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RLY] 호박벌, 가장 활발한 '꽃가루 매개자'로 밝혀져
수정일 2020년 02월 11일 화요일
등록일 2020년 02월 11일 화요일

꽃의 번식을 좌우하는 수분이 시골에 비해 도시에서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도시의 꽃가루 매개자 중 가장 부지런히 활동하는 것은 호박벌이었다.

 

독일 통합생물다양성연구센터(iDiv)에 따르면 시골 지역보다 도시에서의 꽃 수분율이 높다. 꽃가루 매개자가 시골에서 더 다양하지만 호박벌 덕분에 도시에서 서식하는 꽃의 수분율이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꽃과 식물은 유성 및 무성으로 번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번식 방법이 진행될 때 특정 곤충이 중개자로 작용하면 번식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즉, 번식 기회를 기다리는 대신, 곤충이 꽃과 식물을 오가며 꽃가루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곤충을 꽃가루 매개자라고 부른다.

 

꽃가루 매개자는 한 식물의 꽃가루를 다른 식물종의 암술머리로 이동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 때문에 꽃의 앞술머리에서 번식이 이뤄지고 다음 식물이 자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꽃가루 매개자는 이런 일을 한 대가로 꿀이나 화분립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모든 꿀이나 화분립은 곤충 유충을 먹이는 데 사용된다.

 

한편 호박벌은 유능한 매개자이지만 유일한 매개 곤충은 아니다. 꽃가루 매개자로 활동하는 또 다른 곤충으로 나비와 딱정벌레, 파리가 있다. 그리고 박쥐나 주류도 다양한 식물을 옮겨 다니며 수분 활동을 한다.

 

꽃가루 매개자는 야생 식물을 번식하는 기능 외에 매년 농지의 생산량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사람들이 재배 및 수확하는 대부분의 농작물은 자연 매개자에 의존하고 있다. 과일과 견과류, 채소 같은 농작물은 동물 매개 수분을 통해 성장 및 번식한다. 따라서 꽃가루 매개자가 사라진다면, 전세계 식량 공급망은 고갈될 것이다.

iDiv 연구팀은 도시와 시골 지역의 수분율 격차를 발견했다. 시골 지역의 꽃가루 매개자가 훨씬 다양하지만, 도시에 호박벌 개체수가 많기 때문에 수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도시의 호박벌 개체수가 수분 활동의 핵심 요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도시에 호박벌이 많아진 원인은 도시의 풍경에 있다.

 

“도시 사람들은 끊임없이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벌은 방향성과 학습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길을 찾는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파리나 나비는 이 같은 능력이 떨어진다.”고 로버트 팩스턴 교수는 설명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토지 사용과 곤충 매개자 간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도시와 지방의 토지 사용이 벌이나 나비, 파리 같은 수분 매개자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이를 위해 도시에서 식물원과 공원 같이 꽃나무가 풍부한 장소와 자연의 꽃이 많은 시골 지역을 비교 조사했다.

 

다음으로 해당 지역에 날아오는 곤충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붉은 토끼풀과 덫을 활용했다. 이 방법으로 연구에 사용된 모든 지역에서 수분율을 평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매일 20회씩 붉은 토끼풀에 날아드는 곤충 수를 기록할 수 있는 장치도 설치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가장 성공적으로 수분을 한 식물은 주로 도시에 있었다. 시골보다 도시의 식물에 더욱 많은 매개자들이 찾아든 것이다. 곤충 개체수를 조사한 결과로는 도시보다 시골 매개자의 다양성이 더욱 컸다. 특히, 시골에는 도시보다 많은 나비와 파리가 서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붉은 토끼풀 수분 과정에서 나비 및 파리의 생물다양성은 효과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도시의 많은 벌이 붉은 토끼풀을 효과적으로 수분시켰다. 벌은 모든 도시 전역에서 꽃을 가장 많이 찾는 곤충이었다.

 

나비와 파리에 비해, 벌은 도시의 역동적 분위기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벌은 노출된 토양과 죽은 나무, 벽의 구멍 틈새에서도 생존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도시 공원과 꽃이 풍부한 지역은 벌의 식량 공급원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벌의 번식에도 도움이 됐다.

 

시골 지역에서 수분율이 낮은 것도 시골 배경의 변화와 관련이 있었다. 자연 환경이 훼손되자 수분 매개자들은 충분한 번식처를 찾을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시골의 벌조차도 다양한 꽃과 식물을 효과적으로 수분할 수 없었다.

 

미국에서 관리했던 벌꿀 군집의 37.7% 가량이 2018 ~ 2019년 겨울 동안 소실됐다. 소실률은 전년도에 비해7% 늘어났다.

 

양봉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8 ~ 2019년 겨울철 기대 소실률은 22.2%로 전년도 20.6%에 비해 증가했다. 그리고 11년 평균 소실률인 17%보다도 한참 높았다.

 

이번 연구로 사람의 목적으로 토지를 전환했을 때 균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이룬 균형 덕분에 꽃가루 매개자는 사람이 주로 점유하고 있는 지역에서 새로운 서식지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더욱 많은 꽃가루 매개자가 생겨난다면 농작물 수확량도 더욱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도시의 과일과 식물에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치선 기자 ccs@transfin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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