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동물들 앞에 거울을 가져다 놓으면 그 모습이 자기 자신이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유인원이나 돌고래, 코끼리, 까치 등은 만 2세 전후의 어린이들처럼 거울 속 자신을 인지한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특별히 훈련을 받은 붉은털 원숭이가 거울의 작동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국 뉴욕 헌터 칼리지 (Hunter College)의 인지심리학자 다이애나 라이스(Diana Reiss)는 "일종의 인센티브를 주는 훈련을 했더니 붉은털 원숭이가 거울 속 모습이 자신임을 알아보았다"고 밝혔다.

그가 행한 거울 자체 인식 테스트(MSR)는 동물의 머리나 어깨에 특정 색이 달린 표식을 붙인 후 동물이 거울을 보고 그 표식을 문지르면 먹이로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다만 일부 학자들은 이 같은 실험이 동물이 거울의 작동 원리를 이해한다는 것을 증명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음식이라는 '보상' 때문에 표식을 문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해 학회의 신경 생물학자인 푸 무밍(Poo Mu-ming)은 "동물이 거울을 간단히 사용할 수 있는 것과 그 모습이 자신임을 인지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푸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3마리의 붉은털 원숭이에게 집중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각각의 원숭이는 거울을 바라보는 의자에 앉아 있고, 연구자들은 임의의 위치에 빨간색 레이저 포인터를 발사했다.

원숭이가 점을 만질 때마다 이들은 먹이를 주었는데, 때로 이들은 거울만을 이용해 점을 볼 수 있었다.

"원숭이는 거울 속의 손이 그 자신의 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점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다"고 푸 박사는 설명했다.

한편 대조군으로 정해진 3마리의 다른 원숭이에게는 훈련 과정이 시행되지 않았다.

수 주간의 훈련 끝에 연구팀은 각 원숭이에게 뺨이나 눈썹에 무취의 적색, 검정색 또는 녹색 점을 찍고 전신거울이 있는 우리에 넣어 MSR 테스트를 실시했다.

훈련된 원숭이들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표식을 문질렀고,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국립 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3일자에 게재됐다.

이 원숭이들은 테스트를 하지 않을 때에도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몸을 관찰하고 입을 벌려 치아를 살펴보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한편 훈련을 받지 않은 대조군의 원숭이들은 이 같은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라이스 박사는 "거울 속 자신을 인식하는 동물들조차도 훈련이 있어야만 거울의 작동 원리에 대해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틀랜타 에모리 대학의 영장류 학자 프란스 드 와알(Frans de Waal) 박사는 "훈련을 받지 않은 원숭이는 계속해서 테스트에 실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 박사 연구팀은 추후 미러링 과정에서 원숭이의 두뇌를 스캔하여 그 과정에서 어떤 두뇌 회로가 변하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또한 그는 다른 종류의 동물들에 대한 거울 실험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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