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 년에 걸쳐 강간을 바라보는 시각은 많이 발전됐다(사진=셔터스톡)

현대사회에서 강간을 비롯한 성폭력 피해 규모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남성보다 여성 피해 수가 월등히 높지만 성별, 남녀노소, 인종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의 약 35% 가량이 일생 동안 어떤 형태로든 성적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6~19세 사이 여성들의 경우 강간이나 성폭행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4배나 더 높았다. 18~24세 여대생들이 성폭력을 당할 가능성도 3배 이상 높았다.

강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인구 10만 명당 132.4건이었다. 이어 보츠와나(92.9건), 레소토(82.7건), 스와질랜드(77.5건), 버뮤다(67.3건)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경험을 밝히고 목소리를 높이려는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에 정확한 강간 및 성폭행 수치를 측정하기란 어렵다. 강간당해도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거나 여성의 잘못인냥 낙인찍히는 사회적 규범과 편견 때문으로, 이는 오히려 희생자들에게 수치심을 안겨준다.

물론 지난 수 년에 걸쳐 강간을 바라보는 시각은 많이 발전됐다. 1980년대 당시 강간은 어두운 골목에서 낯선 사람에게 성적 공격을 받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더 이상 특정한 상황만을 적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에는 친구나 지인, 커플 사이에서 강간은 성립될 수 없다고 믿었으며, 술을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강간당한 원인으로 치부하는 일이 많았다. 즉 강간은 여성이 자초한 일이며 이에 대해 불평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높았던 것이다.

문제는 수 년간의 진보적인 시각에도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도 강간에 희생당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점이다. 가령 섹시한 포즈로 셀카를 찍었다고 해서 강간당한 것을 합리화시키는 것은 이전 80년대의 인식과 결코 다르지 않다.

 

 

강간 문화

'강간 문화'라는 용어는 1970년 탄생했다. 1974년 당시 '뉴욕 급진적 페미니스트 콜렉티브'가 '강간:여성의 최초 소스북'이라는 책을 펴내면서 처음 실렸다. 이듬해 '강간 문화'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됐다.

미디어 매체 복스에 따르면 강간 문화는 성폭력이 표준인 것처럼 취급되는 문화로, 피해자들이 강간을 자초했다는 사고를 가진다.

이같은 강간 문화와 더불어 여전한 문화적 규범과 제도, 우리 사회의 대다수는 희생자를 수치스럽게 보고 오히려 강간범을 보호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여성의 불합리한 희생을 요구하며 성폭행을 피하라고 촉구한다. 

수잔 브라인밀러는 1975년 집필한 '의지에 반해:남성, 여성, 그리고 강간'에서 강간은 여성에 대한 남성 테러의 궁극적인 행위라고 표현했다.

여전히 강간에 희생당하는 여성들이 많다(사진=셔터스톡)

강간 문화는 또한 성폭행에 대한 농담부터 의혹이 불거졌을때 침묵하는 기관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방식으로 지속된다.

게다가 남성에게 여성의 동의를 구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아닌, 여성이 강간당하지 않도록 행동하라고 말한다. 이는 결국 강간 생존자의 경험과 신고를 의심하며 제2차 피해를 초래한다. 

특히 강간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한 번의 진술, 침묵조차도 오히려 여성을 수치스럽게 만들고 통제하려는 강간 문화의 핵심을 강화한다. 이는 그동안 페미니스트와 운동가들이 맞서 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워 바디 아워셀브즈'의 공동 설립자이자 전무이사인 주디 노르시지안은 "강간은 남성들을 성적으로 활발하고 공격적으로 행동하도록 가르치면서 여성은 성적으로 수동적이 되도록 가르칠 때 문제가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리된 성적 역할에서 나오는 극단적인 행동의 결과가 바로 강간이라는 것이다.

그는 "강간이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와 상충되는 한 개인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배울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강간 문화에 대항하라

온라인 사이트 아크 디지털에 따르면, 페미니스트들은 강간 문화가 강압적인 성을 정당화하거나 낭만적으로 만드는 문화적 열풍에 의해 강화됐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많은 드라마나 tv 쇼, 영화들은 사람들이 죄책감 없이 불법적인 성관계를 상상하는 여성의 황폐한 환상을 담아냈다. 이는 남성으로 하여금 여성이 마치 강간적인 상황을 원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

결국 이는 남성들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도록 만들고 여성들에 대한 그들의 부당한 성행위와 사고를 정당화시키도록 이끈다.

피해자 비난은 그만

강간은 결코 여성의 잘못이 아니다. 짧은 치마나 노출이 심한 상의를 입었다고 해서 성적 매력을 객관화시키려는 의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책임져야할 일에 대해 여성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않다. 여성이 하는 모든 행동이 마치 강간을 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가정하는 것은 완전한 잘못이다.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라

피해자가 겪은 트라우마 그 자체로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말 할 자격이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고통과 트라우마로 가득 차 있지만, 가부장제가 어떻게 여성의 삶을 계속해서 해치고 있는지를 상기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다행히도 미투와 타임즈업 등의 온라인 캠페인은 이들 여성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음 세대를 교육하라

강간이 결코 옳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음 세대에게 가르치는 것은 우리 세대의 몫이다. 아이들은 남녀간 동의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고, 여성이 왜 강간당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지 말아야하는지를 알아야한다. 이런식으로 강간 문화에 대한 정당성은 많은 이들의 마음에서 점차 지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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