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활성화된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유전자 치료로 맹인의 시력이 복원될 수 있다(사진=123RF)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 연구팀이 눈이 먼 쥐의 눈에 녹색 빛 수용체 유전자를 삽입, 한 달이 지나자 쥐가 앞에 놓인 장애물을 피해갈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회복됐다고 발표했다. 또 물체 움직임과 밝기를 인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력 장애와 치료법 

연구진은 앞으로 3년 이내에 비활성화된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유전자 요법으로 망막 변성 때문에 시력을 잃은 사람의 눈을 치료할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

UC 버클리의 분자생물학 교수이자 헬렌 윌스 신경과학 연구소 소장인 에후드 이사코프는 "이 바이러스를 환자 눈에 주입하면 몇 달 후에 시력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경 퇴화적인 망막 질환에 걸린 환자를 치료할 때 의사는 대개 퇴행을 늦추려고 한다. 하지만 새로운 치료법은 오히려 시력을 회복시킬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1억 7,000만 명이 노화와 관련된 황반변성으로 고통받고 있다. 5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은 이 질병을 겪는다. 전 세계 170만 명 이상이 상염색체 상실을 앓으며, 망막염을 앓은 사람은 40세 이전에 시각을 잃는다.

빛조차 인식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UC 버클리의 분자생물학 교수인 존 플래너리는 "앞이 보이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여길 일을 어렵게 해내야 한다. 예를 들어 호텔에 가면, 모든 방의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다. 앞이 보이는 사람은 그냥 돌아다니면 되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은 새로운 장소에 갈 때마다 머릿속에 3D 지도를 그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구에 걸려 넘어지거나 다친다. 중증의 시력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막대한 부담이다. 새로운 치료법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이런 환자들을 위한 치료법 중 하나는 안경 및 비디오카메라와 연결된 전자 안구 임플란트 시술뿐이다. 하지만 이 시술은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

인간의 눈에는 쥐보다 천 배나 많은 신경 세포가 있어 유전자 삽입 치료법을 시행하기가 더욱 복잡하다(사진=123RF)

망막 변성을 일으키는 유전적 결함을 바로잡기란 쉽지 않다. 망막염의 원인이 되는 유전적 돌연변이가 250가지 이상이기 때문이다. 약 90% 정도의 돌연변이가 망막의 광수용체 세포를 죽인다. 광수용체 세포는 빛에 민감한 세포로 앞을 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망막 변성은 망막 세포의 다른 레이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사람이 시력을 잃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은 다른 망막 세포 레이어는 수십 년 동안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며 빛에 반응한다.

연구진은 이렇게 영향을 받지 않은 망막 세포가 빛에 민감해지도록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 진행 과정

연구진은 눈먼 쥐의 시력을 되돌리기 위해 망막 신경 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바이러스를 설계했다. 그런 다음 빛에 민감한 수용체인 녹색 원추 옵신을 삽입했다. 옵신은 보통 원추 광수용체 세포로 발현되며 녹황색에 민감해지도록 만든다. 눈에 삽입되면 바이러스는 유전자를 신경 세포로 옮기고 빛에 민감해지도록 만든다. 그러면 뇌가 이 신호를 받아들여 시각으로 인식한다.

플래너리는 "쥐로 실험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살펴봤을 때, 특수 장비 없이는 일반 쥐와 광유전학적으로 조작된 쥐의 행동을 구분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망막의 신경 세포에 옵신을 투여했다. 그러나 인간의 눈에는 쥐보다 수천 배나 많은 신경 세포가 있기 때문에 인간의 눈에 바이러스를 삽입해 시각을 되돌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연구진은 되도록 많은 신경 세포에 새로운 광수용체를 삽입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전달할 수단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자연스러운 시력의 감도를 되살리기 위해 광수용체의 광수용체 옵신에 주목했다. 또 자연적으로 신경 세포를 주입하는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를 사용했다. 그런 다음 신경 세포의 게놈에 망막 옵신 유전자를 전달했다. 이렇게 눈이 안 보이던 쥐가 앞을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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