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prit de L'escalier"란 나중에 생각난 재치있는 말을 뜻한다(사진=셔터스톡)

누구나 격렬한 언쟁이나 혹은 장난기 가득한 농담이 끝난 후에야 놓친 순간을 후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종종 '그때 이렇게 말했으면 좋았을 것을'이라고 안타까워하는 순간들이다. 

이러한 상황을 이르는 프랑스말이 있다. 바로 '사후의 지혜'를 뜻하는 "L'esprit de L'escalier"로 가령 나중에 생각난 재치있는 말로 풀이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사후약방문'이나 '말 잃고 외양간 고친다', 혹은 '기차 떠난 뒤에 손 흔든다'라는 말이 있지만, 보다 냉소적인 의미로서의 표현에 가깝다.

물론 삶을 살아가면서 항상 적시에 재치있고 설득력 있는 말로 응수하기란 매우 힘들다. 대부분은 당황하거나 재치있는 말을 생각해내지 못해 후회하기도 하는데, 프리스타일 랩을 구사하는 래퍼들이나 즉석 스탠드업 코미디에 특화된 예능인들이라면 조금 더 유리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반인들이라도 다양한 훈련과 상황적인 대처를 통해 충분히 이러한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L'esprit de L'escalier, 언제 생겨났나?

이 용어는 18세기 프랑스 작가이자 철학자인 드니 디드로가 1773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디드로는 당시 자크 네케르 재무총감과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이때 네케르의 말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는 것. 그리고 이후 계단에 이르러서야 다시 한번 분명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재치있고 위트있는 멘트, 잘 하고 싶다면?

미디어 매체 멘탈 플로스에 따르면 이같은 사후의 지혜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여러 고려 방안이 있다. 

1. 상대편 말을 끝까지 다 들어라

자신이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지 말고 상대의 말에 더 많이 집중하는 것이다. 연설 코치인 짐 토슨은 상대의 말을 끝까지 다 들으면서 자신의 말을 미룬다면, 이후 더 정확하고 효과적인 멘트를 구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라

너무 많이 혹은 오래 생각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픽의 벨리나 래피 최고경영자(CEO)는 너무 많이 생각할 경우 현재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래피는 종종 즉흥적인 기술이 필요할 때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바로 현재 이뤄지는 순간에 초점을 맞추고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대를 판단하지 말고 몇 초간 여유를 두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사진=셔터스톡)

3. 재치있는 대응 연구 및 훈련

역사상 가장 재치있는 입담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인물들은 보통 자신이 적절한 시기에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위트있는 멘트들을 연구하고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다. 평상시 위트있는 단어나 구어들을 기억하고 있다가 사용할 기회가 생겨났을 때 비로소 다 끄집어 내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윈스턴 처칠이 있다. 국립처칠박물관의 이사이자 수석 큐레이터 팀 라일리는 처칠이 사용한 명언들이 애당초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닌 평상시 연구하고 기록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적절한 순간에 빠르게 기억해내 사용했다는 것. 이는 처칠이 타이밍의 귀재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말한 말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내용 가운데 하나는 정치인 베시 브래독이 처칠에게 "당신 술 취했다, 게다가 한술 더떠 역겹도록 취했다"고 모욕했을 당시의 대응이다. 

당시 처칠은 이 말을 듣고 "베시, 당신은 못 생겼다, 게다가 한술 더떠 역겹도록 못생겼다. 그런데 내일 나는 술이 깰 것이지만 그때도 당신은 여전히 역겹도록 못생긴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때로는 재치있는 말들이 바로 즉석에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할 때도 있다. 뉴욕시 랩퍼이자 DJ인 일스포킨(iLLspokin)은 자발적인 즉석 멘트를 훈련하고 준비하는 것이 사회생활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근육의 유연성과 비유해, 매일매일 근육을 구부리며 유연성을 더하는 연습을 하면 근육이 즉흥적으로도 구부려질 가능성은 증가한다고 말했다.

4 내면의 비평가는 접어라

이처럼 즉흥적으로 재치있는 말을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자신을 덜 구속하며 마음에 걸리는 것 없이 모두 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때 상대의 말을 비판하려고 하는 내면의 목소리는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다. 

5. 잠시 쉬어가라

열띤 논쟁이나 대담, 혹은 재밌는 대화로 흥분 상태에 이르면 어설픈 대응으로 자칫 분위기를 망칠 수 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일컫는 독일어로 'Treppenwitz'라는 말이 있다. 이 말 역시 나중에 생각난다는 개념이지만, 하지 말았어야할 말을 후회한다는 면에서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다. 이에 오히려 몇 초간의 여유를 가지고 대응한다면 더 인상적이고 효과적인 말들을 구사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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