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EKA] 현대인 조상 '호모 에렉투스' 마지막 흔적 발견
수정일 2020년 02월 14일 금요일
등록일 2020년 02월 13일 목요일

현대인의 직계 조상 중 하나로 여겨지는 호모에렉투스의 멸망 시기는 오랫동안 학자들의 주된 관심거리였다. 그리고 최근 연구에서는 이들의  마지막 거주지가 인도네시아 자바의 응간동이라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러셀 시오촌은 이곳에 호모에렉투스의 마지막 모습에 대한 흔적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자바 응간동은 호모에렉투스가 마지막으로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 장소다(사진=123RF)

호모에렉투스는 현대인과 비슷한 신체 비율을 가진 가장 오래된 초기 인간이다. 키는 4피트 9인치에서 6피트 1인치 사이, 그리고 몸무게는 약 88~150파운드 정도로,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주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현장에서의 보다 정확한 기간을 파악하기 위해, 호모에렉투스 뼈가 발견된 동일한 뼈대에서 채취한 동물 화석을 연대 측정해 이 지역의 시간을 기록했다. 또한 부지 주변의 지형을 연대 측정해 이들의 최후 기간에 대한 정확한 기록도 결정했다. 이들 지형의 대부분은 주로 응간동 위와 아래쪽의 강 테라스로, 이에 연구팀은 남부 산맥의 동굴에서 나온 석순을 연대 측정해 언제 산이 처음 생겨났는지도 평가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연구팀은 솔로강이 응간동 지역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시기와 언제 강 테라스 순서가 생성됐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현장 및 주변에서 수집된 모든 증거들을 분석한 결과, 52년이라는 새로운 연령 추정치가 나왔다. 결론적으로 호모에렉투스의 마지막 존재는 10만 8000년에서 11만 7000년 전 사이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시오촌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이 날짜 배열들이 모두 일치한다"며, 연대가 매우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자평했다. 이어 이는 단지 마지막 발생에 대한 날짜에 불과하다며, 멸종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호모에렉투스가 다른 어느 곳에서 정해진 기간보다 늦게까지 살았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뉴욕대학의 고생물류학자 수전 앤톤은 호모에렉투스가 이번 연구에서 추정된 시기보다 1만~2만 년 전 혹은 그 이후에 자바에서 살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추가 조사 후에도 그대로 일관되게 나타난다면, 호모에렉투스의 마지막 발생 기간은 수 년간의 혼란끝에 막을 내리게 될 수 있다. 

이번에 분석된 응간동 표본은 1931~1933년 사이 발굴된 2만 5000여 개의 화석 중 일부로, 12개의 머리덮개뼈와 2개의 하퇴골이다. 이들은 모두 발견된 이래로 응간동 퇴적층 형성 과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불러일으켰다. 화석의 정확한 위치에 대한 혼동이 가중됐으며 연대 추정치에서도 큰 대조를 보인 것이다.

한 예로 지난 1996년 이루어진 연구에서는 이들 화석의 연대가 5만 3000~2만 7000년 전으로 추정됐었다. 이는 호모에렉투스가 호모사피엔스와 인도네시아에서 함께 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후 2010년에 발표된 다른 분석에서는 추정 연대가 더욱 늘어나면서, 자바 화석의 연대는 55만 년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야했다.

시오촌은 그러나 이번 발견과 관련해, 호모사피엔스와 호모에렉투스의 시기가 겹쳐졌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최초 정착민이 7만 3,000년 전에 발생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반해 호모에렉투스의 마지막 발생은 최소 3만 5000년 전으로, 이때는 해당 종이 약 160만년 전에 자바에 도착한 후였다.

레이크헤드대학의 고인류학자 매튜 토체리는 이번에 나온 새로운 연대표와 관련해, 최소 3개의 멸종된 호모 종이 동남아시아의 일부를 점유하고 있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떠나는 여정을 시작하는 동안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토체리는 "이제는 호모사피엔스가 동남아시아에 처음 도착했을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모에렉투스는 지구를 거의 200만 년 동안 떠돌면서 여러 대륙에 정착하다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같은 긴 생존 기간은 이들이 새로운 인간 집단과 지구에서 함께 공존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이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는데, 이에 대한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기후 변화다. 기후 변화가 종의 죽음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추정이다.

응간동에서 발견된 동물 유적은 이를 잘 보여준다. 특히 사슴과 물소의 솟과 조상, 그리고 자바의 밴팅 들소들의 화석은 이들이 아프리카처럼 개방된 삼림 생태계에 서식했으며 응간동의 환경도 이와 유사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는다.

시오촌은 "그 후 약 12만 년 혹은 13만 년 전 기후 변화가 발생했으며, 이 열대림의 식물들은 자바 전역으로 퍼져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모에렉투스는 적응할 수 없었다. 호모사피엔스를 제외한 다른 초기 인류는 열대우림에서 살도록 적응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고생물학자이자 스미소니언의 인간 기원 프로그램 책임자인 릭 포츠는 호모에렉투스가 "인간 진화 역사에서 상징적인 종 중 하나"라고 묘사했다. 역사에 관한한 이들은 항상 현대의 인간 가계도에서 두드러진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호모에렉투스는 초기 호모에렉투스의 개체군에서 유래한 호모사피엔스 등 다른 모든 종들을 통해 지속됐기 때문에, 인간 가계도의 가지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종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치선 기자 ccs@transfin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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