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남부 실톨름의 고고학 유적지에서 발견한 5700년 된 껌에서 완전한 인간 게놈이 추출됐다(사진=123RF)
 

고대 DNA(aDNA)란 고대 임상 및 자연사, 그리고 고고학 표본에서 분리된 DNA를 의미한다. 이에 병원체의 감수성과 기원, 분포 또는 진화적 변화에 대한 다양한 의문에 답할 수 있는 강력한 연구 도구지만, 표본들은 대개 시간적 그리고 지리적에 걸쳐 매우 희소하다.

따라서 완벽에 가까운 표본의 발굴은 고고학사에서 큰 이정표가 된다. 대표적으로 코펜하겐 보건의료대학 연구팀이 덴마크 남부 실톨름의 고고학 유적지에서 발견한 5700년 된 껌이다. 연구팀은 이 껌에서 완전한 인간 게놈을 추출해 주목을 받았다.

고대 유전체학

이번 연구 결과가 발표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지에 따르면, 연구를 주도한 테이 제센과 동료팀은 고대 유전체학이 인류 선사시대 사람들의 이해 및 통찰력 제공에 혁명을 일으켰다고 강조했다. 

이 작업은 샘플의 가용성에 달려 있지만, 이번 자작나무 피치로 제작된 고대 껌 표본은 보다 완벽한 통찰력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작나무 피치(birch pitch)란 자작나무의 껍질을 가열해 추출한 흑갈색 물질이다(사진=123RF)
 

자작나무 피치란

연구팀에 따르면 자작나무 피치(birch pitch)란 자작나무의 껍질을 가열해 추출한 흑갈색 물질이다. 구석기 시대의 두 번째 시기로 분류되는 초기 중기 석기시대부터 이 자작나무 피치는 접착제로 널리 쓰였다. 

연구팀은 실톨름에서 이 같은 작은 덩어리의 유기 물질을 발견했는데, 여기에는 치아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이는 자작나무 피치가 인간의 치아로 씹힌 것이라는 추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당시 이 유기 물질이 치과 질환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부제의 특성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의약품의 한 종류로도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코펜하겐 글로브 연구소의 한네스 슈뢰더 부교수는 이번 발견과 관련해, 뼈 대신 껌에서 완전한 고대 인간 게놈을 발견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더욱 흥미로운 점은 구강 미생물에서 고대의 DNA 및 중요한 인간 병원체도 수집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견의 중요성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된 aDNA가 인간 유해가 발견되지 않은 시기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자작나무 피치의 치아 자국은 여성의 것으로 유추되며, 이 여성은 유럽 본토의 수렵채집군의 구성원으로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 여성은 스칸디나비아 중심부에 거주했으며, 파란눈과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검은 피부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aDNA의 성별 결정

연구팀은 aDNA에서 발견된 X염색체와 Y염색체를 매핑해 껌을 씹은 사람의 성별을 파악했다. 피부와 눈, 그리고 머리카락 색깔 예측은 HIrisPlex-S DNA라고 불리는 분석 도구를 사용했다. HIrisPlex-S 시스템은 피부와 머리카락, 그리고 눈 색깔을 담당하는 특정 DNA 변형을 활용해 DNA의 가시적 특성을 예측하는 툴이다.

연구팀은 DNA 추출과 샘플 준비와 관련해서는, 표백제를 5% 용액으로 세척해 표면 오염을 제거한 뒤 분자생물학등급수로 세척했다고 밝혔다. 건조시킨 이후에는 재료의 20~50mg 가량을 들여 다른 추출 방법에 활용했다.

인간의 구강미생물군집

고대 껌에 남아있던 동물과 식물 DNA는 또한 이 여성이 식단의 일부로 오리나 헤이즐넛을 즐겨 먹었을 수 있다는 가정도 제시했다. 

연구팀은 전체적으로 이 껌이 여성의 구강에 존재했던 구강 미생물군집을 연구하는 타임캠슐 역할을 했다며, 이에 따라 더 많은 연구 결과에 대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DNA에서는 엡스타인-바바이러스의 흔적도 검출됐는데, 이 바이러스는 인간 헤르페스바이러스 4형으로, 감염성 단핵구증, 구강모백반증, 버킷 림프종 등의 원인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폐렴의 징후 역시 aDNA에서 검출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여성이 유당에 내성으르 가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 여성의 이름도 '롤라'라고 명명했다. 룰라는 고대 껌이 발굴된 덴마크 섬 롤랜드에서 따왔다.

 

5700년 된 껌의 예술적 재구성

대학 연구팀은 5700년 된 이 껌의 주인공 롤라를 예술적으로 재구성한 자료도 출판했다. 출판 목적은 이번 자작나무 피치의 유적이 매우 잘 보존됐으며 그 가치 역시 높다는데 있다. 연구팀은 자작나무 피치가 진흙으로 봉인돼있었으며, 이는 유기 물질이 봉인돼 보존됐다는 점에서 볼때 절대적으로 경이로운 발견이라고 설명했다.

슈뢰더는 또한 이번 발견이 병원균이 어떻게 퍼지고 진화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이들을 과거에 멸종시키게 했는지 등에 대해 알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과학자들이 병원체가 미래에 어떻게 행동할지 또는 어떻게 근절되고 억제될 수 있는지 예측하는 것을 도울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수천 년 된 자작나무 피치에서 추출한 aDNA는 인간 역사의 연구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본성에 대한 이해에도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고대의 껌 하나가 인류의 과거와의 육체적 관계를 증명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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