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조니 뎁 가정폭력 가해자 아닌 피해자로...녹취록 공개 후 반전
수정일 2020년 02월 10일 월요일
등록일 2020년 02월 10일 월요일

지난 2016년 미국의 배우이자 모델 엠버 허드가 얼굴에 타박상을 입은 모습으로 법정에 출두해  남편 조니 뎁으로부터 신체적인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판사는 뎁에게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고 뎁은 그 주장을 반박했다.

 

2019년 4월에 뎁은 자신이 학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에 대해 일할 기회를 잃었다고 주장한 허드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다. 그런데 얼마 전 뎁과 허드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 파일이 공개되면서 이들 사건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녹취록에서 허드는 뎁을 때리고 조롱하며 "당신이 가정 폭력을 당했다고 말한다고 해서 누가 믿어줄 것 같아?"라고 말했다. 또 녹취록에서 허드는 자신이 뎁을 때린 것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 녹취록이 공개되자 뎁을 가정 폭력 가해자, 허드를 가정 폭력 피해자라고만 알고 있던 대중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많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조니 뎁을 위한 정의(#JusticeForJohnnyDepp)'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했다.

 

이 문제는 남성도 가정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사회의 심층 토론을 불러 일으켰다.

 

대부분의 경우 가정 폭력이라는 주제에 대해 우리는 남편으로부터 온갖 종류의 학대를 당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런 경험은 피해자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여성들이 트라우마, 불안, 우울증을 겪도록 만든다. 미국 여성의 51.9%가 삶의 어느 시점에서 신체적인 폭력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수치심, 두려움 때문에 신고하지 못하고 침묵한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여성 4명 중 1명, 남성 9명 중 1명이 친밀한 파트너로부터 신체적 폭력, 성폭력, 스토킹 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이들이 겪는 피해는 부상, 두려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있다. 또 여성 3명 중 1명, 남성 4명 중 1명은 심각성이 덜한 정도의 신체적인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 여기에는 뺨 때리기, 밀치기 등이 포함된다. 여성 7명 중 1명, 남성 25명 중 1명은 친밀한 파트너 때문에 부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캠페인 그룹 패리티가 발표한 2010년 '국내 폭력 : 남성의 관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아내나 여자 친구에 의한 남성에 대한 폭력은 대개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특히 언론은 이에 대해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04~2005년, 2008~2009년 사이의 조사에 따르면 가정 폭력 사건의 피해자 중 40% 정도가 남성이다. 남성의 16%는 16세 정도부터 가정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이 보고서는 "가정 폭력에 대해 대개는 남성 가해자, 여성 피해자를 상상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라고 알렸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남성들이 당하는 피해는 비물리적, 재정적, 정서적 피해가 57%로 가장 많았고 강제적인 피해가 45.7%, 협박이 28.7%, 스토킹이 18.1%, 외설적 노출이 2.4%, 성적 피해가 0.5%였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남성들이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기는 어렵다.

 

BMJ 오픈 저널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들이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그들이 남자이기 때문이다. 브리스톨대학의 앨리슨 헌틀리 연구원은 "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고정관념이다"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남성 피해자들은 가정에 헌신해야 하고 파트너를 염려하는 마음 때문에 모욕적인 관계를 이어갔다. 또 그들이 처한 상황을 도와줄 수 있는 서비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신고를 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영국 가정 폭력 피해자를 위한 자선 단체인 맨카인드 이니셔티브(ManKind Initiative)의 회장인 마크 브룩스는 "많은 사람들이 가정 폭력은 여성에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우스웨일즈대학 사라 월레스 연구원은 "남성에 대한 가정 폭력은 생각보다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남성들이 여성에 의해 학대를 당하리라고 생각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자세히 다뤄지지 않는다. 가정 폭력은 신체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욕설, 정신적인 폭력 등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치선 기자 ccs@transfin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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