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코끼리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언젠가 지구상에서 코끼리를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비극적인 전망이 제기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야생에 남은 아프리카코끼리는 41만 5,000마리뿐이고 이조차도 위험에 처해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세기에 코끼리 개체의 90%가 도륙당했다.
탄자니아와 모잠비크에서는 지난 5년 만에 약 7만 3,000마리의 코끼리가 밀렵돼 개체수가 크게 줄었다. 카메룬 북부에서도 단 148마리만 남아 멸종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세계자연기금(WWF)은 "태어나고 있는 코끼리 수보다 밀렵되고 있는 수가 더 많은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아시아 코끼리 수도 확연히 줄어 야생에 남아있는 개체수는 4~5만 마리에 불과하다. 지난 30년 동안 서식지가 소실돼 개체수가 최소 50% 줄었다. 인간이 코끼리가 살아야 할 지역을 농장으로 만들어 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시아 코끼리의 85%가 사라졌다. 인도에서는 해마다 50마리 이상의 코끼리가 죽고 있다.
불법 상아 거래
코끼리가 죽임을 당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상아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5분마다 밀렵꾼들이 아프리카코끼리를 한 마리씩 죽이고 있다. 이 때문에 2006~2015년 사이 아프리카코끼리 개체수는 25% 이상 줄었다. 1979~1989년 사이 아프리카코끼리 절반가량이 상아 거래 때문에 사라졌다.
코끼리의 상아는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높다. 보통은 당구공이나 피아노 건반, 마작 타일, 젓가락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상아 한 개의 가격은 2만 1,000달러(2,430만 원)를 호가한다. 이 때문에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수많은 밀렵꾼이 코끼리를 죽이고 있다. 매일 지구 전역에서 수천 마리의 코끼리가 상아 때문에 도살당하고 있고 세계 시장에서 불법으로 거래 중이다.
코끼리의 상아는 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으로 구성돼있으며 다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코끼리는 상아를 사용해 땅을 파거나 물건을 들어 올리고 먹이를 구하고 자신을 방어한다. 포식자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무기로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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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 없는 코끼리가 증가하는 이유
코끼리 상아는 평생 계속 자라난다. 아프리카코끼리의 상아는 최대 3m까지 자라며 무게는 90kg이 넘는다. 그러나 지난 수백 년 동안 상아의 평균 크기가 줄어들었다.
올해 초, 아프리카 모잠비크 고롱고사 국립공원에 살고 있는 수많은 코끼리들의 상아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암컷 코끼리의 4%만 상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상아가 없는 코끼리의 수치가 점점 늘고 있다. 이 공원에서 서식하고 있는 어린 암컷 코끼리의 3분의 1가량은 상아가 자라지 않았다.
코끼리 스스로 생존하려는 자구책으로 상아 없이 진화하는 것이다. 즉, 이러한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면 점점 더 많은 코끼리가 상아 없이 성장하게 될 것이다. 밀렵꾼들은 상아가 없는 암컷 코끼리는 살려두기 때문에, 이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 상아가 없는 유전자 조건을 후손에게 전달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진화의 이유가 심각한 밀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끼리 스스로 상아 없이 진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인간 포식자에게 밀렵 원인을 제공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롱고사 국립공원의 코끼리를 연구한 학자 라이언 롱은 "이제 상아가 있는 코끼리가 제1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템베(Tembe) 부족민들은 상아가 없어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템베 부족은 템베 코끼리 공원을 2만 6,000헥타르가량 확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코끼리들이 커다란 상아를 기르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템베 부족의 보존 노력은 코끼리뿐만 아니라 보다 넓은 의미의 자연 보존에서 중요하다. "코끼리의 미래는 더욱 많은 땅을 공원으로 전환하는 데 달려 있으며 이들이 건강하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템베 부족장은 말했다.
코끼리는 진화하고 있지만 이는 좋은 이유에서가 아니다. 즉, 야생동물 살육을 중단해야 한다는 자연의 경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