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인류의 조상들에 의해 옮겨진 치명적인 질병이 유라시아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이끌었다는 연구가 제시됐다(사진=셔터스톡)
 

네안데르탈인은 과거 레반트 지역에서 호모 사피엔스와 함께 살았다. 수천 년 후 이들은 인간의 질병으로 멸종하기 시작했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연구한 스탠퍼드대학 과학자들은 현대 인류의 조상들에 의해 옮겨진 치명적인 질병이 유라시아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이끌었다고 시사했다. 연구 저자 길리 그린바움은 "연구는 질병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에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현대 인류가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인간 그룹인 주된 이유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질병 장벽

네안데르탈인은 현대 인간의 가장 가까운 고대 친척쯤으로 여겨지는데, 5만 년 전 불가사의한 이유로 멸종을 맞이했다. 이들은 약 50만 년 전 유럽으로 이주하기 전에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초기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와 약 수십만 년을 살아갔는데, 10만 년 전 레반트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레반트는 지중해 동부 지역을 지칭하는 역사적 지리학 용어로, 그리스, 시리아, 이집트를 포함하는 동부 지중해 연안 지역이다. 이곳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서로의 영토를 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종의 '질병 장벽(Disease Barrier)'을 설치했다.

이 보이지 않는 장벽은 두 종족 사이의 이종 교배로 인해 향후 붕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 교배로 탄생한 후손들이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 둘다로부터 면역 관련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유전자가 두 종의 개체군으로 천천히 퍼져나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 같은 보호 유전자의 확산은 두 그룹에서의 질병의 부담을 완화시켰고, 마침내 티핑포인트에까지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즉 현대인인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지배한 지점으로, 레반트를 넘어 네안데르탈인의 영토로 모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면역력을 가졌던 것으로 유추된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세운 질병 장벽은 두 종족 사이의 이종 교배로 인해 향후 붕괴된 것으로 추정된다(사진=셔터스톡)
 

즉,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에 비해 다른 이점을 가졌던 호모 사피엔스의 강점들이 이 시점에서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린바움은 "일단 일정한 티핑포인트를 넘으면 질병의 부담은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다른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 부담의 차이

연구팀은 이처럼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에 대한 가능한 설명을 제시한 이후에는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파고들었다. 

이에 호모 사피엔스가 가졌던 열대성 질병이 네안데르탈인에 비해 더 치명적이거나 더 많은 경우에 가능할 수 있는 결과를 모델링했다. 공동 저자인 노아 로젠버그는 열대 지방에서 발생한 질병 부담은 온대 지방에서의 질병 부담보다 더 크다는 가설을 세웠다. 로젠버그는 "접촉 지역에서의 질병 부담에 대한 비대칭성은 열대 지방에서 온 호모 사피엔스에게 유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모델에 기반해, 초기에 발생한 두 종 사이의 질병 부담의 작은 차이 조차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커졌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결국 호모 사피엔스에게 우위를 주도록 이끌었을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린바움은 호모 사피엔스들이 네안데르탈인 질병의 추가 위험에 거의 면역이 되었을 때, 반면 네안데르탈인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일으키는 질병에 취약한 상태로 남아 있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호모 사피엔스들이 유라시아로 더 깊이 진출함에 따라, 교배를 통해 면역 유전자를 받지 못한 네안데르탈인과 계속 마주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질병에 의한 멸종 가설

연구팀의 가설은 유럽인들이 15~16세기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때 일어났던 것과 유사하다. 연구팀은 이론이 정확하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고고학 기록에서 발견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린바움과 동료팀은 레반트 지역의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인구 밀도가, 그들이 공존하는 기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아프리카 밖으로 이주한 호모 사피엔스들이 그들이 가졌던 열대성 질병으로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다는 2016년 연구 결과와 유사하다. 미국 물리학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는 새로운 열대 병원균에 노출된 것이 네안데르탈인에게는 재앙이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연구의 수석 저자였던 샬롯 홀드크로프는 "현대 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 함께 번성했다는 사실로 볼 때 우리는 모두 네안데르탈인 DNA의 2~5%를 가지게 됐다. 이는 인간과 네안데르탈인이 체액과 함께 질병도 옮겼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염병이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에 큰 역할을 했을 수도 있지만 다른 요인들도 인류 멸망에 기여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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