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는 한 엄마의 친권을 박탈해달라는 청원이 등록 되었다. 사정을 자세히 살펴보니 조현병 환자의 역주행 사고로 결혼을 앞두고 숨진 피해자의 친모가 30년 만에 나타나 사망보험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원을 올린 것은 숨진 피해자의 사촌언니이다. 사망보험금을 요구하고 있는 친모는 30년 전 여성이 1살 때 이혼하고 떠나 지금까지 연락도 없었고, 피해자의 친부는 여성이 5살 때 이미 사망한 상황이었다. 고아가 된 피해자는 고모와 고모부 집에서 한 가족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런데 오랜 시간 자식을 방치 해 온 엄마가 피해자의 사망 보험금을 달라며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여기서 친모는 피해자의 친권자로서 사망보험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법에 의하면 친모는 피해자의 유일한 상속자이고, 사망보험금을 100% 상속받게 되는 것이다.  

매정한 부모의 상속권 주장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천안함 침몰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군인에 대해 이혼 후 연락이 끊긴지 27년 만에 친모가 나타나 보험금을 상속해 간 사건도 있으며, 경주리조트 체육관 붕괴로 사고한 피해자의 친모가 법적 친권을 이유로 보험금의 반을 받아간 사실이 있다.  

우리 민법은 상속관계에 대하여, 특히 상속결격사유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즉, 민법 제1004조에 열거되어 있는 5가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속인의 상속권이 보호된다. 이는 상속결격 여부를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고,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기 위함이다. 따라서 위 사례들과 같이 자식을 오랜 기간 동안 방치하는 등 피상속인을 제대로 부양 하지 않았다는 점은 상속권 박탈 사유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법과 일반 감정 사이 괴리가 발생한다. 매정한 부모의 법적 권리 행사를 좋은 시선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민법이 정하고 있는 상속인의 권리 주장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양을 제대로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할 것인가, 이 역시 쉽지 않은 문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부모를 제대로 부양 않은 자식의 상속권을 제한하자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사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또 속사정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위 사례와 무관하지만 긴 시간 자녀와 연락이 끊겼던 데에는 누군가의 방해와 같은 말할 수 없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 있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부양에 소홀한 부모의 권리를 제한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만은 능사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법정에서 당사자들, 공동상속인들이 제반 사정 및 자신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함으로써 법관들이 사안에 따라 유동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한편 법률사무소 소담의 서교준 변호사는 "갑작스런 피상속인의 죽음으로 준비 없이 상속이 개시되면서 예기치 못한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럴 때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감과 함께 급작스런 문제에 직면하면서 겪는 혼란 등으로 감정적 대립이 심화되기 쉽다"며 "혼자 고민하고 해결하려다 오히려 일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로부터 법률적 조언을 받고 함께 방안을 강구하기를 권유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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