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은 종종 간과되는 인권문제다(사진=셔터스톡)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성폭력은 종종 간과된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하루 평균 137명의 여성이 파트너나 배우자 혹은 가족에게 살해되고 있다. 페미사이드는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도적으로 여성을 살해하는 증오 범죄를 가리킨다. 여성(female)과 살해(homicide)를 합친 용어로, 말 그대로 '여성혐오' 범죄다. 

지난달 25일, 세계여성폭력추방의날을 맞이해 세계 곳곳에서는 '페미사이드'를 멈추라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성혐오 범죄 페미사이드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 대학원이 진행 중인 연구의 예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페미사이드의 35% 이상이 친밀한 파트너가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명예 살인 역시 연간 약 5,000건에 이르렀다. 집은 여성들이 살해될 가능성이 가장 큰 공간이다.

통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관용 문화는 끔찍한 수준이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에서 매일 12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살해되고 있지만, 98%가 넘는 사건이 조사되지 않는다. 2016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페미사이드 비율이 가장 높은 25개국 중 14개국이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에 몰려있다.

페미사이드는 여러 측면으로 나타난다. 무력 분쟁에서 벌어지는 여성 대상의 살인부터 시작해 조직범죄로서의 페미사이드, 그리고 지참금 관련 페미사이드, 원주민 여성과 어린 여성에 대한 살인, 성적 지향성 증오 범죄, 명예 살인, 친밀한 파트너 및 비친밀적인 관계에서의 페미사이드 등이 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폭력과 성차별이 여전히 만연하다.

 

성차별적 폭력에 맞서는 여성 시위대

전문가들은 가부장제가 여전히 지배적인 규범으로 군림하는 한, 여성들은 일상의 순간순간에서 결코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더 나쁜 것은 페미사이드가 너무 일반화되는 현상으로 간주되면서 많은 사람이 보편화된 삶의 측면으로 본다는 사실이다. 특히 교육과 발전 수준이 낮아 사회적, 경제적으로 불리한 여성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는 각국의 여성들이 오히려 페미니스트 실현을 요구하는 운동으로 이어진다. 최근 멕시코에서 수단,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수십만 명의 여성이 시위를 벌이며 '국제여성폭력추방의날'을 기념한 것도 이러한 선상에 있다. 

이 운동은 매년 남성에게 살해되는 9만 명 이상의 여성을 기리는 것이 목표로, 강간과 모든 형태의 가정 학대 중단을 요구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성차별 폭력이 가부장제와 남성적인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부장제가 여전히 군림하는 한, 여성들은 일상의 순간순간에서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사진=셔터스톡)

특히 칠레 여성 운동가들은 교육과 건강 관리 및 기타 기본권의 극심한 불평등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집단으로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시위대는 입에 붉은색의 손 모양을 그린 채 거리를 행진했다.  

세계 각국 내에서 벌어지는 시위도 많다. 멕시코시티 시위대는 당국이 높은 비율의 페미사이드와 싸우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것을 요구했으며, 아르헨티나 시위대는 보라색 페인트로 입을 가린 채 칠레와 비슷한 운동을 벌였다.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서는 검은색을 차려입은 여성과 남성이 성차별 폭력에 맞서 행진했다.

또한 온두라스의 운동가들은 살해된 여성들을 기리기 위해 밧줄에 박제된 동물을 매달았고, 파나마시티의 여성들은 페미사이드로 죽은 여성을 표현하기 위해 가짜 피로 덮인 시트 밑에 눕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최근 멕시코에서 수단,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수십만 명의 여성들이 국제여성폭력추방의날을 기념했다(사진=셔터스톡)
 

새로운 싸움이 시작됐다

이 모든 집회의 하이라이트라면, 단연 칠레 운동가들의 '당신의 길을 가로막는 강간범(A rapist in your way)' 퍼포먼스라 할 수 있다. 가부장제가 오랫동안 실패한 규범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항의의 표시였다. 이와 관련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이 퍼포먼스가 강간이나 살해는 여성의 잘못이라는 주장에 대한 서정적이고 시각적인 해독제였다고 표현했다. 

특히 피해자를 비난하는 문화를 둘러싼 문제를 드러내고, 여성에 대한 폭력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데 큰 목적을 뒀다. 유엔 여성 총괄 이사 품자일 믈람보 응쿠카는 "강간은 고립된 간단한 행위가 아니다. 육체를 손상시키고 기억에 반향을 일으킨다"고 비판했다.

여성들이 시위에서 외친 구호들은 현재 페미니스트 운동 투쟁의 외침이 되고 있다. 진보되는 사회에도 불구, 평등을 위한 싸움이 끝나려면 여전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가부장제는 우리를 태어나도록 시험하는 판사이며 우리의 형벌은지금 당신이 보는 폭력이다.  그것은 페미사이드며 살인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고, 강간이다. 내가 있던 곳이나 옷을 입은 방식이 아니며 내 잘못도 아니었다. 당신은 강간범이다. 당신은 강간범이다. 경찰, 판사, 국가, 대통령이다. 억압적인 국가는 마초 강간범이다"

여성들이 외친 이 슬픈 구호들, 언제쯤이면 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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