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大, 도마뱀 연구로 '볼드윈 효과' 증명
수정일 2019년 10월 15일 화요일
등록일 2019년 10월 15일 화요일
다윈설에 따르면, 생존에 필수적인 변이가 가능한 유기체만 진화에 의해 선택받을 수 있다(사진=픽사베이)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진이 도마뱀을 연구한 결과 볼드윈 효과가 작용하는 방식을 설명해냈다.

네오다위니즘 즉, 신다윈설은 다윈의 개체변이 유전이 잘못됐음을 지적하는 학설로, 변이의 원인이 개체변이에 있지 않고 자연선택에 있다고 주장하는 학설이다. 신다윈설에 따르면, 생존에 필수적인 변이가 가능한 유기체만 진화에 의해 선택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또 다른 진화론상의 의문점을 남긴다. 자연선택으로 복잡한 적응을 거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종이 어떻게 다양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 새로운 환경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미세하게 적응된 형질을 습득할 때까지 그 오랜 기간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던 걸까?

제임스 볼드윈이라는 심리학자는 1896년 유기체의 형질 대부분은 영구적이지 않고 오히려 생애에 걸쳐 변한다는 내용의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이러한 '표현형 적응성'을 통해 동물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생존 적응력을 키울 수 있는 유전적 변이가 일어날 정도로 오랫동안 생존하기 위해 행태나 외양을 바꾸는 독특한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자연선택이라 불리는 새로 습득된 적응 능력은 세대를 거치며 유지된다. 이처럼 당초 비유전적형질의 적응적형질이나 획득형질이 돌연변이압 또는 선택압의 작용을 받아 최종적으로 유전형질로 자리잡는 것을 '볼드윈 효과'라고 부른다. 다만 볼드윈 효과는 충분한 사례로 뒷받침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진이 피스가 용암류에 서식하는 측면 얼룩진 도마뱀을 연구한 결과 볼드윈 효과가 작용하는 방식을 설명해냈다.

모하비 사막에 서식하는 측면 얼룩진 도마뱀은 사막 환경에서 위장에 유리한 황갈색과 갈색을 띠고 있다. 하지만 피스가 용암류에 서식하는 도마뱀은 주변의 암석과 비슷한 색을 띠고 있다.

도마뱀의 색깔 적응

각각의 도마뱀 개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피부색을 어떻게 바꾸는지 조사했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스)

연구진은 각각의 도마뱀 개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피부색을 어떻게 바꾸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피부색을 통제하는 핵심 유전자들을 알아냈고 피스가 용암류에 사는 도마뱀과 모하비 사막에 사는 도마뱀은 이러한 유전자에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유전자 때문에 피스가 용암류의 도마뱀이 모하비 사막의 도마뱀보다 더 짙은 색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발견은 지금까지 야생에서 발생한 볼드윈 효과를 가장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연구진은 또한 측면 얼룩진 도마뱀을 사막 환경으로부터 암석 환경으로 옮겨놓자 1주일 만에 피부색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도마뱀은 어두운 색을 발현시키는 멜라닌이 점점 축적되면서 4개월 만에 피부색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 정도 수준의 적응성은 피스가 용암류와 모하비 사막의 도마뱀 모두가 갖추고 있고, 이들 도마뱀은 이러한 적응성 덕분에 새로운 환경에서도 피부색을 빠르게 바꿔 적응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한 피스가와 모하비의 도마뱀은 피부색에 있어 중요한 유전적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멜라닌 통제와 생성에 관여하는 두 개의 유전자를 파악했다.

연구진이 피스가와 모하비의 도마뱀을 이종 교배한 후 새끼들을 같은 환경에서 양육하자, 두 개의 멜라닌 통제 유전자 변이가 새끼의 피부 색소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적응형질이 유전적 차원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또한 피스가 용암류의 도마뱀 유전자 샘플을 분석한 결과 어두운 피부색을 발현시키는 유전자 변이가 피스가 도마뱀에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종 전체로 형질이 확산되기 전에 피스가 도마뱀의 돌연변이의 결과로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이러한 독특한 변이가 피스가 용암류가 형성되기 수천 년 전인 2만 2,000년 전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개체가 뛰어난 적응성을 갖추고 있는데도 자연선택이 지속된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주 미미한 부조화로 개체의 생사가 갈린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