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웰빙 트렌드 중 하나는 모든 자극과 쾌락을 중단하는 '도파민 단식'이다(사진=셔터스톡)
 

창의성과 기술 개발로 유명한 실리콘밸리는 오랜 노동 시간과 치열한 경쟁으로 정의되는 곳이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개발자와 기술자, 엔지니어들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의 파라다이스로도 여겨지기 때문에 야심 찬 기업가 수천 명이 이 도시로 몰려든다.

경쟁이 치열한 공간에서 전 세계에서 모인 뛰어난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이들은 곧 한계에 도달하게 됐다. 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 실리콘밸리에서는 자기 실험을 통해 신체의 화학과 생리를 변화시키는 이른바 '바이오 해킹'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체적, 정신적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시도다.

리서치 기관 MRFR이 작성한 세계 바이오 해킹 시장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19.42%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해킹에 대한 인식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최근 스마트 기기 및 약품에 대한 수요과 광범위하게 늘어나고 만성 질환이 확산하면서 바이오 해킹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 사는 백만장자인 세르게 파게는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기술적인 사고방식을 갖추고 있어 모든 것이 공학적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공학적으로 접근했다. 바이오 해킹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수면 과정을 추적하는 스마트링 등의 웨어러블 기기, 6,000달러(약 707만 원)짜리 보청기, 체내 이식된 포도당 모니터링 기기 등을 개발하면 영원히 살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실리콘밸리의 웰빙 트렌드 중 하나는 모든 자극과 쾌락을 중단하는 '도파민 단식'이다. 이는 지난 수년간 인기를 끌고 있는 주제인데, 도파민 단식의 개념은 오늘날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너무 많은 자극을 받고 있어 이를 끊고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 커피, 심지어 섹스와 같은 중독성 물질을 삼가는 도파민 단식이 우리를 진정으로 도와준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을까?

 

 

도파민 단식 시작 방법

도파민 단식은 최근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심리학 교수이자 벤처 자본가인 카메론 세파에 의해 대중화됐다. 이 용어는 2016년에 레딧이라는 사이트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즐겁지만 문제적인 행동, 예를 들어 게임, 소셜 미디어, 섹스, 자위, 폭식, 스릴 추구 등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하는 것도 도파민 단식의 일종이다. 도파민 단식을 하는 사람들은 폭식이나 스마트 기기와의 연결을 끊고 감정을 조절해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방법을 배운다.

영국 방송사 BBC에 따르면, 도파민 단식은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반적인 자극을 피함으로써 우리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따라 만들어진 생활 방식이다. 생화학자인 제임스 싱카는 "정기적으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높은 자극을 얻으면 우리는 마비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즉, 단순하고 짧은 자극만 받아들이다 보면 다른 자극에 무뎌지게 되는데, 이를 피하고자 단순 자극을 없애고 삶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는다는 것이다.

도파민 단식은 자극 통제라는 행동 치료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사진=셔터스톡)
 

도파민 단식은 자극 통제라는 행동 치료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중독자가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중독을 일으키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세파 교수에 따르면 자극 통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집중력, 기분, 생산성 등이 향상됐으며 더 건강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됐다.

한 연구에서 페이스북을 하루에 2시간 이상 사용하던 대학생들이 1주일 동안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페이스북을 하는 것보다 더 건전하고 생산성 있는 행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음식을 더 적게 먹었고, 충동구매를 줄였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상생활의 효율성이 늘어났고 우울감을 덜 느꼈다.

 

 

도파민 단식은 진짜 효과가 있을까?

도파민 단식은 도파민 분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사실 도파민은 우리의 통제를 받는 호르몬이 아니다. 도파민은 보상과 동기 부여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이른바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호르몬이다.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도파민은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을 원하게 하는데, 특정 활동을 중단한다고 해서 그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스탠포드대학의 신경과학자인 러셀 폴드랙은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도파민 단식은 우리가 압박을 느끼는 능력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다만, 뭔가를 원하는 정도를 변화시킬 뿐이다"라고 말했다. 런던대학의 인지 및 신경 과학 연구자인 조이딥 바타차리야는 "도파민 단식은 사람이 삼가하거나 끊은 것에 대해 더 많은 욕구를 유발할 수 있다. 즉, 우리가 뭔가를 삼가거나 끊으려고 생각하는 순간 뇌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갈망하게 된다. 그래서 더 많은 도파민이 방출된다"고 설명했다.

코네티컷대학 의학부 정신과의 조교수인 데이비드 그린필드 박사는 "도파민 단식 대신 디톡스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디지털 디톡스다. 두뇌가 보상 시스템을 재정비하도록 만들기 위해, 문제가 되는 행동을 완전히 금지하고 차단하는 대신 조금씩 줄이는 '디톡스' 기간을 마련하는 편이 좋다.

기술 중심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기 쉽다. 몸과 마음을 잘 지키고 가꿀 방법을 시도하는 것도 좋지만, 그 방법이 오히려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도파민 단식은 도파민 분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사실 도파민은 우리의 통제를 받는 호르몬이 아니다(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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