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텐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인해 생기는 이른바 체강 질병이 글루텐 탓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에서는 체강 질병의 원인으로 특정한 바이러스를 들고 있다. 체강 질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글루텐을 섭취하게 되면 위경련이나 변비 등 소화기 질환을 앓게 된다.

그러나 글루텐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진 미국인은 전체의 30%에 이르는 반면 셀리악병이라고 불리는 체강 질환을 앓는 이들은 1%에 그친다.

연구팀은 글루텐 위험 유전자를 가진 모든 사람이 발병하지는 않는 이유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미국 피츠버그대학병원의 소아과 과장을 맡고 있는 테렌스 더모디 박사는 "바이러스성 감염이 셀리악병의 유발 인자가 될 수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모디 박사와 시카고 의과대학 바나 재브리 박사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통해 이에 대한 실험을 실시했다.

사진설명-레오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모습을 나타낸 그림

이들은 체강 질병에 더 감염되기 쉬운 쥐를 유전적으로 조작했다. 그런 다음 쥐를 레오 바이러스에 노출시키는 동시에 쥐에게 글루텐을 먹였다.

그 결과 쥐는 체강 질병을 앓았으며 인간과 유사하게 글루텐에 대한 과민반응을 보였다. 더모디 박사는 체강 질병의 증상이 설사와 위장 장애의 다른 징후를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을 '타이밍의 문제'라고 말한다. 바이러스와 글루텐이 동시에 체내에 유입되면 면역계가 글루텐 함유 식품을 위험한 것으로 오인하는 것이다.

연구의 두 번째 단계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수치를 분석했다. 체강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5배 높은 수준의 레오 바이러스 특이 항체를 가졌다.

다만 레오 바이러스 감염과 체강 질병 발병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모디 박사는 수년 동안 수천 명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추적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국립 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의 일부 기금을 지원받았다.

공동 저자인 바나 재브리 박사는 바이러스가 체강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 사실이라면 위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레오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유형의 바이러스에 대해 체강 질병의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을 고려하면 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줄리 파이퍼 텍사스대 미생물학 부교수는 바이러스성 감염과 체강 질병의 연관 가능성은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으나 이번 연구 결과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초의 실용적인 실험 모델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보다 정확한 상관관계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파이퍼 교수는 덧붙였다.

셀리악병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글루텐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른바 '글루텐 프리' 식단을 시도하는 이들이 최근 늘고 있다.

대학 캠퍼스 식단에 글루텐을 제외한다거나, 글루텐 없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디저트 개발도 활발한 추세다.

이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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