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TH CRISIS] 전세계 '벌'들이 사라진다...살충제·기후변화 등이 원인
수정일 2020년 02월 12일 수요일
등록일 2020년 02월 12일 수요일

지난 30년간 벌의 다양성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이같은 감소세가 전세계적인 추세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특히 1990년대에는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벌 진화 생태학자인 마르가리타 로페즈-우리베는 이번 연구와 관련해 "벌의 감소 추세는 세계적인 과정이며 최근 몇 년간 가장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시사하는 최초의 연구"라고 자평했다.

 

연구는 전 세계 곤충 수집 기록의 가장 포괄적인 데이터세트를 보유한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의 자료 분석을 통해 이뤄졌으며, 연구팀은 여기서 벌의 다양성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를 조사했다.

▲벌의 다양성이 감소하면서 생태계에도 치명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전 세계의 벌들의 상황에 대한 자료는 여전히 부재하다. 일부 연구에서는 벌의 개체수가 줄었다고 주장하지만, 결과는 연구가 진행된 지역에만 한정돼 있어 전체 글로벌 추세를 파악하기란 어려운 것.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수십 년간 관찰된 벌의 수가 증가한 것으로, 이는 아마도 여러 논문과 연구의 수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번 새로운 분석에 따르면, 벌 종은 과거 1950년대보다 더 적어졌다. 당시 수집가들은 연간 약 2만 2000마리의 벌들을 추가로 기록했는데 이는 1900여 종의 규모로, 10년 간 5600여 종에 이르는 전 세계적인 채집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후 샘플 표본의 연구를 통해 약 6700여 종이 야생에서 관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0년에 와서는 평균 3만 7000여 종에서 연평균 860여 종으로 급감, 3400여 종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같은 벌에 대한 연구들은 유럽과 북아메리카에만 한정됐다. 예를 들어, 이들 지역에 서식하는 꿀벌의 수는 해당 지역에서 감소하고 있지만 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같은 다른 지역에서는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행된 새로운 연구에서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대륙에서 벌의 종 수가 감소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그리고 이러한 감소의 상당수는 1990년대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호주의 인근 섬은 예외로 두고 있는데, 이 섬에서는 평균 종의 수가 2000년대에 약 300종에서 500종으로 증가하다 10년 후에 다시 300종으로 감소한 흔적을 보였다.

 

에두아르도 자타라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벌의 다양성 손실은 지역적 문제가 아니라 "더 큰 전세계적인 추세의 일부"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자연에서 벌들은 환경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음식 농작물을 수분시키는 것으로, 꽃가루를 한 식물에서 다른 식물로 옮겨 과일과 채소 혹은 씨앗의 번식을 돕는다. 

 

이들의 이같은 탁월한 수분 능력에도 불구, 벌이 멸종된다면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붕괴시키고 결국에는 전 세계 식량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런던 왕립지리학회가 이 작은 생명체를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생명체로 선언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야생동물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은 벌들을 멸종위기에 처한 종으로 분류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거의 90%의 벌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곤충학 연구원인 필립 돈커슬리는 그러나 벌 종뿐만 아니라 곤충의 다양성에도 감소의 주요 원인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가령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다.

 

침입종

전문가들은 전 세계 꿀벌 서식자 감소의 주범으로 침입종과 기생충, 병원균 등을 지목했다. 한 예로 '등검은말벌'은 한 마리로도 벌집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데, 유럽에 퍼져 꿀벌들을 잡아먹으면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벌들은 과거 곰팡이나 세균성 질병같은 병원체와도 공존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살충제에 대한 노출 증가로 면역체계가 손상되면서, 이러한 질병에 대한 벌들은 손실되는 추세다.

 

▲살충제 = 살충제는 약에 함유된 화학성분으로 인해 벌들에게 명백한 위협이 되지만, 제초제는 농부들이 더 많이 사용하면서 문제가 된다. 제초제가 벌들이 먹이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야생 식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돈커슬리는 또한 시 당국과 민간 정원사들이 사용하는 화학물질 역시 벌과 다른 곤충에게 해로울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기후변화 = 지구 온도의 상승은 일부 벌들만 이 특정 온도 범위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만든다. 즉 여러 벌들이 번성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따뜻해지면서 온난해진 서식지가 일부 종들로 하여금 생활 공간이 제한되더라도 더 높은 고도에서 살도록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식지 손실 = 서식지 손실은 농부들이 토지를 농업 목적으로 전환할때 발생한다. 이는 생물 다양성과 수분작용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과정으로, 농사를 위해 땅을 개간하는 작업이 벌의 둥지를 틀 공간을 파괴하고 먹이를 빼앗기 때문이다. 야생 조류와 포유류, 양서류 같은 다른 종들에게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벌 감소의 원인 중 많은 것들이 상호 관련돼있다. 그리고 이러한 복잡성으로 인해 문제를 해결하기는 더욱 어렵다. 하지만 아예 해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가장 두드러진 두 가지 원인인 살충제와 서식지 감소에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에 맞는 보호 노력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다음과 같은 간단하고도 효과적인 방법들을 통해 전세계 벌들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가장 위험한 살충제의 사용을 금지한다 ▲서식지 보호를 통해 벌과 다른 꽃가루 매개체의 건강을 보호한다 ▲생태농업을 복원한다.

 

그린피스는 특히 야생 서식지를 보존하고 벌들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식량 생산을 안정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정책 경향인 생태농업을 강조했다. 생태농업으로 농민들이 대규모 작물을 피하고 생태계 다양성을 보존함으로써 곤충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최치선 기자 ccs@transfin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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