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론자들은 공기를 통해 떠돌아다니는 오염물질이 배출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최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제 무역으로 인한 사람과 화물의 이동이 실제로 환경오염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각종 질병을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기오염으로 인한 각종 피해와 질병의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청화대의 대기화학자인 장 치앙 박사팀은 지난 2007년 전세계 13개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데이터를 조사했다.그들은 특히 직경이 2.5㎛ 미만인 입자형 물질 PM2.5에 주목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의 약 90%를 차지하는 이 미세 입자는 폐 깊숙이 침투해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을 일으킨다.

이어 연구팀은 산업 및 농업으로 인한 오염물질 배출, 생산 및 소비 패턴, 대기 오염 물질 운송 및 다른 지역의 대기 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에 대한 4가지 모델을 통합했다.

2007년 PM2.5에 의해 조기 사망한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345만 명에 이르며, 이 중 약 252만 명의 사인이 제조, 운송 및 농업과 같은 생산 활동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사망자는 바람에 날린 먼지, 산불, 식물에 의해 방출되는 화학 물질과 각국으로 이동하는 선박 및 항공기의 오염물질 배출로 인해 사망했다.

연구팀은 조기 사망의 약 12​​%(41만1100건)가 국경을 넘나드는 대기 오염으로 인한 결과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22%(762,400건)는 타 지역에서 소비된 특정 지역의 재화와 서비스 생산으로 인한 오염물질 배출이 원인이었다.

결국, 국제 무역을 통한 재화와 서비스의 이동이 인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도 함께 이동시킨다는 것이 연구팀이 내린 결론이다.

일본 마츠모토 신슈 대학의 환경경제학자인 카네모토 켄이치로 박사와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의 대니얼 모런 박사가 공동으로 참여한 이 논문은 '사이언스'지에 의해 '세계 무역 네트워크를 인간의 건강과 명시적으로 연결시킨 최초의 논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호주 커먼 웰스 과학 및 산업 연구기구의 지구시스템 과학자인 호셉 캔델 박사는 이 연구가 국제 무역이 인류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무역과 관련되지 않은 오염 물질의 이동에 대해 연구팀은 중국에서 배출된 미립자 물질이 서유럽과 미국 등 세계 3100곳 이상에서 6만4800명 이상의 조기 사망자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아시아에 있는 중국의 이웃 국가들 또한 바람에 실려온 오염 물질로 피해를 겪었으며, 3만900명이 대기 오염 때문에 사망했다.

반대로 서유럽과 미국 등지에서의 중국산 수입물품 소비는 중국 내에서 10만8600건의 조기 사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설명-세계 주요국의 무역수지를 나타낸 표

장 치앙 박사는 "우리의 발견은 대기 오염이 세계 경제에서 문제가 되는 정도를 정량화한 것"이라며, "선진국들은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으로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의 오염 통제 기술을 채택하는 것을 도울 필요가 있지만, 개발도상국들은 현지에서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협력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의 지구시스템 과학자 스티븐 데이비스는 이 연구에 대해 "공해 산업은 보다 엄격한 환경 규제에 따라 이주하는 경향이 있다"며 "중국은 이미 자국 내 환경오염을 개선하기 위해 배출가스 감축 등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 상태"라고 말한다.

실제로 공해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사업은 아직 오염 통제에 관한 국가적 합의가 되어 있지 않은 베트남과 인도, 캄보디아 등으로 이동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데이비스 박사는 "국제 협력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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