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은 위험한 곳에 스스로 뛰어들어 타인을 구하는 직업으로, 이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하다(사진=셔터스톡)
 

남성 소방관이 동료와의 우정을 통해 업무적인 스트레스를 덜 느끼는 반면, 아내와의 관계에서는 불안감이 가중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연구를 주도한 베일러대학 팀에 따르면 소방관의 90%가 남성으로 구성돼있다. 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 연구 교수이자 이번 연구를 이끈 마크 모만 박사는 반려자에 대한 우려가 다른 이들을 돕는데 상당한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방관들이 철저히 소방서 안에서 훈련받는다며, 이는 신체적 부상과 위험한 화학 물질 및 연기에 대한 노출, 심한 정서적 스트레스, 심혈관 문제, 그리고 위험한 구조 및 회복 등 다양한 위험에 지속적으로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관들은 수면 장애를 비롯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자살, 우울증, 알코올 중독 및 흡연 비율이 높은 편이다(사진=셔터스톡)
 

게다가 대중에게 봉사하는 직업인 특성상, 부상당하는 동료를 보거나 최악의 경우 동료의 사망도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업 자체가 사망의 위협 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무려 83명의 소방관이 사망했으며 대다수 사망 원인은 업무와 관련이 깊었다.

 

소방관의 신체 및 정신 건강 취약성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에 따르면, 소방관들은 수면 장애를 비롯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자살, 우울증, 알코올 중독 및 흡연 비율이 높은 편이다. 

또한 다른 직업과 비교해 정신 건강 지원을 거부할 가능성도 높다. 이는 직업적인 성향과도 관련이 깊은데, 강인하고 침착하며 이타적이고 보호적인 특성으로 인해 남을 구할지언정 정작 자신의 정신 건강 감정을 처리하는데는 다른 이들의 도움을 주저하는 것이다.

소방관들은 배우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면서 스스로 더욱 엄격해지는 특성을 보일 수 있다(사진=셔터스톡)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미 텍사스에 소재한 소방서 내 428명의 소방관 데이터를 분석해 이들의 동료 및 아내와의 관계에 대한 연관성을 조사했다. 

이들 중 77%가 결혼했으며 14%는 미혼이었다. 결혼 생활은 최저 한달에서 많게는 40년 이상이었으며, 소방 커리어는 4개월에서 41년 사이였다. 또한 동료간 우정을 맺은 시기는 최저 2개월에서 최장 45년 이상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모만 박사는 "아내와 소방관 동료 둘 다와의 관계 질이, 직업 만족도 및 직장 생활의 질에 대한 중요하고 긍정적인 예측변수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또한 동료 소방관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을 경우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는 완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결혼 생활에서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

 

소방관과 결혼 효과

연구팀은 동료와의 관계가 긍정적인 것에 비해 '결혼 효과'는 놀라운 결과를 안겨다 줬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가족이나 직장 동료, 친구 및 배우자와의 강한 정서적 지원을 받는 사람들은 우울증이 적고 수명은 길게 마련이다. 면역 체계 역시 더 강하다. 실제로 기혼 남성은 이혼했거나 싱글인 남성에 비해 개인적인 위험도 덜 감수하는데, 이는 아내의 존재와도 무관치 않다.

그러나 소방관들의 생활 방식은 이와 현저하게 달랐다. 남성적이고 다세대적인 환경에서 몇날 며칠을 연속적으로 일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환경적 특성이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TV 시청이나 요리, 샤워, 취침, 장비 유지, 청소, 게임 등 가정에서 하는 평소의 일들을 직장 생활에서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에 가정생활과 직장 생활이 결합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러한 환경이 남성들 사이의 친밀한 우정을 맺게 만든 요인이 된 것. 여기서는 경쟁도 덜하고 비판도 덜했으며, 갈등 관리는 더욱 잘 됐다.

하지만 집으로 갔을 때는 자신의 감정을 거짓으로 내보이거나 숨길 필요성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일에 대해 묻는 배우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배우자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것 등으로,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스스로 감정 조절에 엄격하고 개방적이지 않게 되면서 부담으로 작용, 결국 직업 만족도까지 감소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다만 모만 박사는 소방관들이 남성이 대다수이고 이들의 마초적인 특성을 고려할때, 여성 소방관들에 대한 추가 조사도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미 소방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은 총 131만 9,500건이었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3,400명, 부상자는 1만 4,670명이었다. 총 손실액은 230억 달러로 2008년보다 12%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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