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는 개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국가 전반의 상태를 개선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다(사진=셔터스톡)
 

1989년 11월, 체코는 벨벳 민주화 혁명을 통해 당시의 공산정권을 붕괴시켰다. 그 이전까지는 누구라도 권위주의적인 정권에 반대 의사를 표명할 경우 박해를 받았지만, 수십만 명의 국민과 학생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어 최초의 민주 선거를 치르게 된 것이다.

라이베리아 역시 2003년까지 제2차 내전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인권을 유린당했다. 25만 명이 넘는 시민이 사망했으며 아동 수천 명이 전쟁 및 성적 노예로 팔려나갔다. 그러나 라이베리아 여성들은 '평화를 위한 여성 대중 행동(WOLAMP)'를 결성해 전쟁의 잔혹성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단체는 더 나아가 평화 회담이 열리는 가나 대통령궁에서 공개 농성도 열었다. 이는 평화 회담 대표단들이 협상을 마무리 지을 때까지 궁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만들었는데, 결국 평화 협상을 타진시키며 14년간의 내전을 끝낼 수 있었다. 단체는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된 엘렌 존슨 설리프의 당선에 중요한 결과를 이끌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는 모두 행동주의가 개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국가 전반의 상태를 개선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권리와 자유가 오랜 행동의 결과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볼 때 노예 해방이나 여성 참정권 등의 인권 신장은 모두 행동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행동주의의 핵심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젊은 운동가와 행동주의자가 기후 위기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는 시위가 폭넓게 벌어졌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조직을 짜고 집회를 계획, 정책 결정자들에게 직접 맞서며 기후 변화 및 환경 문제에 대한 회담을 주도해왔다. 스웨덴의 15세 환경 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해 스톡홀름의 의회 밖에서 기후 행동을 위한 파업 운동을 벌인 것은 가장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툰베리의 운동은 인근 국가로 전파되면서, 환경 운동 집회로 이어졌다.

메릴랜드대학의 사회학자 다나 피셔는 이와 관련해, 오늘날 시위대는 이전 세대들보다 더 규모가 크며 잘 조직돼있다고 평가했다. 종합과학저널 네이처는 특히 이 운동이 소셜 미디어와 언론에서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며,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피셔는 운동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은 매우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으며, 이는 운동에 더 많은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이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수백 만 명의 젊은 세대들은 투표권이나 기타 여러 인권 신장의 운동을 주도해왔다. 그리고 대규모 시위는 모두 한 가지 공통분모를 가진다. 바로 현재 자신들이 속한 국가로부터 권리와 정의를 쟁취하는 것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국민을 모른 척하는 정부에 책임을 묻고 즉각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변화를 이끌어야 할 필요성을 느낄 때 직접 집회나 시위, 그리고 행진에 참여한다. 

이런 의미에서 행동주의란 관습적이고 일상적인 것을 넘어서 원인을 대변하는 활동으로, 수천 명이 하나의 대의명분을 위해 함께 모여 변화를 열망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게리 앤더슨과 캐서린 헤르가 집필한 저서 '행동주의와 사회정의의 백과사전(Encyclopedia of Activism and Social Justice)'은 행동주의가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독재에 도전한 것부터 시작해 노예제 종식과 환경 보호, 노동 착취 방지, 인종 차별 반대, 그리고 평등 촉진에 이르기까지 많은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행동주의는 다른 많은 중요한 문제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 기존에 현상 유지되고 있던 것들을 바꾸고 소외된지역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행동주의는 또한 모든 사람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사회적 변화에 힘을 실어주는 집단적 참여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정부와 대화하려 하지 않고 집단적인 시위를 통한 항의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것일까? 이는 통상적인 불만 표출의 수단은 효과가 없는 반면, 비폭력 시위는 효과가 제대로 입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BBC에 따르면 비폭력 캠페인은 폭력적인 캠페인보다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두 배나 더 높다. 또한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3.5%가량은 시위로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응답했다.

감정적 강도와 사회적 내재성 같은 요소는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와 시위와 행진을 하도록 이끄는 주요 촉매제다(사진=셔터스톡)
 

사람들은 왜 시위를 하나

운동가들은 현재 체제에서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다루기 위해서 시위에 뛰어든 사람들이다. 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오해 중 하나는 매일 정부에 대한 불평불만만 한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잘못된 관점이다. 운동가들은 이미 오랫동안 제기돼왔지만 정부에서 그저 방치하고만 있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행진하며, 이를 당국에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것에 대한 대안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가져오려 노력하는 것이다.

2010년 진행된 '시위의 사회심리' 조사에 따르면, 감정적 강도와 사회적 내재성 같은 요소는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와 시위와 행진을 하도록 이끈 주요 촉매제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잭클라인 반 스테켈렌베르그 역시 분노를 동반하지 않은 시위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 정치지 포린폴리시는 시위가 전 세계에 정치적 사상을 물리적으로 제시하는 이들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아리스토텔레스조차도 인간은 모두 정치적 동물이며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는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결국 인간이라면 모두 운동가들이 싸우고 있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들이야말로 인간의 권리가 사회적으로 인정되도록 변화시키려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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