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은 인간과 자연에 매우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연 현상이다(사진=픽사베이)

과학자들이 핵폭탄 투하로 허리케인을 약화시키는 아이디어는 구조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다시 한번 더 못 박았다. 

보험정보연구소(III)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상청이 감지한 허리케인은 모두 8개로, 그중 2개는 본토에 상륙해 4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017년에는 모두 10개의 허리케인 중 4개가 상륙, 147명이 사망했다. 근 10년간 가장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 시기는 14년 전인 2005으로, 당시 감지된 총 15개의 허리케인 중 7개가 미국 본토를 강타하며 무려 1,518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허리케인 도리안의 상륙을 막기 위해 핵폭탄을 투하하자는 다소 의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 대서특필되자 이후 자신이 제안했다는 것을 부인했지만, 과학자들은 이 제안이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이미 60년 전인 1960년대 중반과 1980년대 초반에 이 같은 아이디어가 있었다는 것. 그러나 답은 간단했다. 핵무기로도 허리케인은 막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허리케인, 핵무기로도 중단 못해

허리케인은 보통 북대서양 그리고 동태평양의 따뜻한 물에서 형성되는 최대 풍속인 119km/h 이상의 열대저기압을 뜻한다. 따뜻한 수분이 상승하면서 에너지가 방출, 이에 뇌우가 발생하면서 나선형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뜻한 공기가 응축되면서 구름이 상부 대기층에 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허리케인은 바다뿐 아니라 인근 도시 전반을 휩쓸며 강력한 파괴 에너지를 방출한다. 인간은 물론이고 자동차 및 도로 표면, 건물 등 모든 것들을 파괴한다. 이는 핵무기를 사용해 허리케인의 힘을 약화시키자는 아이디어가 완전히 기괴한 생각으로만 들리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립해양대기국(NOAA)는 핵무기로도 허리케인은 중단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허리케인이 핵폭탄보다 더 강력하기 때문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핵폭탄 아이디어는 1960~1970년대 사이에 이미 충분히 조사되고 연구된 바 있다. 당시 이 아이디어는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던 주제였는데, 미 정부 역시 수많은 테스트를 실시하며 어떠한 인공적인 힘으로 허리케인을 약화시킬 수 있을지에 몰두했다. 

허리케인의 강력한 에너지는 핵무기로도 막을 수 없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스)

그러나 허리케인이 본토에 상륙 전 그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 어떤 요소도 발견할 수 없었다.

NOAA는 허리케인에 대한 핵폭탄 연구가 6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스톰퓨리'라는 프로젝트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접근하고 있는 허리케인의 강도를 줄이는 것으로, 인공강우 기법인 구름씨뿌리기(구름에 인공적인 영향을 주어 비가 내리게 하는 것)를 활용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과학자들은 구름씨뿌리기가 허리케인의 원래 눈벽 주위에 새로운 눈벽을 생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이론화했다. 그리고 새로운 눈벽이 기존의 눈벽을 수축 및 붕괴시켜 결과적으로 허리케인의 강도를 감소시킨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연구는 더 큰 장애물에 부딪혀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바로 시속 185km 이상의 바람을 동반한 사이클론, 즉 3등급 허리케인같은 강력한 단일 폭풍우에서 두 개 이상의 허리케인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핵무기보다 더 강한 허리케인

당시 핵무기로 허리케인을 막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던 샌디아 국립연구소 기상학자 잭 W. 리드 박사는 핵미사일이 허리케인의 에너지를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당시 미국의 첫 수소폭탄이 20마일 이상의 거대한 공기 기둥을 하늘로 쏘아올리자 이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핵무기로 허리케인의 눈벽에 있는 따뜻한 공기를 끌어올려 그 자리를 차가운 공기로 채우고 폭발로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이론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허리케인의 엄청난 에너지 방출과 방사능 낙진이라는 두 가지 파괴적인 요소가 있었다.

첫 번째로는 엄청난 에너지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강도의 허리케인이라도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완벽한 세력을 확장한 허리케인은 20분마다 10메가톤과 같은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이에 시속 250km인 5등급 허리케인을 시속 160km의 2등급 허리케인으로 줄인다고 치면, 직경 40km의 허리케인의 눈에 50억톤 이상의 공기를 추가해야하지만 핵무기는 이러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두 번째로는 방사능 낙진이다. 핵미사일이 허리케인의 눈으로 발사되면 하늘에는 방사능이 퍼지게 된다. 미사일이 사이클론에 맞부딪치든 그렇지 않든 방사능 물질은 무역풍을 통해 여러 지역으로 쉽게 분산될 수 있어, 이는 엄청난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외에 재정적 영향이 있다. 허리케인은 경제적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매 20분 마다 핵탄두와 비슷한 에너지 수준을 발생시키지만, 인간이 이를 막기위해서는 수 백만 달러의 추가적인 비용을 써야한다. 게다가 엄청난 돈을 써 쏘아올린 탄투 하나가 자칫 빗나가면 그로 인한 파괴적 영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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