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예방을 목적으로 개발된 백신이 예방 대신 치료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이알시카이사(IalthiCaixa) 에이즈 연구소에서는 지난주 에이즈 바이러스에 이미 감염된 5명의 환자에게 백신을 접종했다.

연구소의 임상의학자 베아트리츠 모데 박사는 "백신을 접종한 환자들에게서 T세포의 바이러스 조절 기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집중적인 노력과 방대한 투자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HIV 감염을 예방할 백신 개발은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항바이러스 백신(antiretroviral, ARV) 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감염된 사람들이 수개월 또는 수년간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할 수 있는 소위 치료용 백신을 테스트했다.

모데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토마스 행크가 만든 HIV Oxford 대학의 Tomáš Hanke가 만든 HIV 백신을 실험에 이용했다.

연구 참여자 13명은 ARV를 평균 3.2년 동안 복용해 왔으며, 모두 감염 후 6개월 이내에 치료를 시작했다.

이들은 표준검사에서 HIV가 검출되지 않는 수준이었으며,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정밀검사에서는 모든 감염자의 HIV를 탐지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HIV에 감염된 세포의 상대적으로 작은 '저장고'를 남겨두고 HIV를 억제하는 기능을 염색체에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론화했다.

만약 ARVs 복용이 중단되면 백신 접종의 도움을 받아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치료를 하는 셈이다.

3회의 백신 접종을 받은 후, 참가자들은 ARV 복용을 중단했고 4주 안에 바이러스가 8명에게서 다시 발견됐다.

그러나 나머지 5명은 치료를 중단한 상태에서 6~28주 사이에야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났다. 또 바이러스의 수치는 ARV 재시작 기준인 밀리리터 당 2000카피를 넘지 못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HIV/AIDS 임상의의자 연구원인 스티븐 딕스는 "지금까지 50 회 이상의 치료 백신 임상 시험 중 면역계를 유의미한 방식으로 회복시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연구 결과를 "조심스럽게 낙관할 수 있는 데이터"라고 말하며 향후 추가 연구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국립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의 면역학자 다니엘 두엑은 "결과는 고무적이지만, 연구의 통제되지 않은 성격과 대상자들이 이미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점 등을 보면 그 효과를 실제로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모데 박사는 그러나 감염 후 곧 ARV 복용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전 치료 중단 연구에서 4주 이상 바이러스가 억제된 경우는 10%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HIV는 악의적으로 변이함으로써 면역 공격 및 백신을 피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실험 성공 요인이 백신이 HIV 바이러스를 억제했기 때문이 아니라 덜 공격적인 형태로 변하게 한 데 있다고 보기도 한다.

호주 멜버른의 피터 도허티 연구소 책임자인 샤론 르윈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실험 참가자들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더 대규모의, 엄격한 시험을 수행함으로써 더 의미 있는 결과를 끌어내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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