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차코 캐니언(Chaco Canyon)은 고대 푸에블로 문화의 중심지로 지금도 수많은 유물이 출토되는 유적이다.

푸에블로인들은 2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미국 남서부의 광활한 지역을 지배했으며 차코 캐니언은 800~1250년경까지 종교의식과 무역, 정치 활동 등으로 번성해 왔다.

최근 이 곳에서는 희귀한 조개껍질들로 둘러싸인 40세 남자의 유골이 출토됐는데 그의 곁에는 1만1000개 이상의 청록색 구슬과 펜던트도 나왔다.

연구팀은 이 남성의 뼈에서 나온 고대 DNA와 그와 함께 묻힌 다른 13명의 DNA를 분석한 결과, 엘리트 계급으로 보이는 유골의 가계가 모계를 통해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대 문명의 대부분 사회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계급이나 지위가 이어지는 부계사회였다. 그러나 터키의 라이시안을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는 모계 사회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연구팀은 오랫동안 북미에서 가장 규모가 큰 문명을 이뤘던 차코안 지역이 남녀와 계급이 평등한 사회였는지, 혹은 확실한 엘리트 계층이 있었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 왔다.

펜실베이니아 주립 대학의 고고학자 더글라스 케넷 교수팀은 푸에블로 보니토(Pueblo Bonito)에서 발견 된 유물을 분석, 미국 박물관에 보관해 오고 있다.

뉴욕시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DNA 시퀀스를 분석했으며 연구팀은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법을 이용해 시신이 묻힌 순서를 찾을 수 있었다.

그 결과 가장 오래된 유골은 약 800년경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며, 가장 최근의 유골은 1130년경 차코안 사회가 붕괴되기 직전의 것이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미토콘드리아 DNA를 관찰하자 유골들 중 9명이 같은 미토콘드리아 DNA를 공유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당시 사회의 가계가 할머니, 어머니, 딸로 이어지는 모계를 통해 유지됐음을 의미한다.

케넷 교수는 "이 개체들 모두가 똑같은 지하실에 있고 동일한 미토콘드리아 DNA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모계의 혈통을 통한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 묘지가 정교하게 만들어진 엘리트 계층의 묘지라는 사실은 사회적 지위와 지배권이 어머니에서 딸에게 전달되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뉴욕 시립 대학교(University of New York)의 법의학 인류학자인 안젤리크 코르달은 이 논문에 대해 "사회 구조를 판단하기 위해 생물학적 데이터를 사용했다는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그러나 저자들은 고고학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를 모두 사용해 자신의 주장을 매우 설득력 있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샌 안토니오에 있는 텍사스 주립대학의 인류학자 로버트 하드는 "이 결과는 고대 DNA 연구의 힘을 보여주는 동시에, 특정 집단의 일부 구성원이 사회의 대부분의 구성원보다 훨씬 명성이 높은 엘리트 계층 구조를 형성했다는 점을 밝혀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 유적은 오직 하나의 엘리트 가족의 예를 보여주는 것일 뿐, 차코안 사회 전체의 모습을 찾아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푸에블로 보니토(Pueblo Bonito)의 다른 지역에서 얻은 추가적인 DNA 샘플은 이 아홉 명의 가족이 보여준 패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드 박사는 "가령 다른 유골들이 다른 모체에서 유래했는지, 혹은 같은 패턴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묻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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