최근 이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바로 빙하의 녹은 물인 해빙수, 빙하 융해수가 그 답이다. 연구를 진행한 맥길대학에 따르면, 차가운 해빙수는 빙하기 동안 해양 서식지의 '중요한 생명선' 역할을 했다.

눈덩이지구 이론

지구는 45억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특히 약 7억~6억 년 사이에는 일명 '눈덩이지구'라는 시기를 겪었는데, 지구의 지표면과 극지방에서 적도에 이르는 바다까지 모두 한때 얼음으로 덮여있었다는 가설이다. 

얼음 사막의 시대

맥길대학의 지구 및 행성과학과의 박사후 연구원 맥스웰 레치트에 따르면, 눈덩이지구는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했던 빙하기 가운데 하나다. 이 시기에 모든 얼음이 지구를 뒤덮은 것으로, 전문적인 용어로 '크라니오제니아기(Cryogenian)'라 일컫기도 한다. 특히 해양 생명체들에게 산소를 제공하는 바다가 모두 얼음으로 뒤덮이면서, 초기 생명체들이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는 주요한 관심사였다.

이와 관련, 레치트 연구원과 동료팀은 캘리포니아와 나미비아, 호주에 남아있는 암석들을 통해 조사를 수행했다. 암석은 빙하 퇴적물로부터 받은 철을 매우 풍부하게 지니고 있는데, 심했던 빙하기 동안의 환경 조건을 이해할 수 있는 지표 가운데 하나였다.

팀은 암석층 확보를 위해 지역 주민들이 제공한 지질학적 단서들과 지도를 활용, 암석 노두를 하이킹했다. 이후엔 자연적으로 발생해 고체로 남은 철분 형성물 내 화학 구조를 분석해 당시 바다 산소량을 추정했다. 산소에 의존했던 가장 초기 동물은 바다수세미로 추정됐다.

해양 순환은 지구가 완전히 얼어붙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사진=123RF)
 

산화융해수의 공급

분석 결과 연구팀은 크라니오제니아기 동안 '산소화된 융해수의 공급'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시기 사막은 모두 얼음으로 뒤덮여있었고, 바다도 산소 부족으로 해양 서식지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없었지만, 산화융해수가 생명체에 핵심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산화융해수의 공급은 지표면의 빙하가 떠다니기 시작한 지역, 즉 빙하 산소 펌프라고 불리는 곳들에서 발견됐다. 이는 기포가 빙하 얼음 속에 갇혀있다 녹으면서 물속으로 방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동물들이 극한 빙하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다.

연구팀은 또한 전 지구적인 동결이 먼저 발생했으며, 이후 동물의 진화와 눈덩이지구와의 연관성이 입증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에 혹독한 환경 조건이 동물들의 다양성을 보다 복잡한 형태로 자극했다는 이론을 세웠다.

레치트 박사는 다만, 이번 연구가 크라이오제니아기의 산소 이용성에 초점을 맞췄다며, 원시 진핵생물들 역시 생존하기 위한 식량이 필요했을 것이기에 이에 대한 추가 연구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바닷물이 용해된 철의 원천이었다는 점에서, 빙하수에서 진핵생물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오늘날 화학영양균은 용해된 철의 산화 작용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마그네슘과 철 같은 무기 분자의 산화를 통해 에너지를 수집하는 유기체 부류로, 먹이사슬의 출발점은 현대의 얼음 환경이 어떻게 복잡한 생태계를 수용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크라이오제니아기의 눈덩이지구에 대한 두 가지 미스터리를 풀었다고 평가했다. 먼저 하나는 지구 빙하기에 초기 동물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설명한 것이고, 두 번째는 10억 년이 지난 후의 지질학적 기록의 반환에 대한 설명이다.

지구의 완전한 동결, 무엇이 막았나

나사 고다드우주연구소(GISS)의 지질학자 린다 소흘 역시 이전 동료들과 함께 지구눈덩이 시기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소흘은 이번 맥길대학의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 크라니오제니아기를 시뮬레이션하면서, 지구의 평균 기온이 12도 아래로 떨어질 수 있었지만 완전히 얼지는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는 대양의 일부가 얼음이 없는 상태로 남아있다는 예측으로 이어졌다.

소흘은 이와 관련, '해양 순환'이 지구가 완전히 얼어붙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빙하가 대륙의 많은 부분을 덮고있었지만, 열대지방에서는 여전히 개방된 상태의 물이 존재했었다는 것이다.

한편 극지 연구를 지원하는 내셔널쇼 앤 아이스데이터센터는 당시 추위와 공존할 수 있도록 적응한 동물들이 존재했다고 밝혔다. 들소를 비롯한 엘크, 사슴 그리고 근육과 발굽을 통해 식물의 눈을 쓸어버릴 수 있었던 방목가축이다. 또한 눈덧신토끼와 같은 다른 동물들은 발가락을 벌리는 방법을 개발해 넘어지지 않고 깊은 눈 위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