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추동물의 색소물질에 항균성이 함유돼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셔터스톡)
 

무척추동물의 색소물질에 항균성이 함유돼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식품과 의료산업 내 새로운 제품 개발에 활용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연구를 주도한 스페인의 미겔에르난데스대학과 소노라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오징어 같은 무척추동물의 피부 색소인 옴모크롬은 항균 및 항돌연변이, 그리고 항산화 특성을 갖추고 있다.  

옴모크롬이란?

옴모크롬은 갑각류와 곤충의 눈에 들어있는 생물학적 색소 그룹을 의미한다. 두족류의 피부 내 색소세포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두족류란 연체동물의 두족강에 포함되는 동물로, 문어와 오징어가 가장 잘 알려졌다. 

문어와 오징어는 심해를 가로질러갈 때 고유한 생물학적 능력을 사용한다. 환경에 맞게 피부 색상을 변화하는 것으로, 이는 포식자와 먹잇감 모두로부터 눈에 띄지 않도록 만들어준다.

색상을 변화할 피부의 색소세포는 수축하거나 이완된다. 세포들이 수축하고 이완하면서 화학물질을 방출하는데, 이로 인해 색상이 변경되는 것이다. 이처럼 환경에 맞게 색상을 변화시키는 화학물질을 '옴모크롬'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색소세포가 없으면 옴모크롬을 생산할 수 없어 존재도 은폐하지 못한다.

 

옴모크롬의 항균 특성

최근 연구에서는 이 같은 옴모크롬의 구체적인 특성이 발견됐다. 적이나 먹잇감 앞에서 존재를 숨기는 것 외에도, 항균성과 항돌연변이, 그리고 항산화 특성을 가졌다는 사실이 추가로 발견된 것. 이는 향후 식품과 의료산업에서 새로운 제품 개발에 사용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먼저 식품 산업에서는 많은 식품의 유통기한을 연장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항균 특성으로 인해 옴모크롬이 천연 방부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신선한 농산물의 박테리아 성장을 늦추는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인공적인 특정 방부제로부터의 악영향도 제거할 수 있다.

의료 부분에서는 항생제와 소독제 같은 새로운 항균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기존 항생제와 유사하지 않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항생제 내성 미생물을 다루는 병원에서 주요 물질로 활용될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제수스 엔리케 찬 박사는 "옴모크롬을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니스와 살모넬라 엔테리카, 황색포도상구균,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그리고 칸디다 알비칸스 같은 진균 등에 첨가하면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옴모크롬 채취해 실험 진행 

연구는 미국 태평양 연안에 서식하는 대왕오징어의 옴모크롬 샘플을 채취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분석 결과, 다른 흔한 오징어류와 갑오징어, 심지어 문어에서도 크산토마틴이라는 옴모크롬 물질이 발견됐다. 이 색소물질은 식품이나 건강 산업에 유용한 속성을 함유하고 있다.

산화 방지제로서 옴모크롬은 금속과 결합해 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자유라디칼을 제거할 수 있으며, 항돌연변이로서는 균류에서 발견되는 독소인 아플라톡신 B1의 돌연변이 유발성을 방해할 수 있다. 이는 옴모크롬이 앞서 언급된 항균성을 비롯해 산화방지제와 항돌연변이까지 3가지 주요 물질을 가진 강력한 성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이 색소는 칸다 알비칸스와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황색포도상구균의 성장을 50% 이상 억제했다. 살모넬라균에 대한 항균성은 90% 미만, 마이코톡신에 대한 항돌연변이성은 50% 이상으로 나타났다.

옴모크롬은 식품과 의료 산업내 새로운 제품 개발의 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사진=셔터스톡)
 

이용 가능성과 전망

다만 옴모크롬이 식품과 건강분야에 사용될 수 있는지 여부는 그리 간단치 않다. 현재 연구자들은 최적의 온도와 시간, 비율 조건만 결정했을 뿐이며, 상용화되기까지는 더 많은 추가적인 시험과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산업에서는 큰 가능성을 보인다. 특히 의료의 경우 다발성 병원성 미생물의 성장을 감소시키는 자연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식중독 발생률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MRSA와 곰팡이 감염 사례 역시 감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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