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현장설명회에서 강남 수준에 버금가는 3.3㎡ 당 623만원 공사 예가 제시
조합 “명품 마감재로 장기적 가치 높이고, 부담금 줄이는 게 최선” 설명

서울 강북의 알짜배기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한남하이츠 재건축 사업 시공자 후보가 현대건설과 GS건설로 압축된 가운데 조합이 현장설명회에 제시했던 공사 예가가 알려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1일 한남하이츠 재건축 조합은 현장설명회를 갖고 참여사들에게 공사비 총 3419억원을 넘기지 말고 사업제안서 제출을 요청했다. 공사 예가가 3.3㎡당 623만원인 셈.  

 

인근 재개발, 재건축 단지인 한남3구역(3.3㎡당 595만원), 반포3주구(3.3㎡당 542만원)를 훨씬 웃도는 금액으로 조합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이하 재초환)에 대비, 세액을 낮추고 단지 가치를 높여 장기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이익을 주겠다는 복안이었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 평균 3000만원 이상 개발이익을 얻게 되면 정부가 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거두는 제도로써 과도한 사익 침해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2019년 12월 27일 합헌결정이 났다.

 

▶ 초과수익환수제 대비한 공사비 책정이 대세

 

지난 12월 26일 마감한 한남하이츠 시공사 선정 입찰 결과, 입찰금액은 GS건설이 3287억원, 현대건설은 3419억원으로 132억원의 차이가 났다. 현대건설은 조합의 공사 예가를 딱 맞춰 온 반면 GS건설은 예가보다 132억원으로 낮게 써 온 셈

 

GS건설은 입찰금액을 132억원 적게 써냈다는 점을 홍보하며 조합원 표심을 끌어내고 있지만 현지의 반응은 냉랭하다.

 

재초환은 조합추진위원회 구성부터 입주까지의 집값 상승분과 조합운영비 그리고 공사비를 제외한 초과이익에 누진율을 적용해 부과하기 때문에 공사비는 세액 공제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입찰사 간 실제 공사비 차이는 약 66억원 수준으로 세대당 불과 1000만원 수준이기 때문.

 

오히려 이 회사는 인근 재개발 단지 수준의 마감재 적용으로 조합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아 좌불안석이다. 명품 마감재 사용으로 단지 프리미엄을 높이고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따른 부담금을 최소화 하려는 조합원들의 의중과 엇박자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남 하이츠' 시공권 확보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한 건설사의 공사비 관련 홍보 전단물 / 조합원 제공

익명의 조합 관계자는 "고급 마감재 적용이나 설계 차별화로 공사비를 올리면 재건축 이익이 줄어드는 반면 부담금 역시 적게 낼 수 있고 고급화 덕분에 준공 후 집값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며 "GS건설이 조합이 제시한 예정공사비와 같은 금액을 현대건설이 제안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지 못한 단견"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재초환이 적용되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단지 고급화를 위해 '국제현상설계공모'를 진행했고 잠실 우성1~3차, 잠실 진주, 개포주공5차 등 인근 재건축 단지들 역시 설계 공모를 통해 아파트 외관, 평면, 인테리어, 조경, 커뮤니티 등 단지 특화에 정성을 쏟고 있다.

 

▶ 현대건설, '한남더힐' 수준의 최상급 마감재 대거 적용.. 단지 가치 상승에 초점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측은 "조합의 공사 예가를 꽉 맞추더라도 한남더힐을 능가하는 랜드마크급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마음으로 최고급 마감재를 선택했다" 며 "무상특화제공 품목도 GS건설(약 483억원 추정) 대비 72억 정도 많은 555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현대건설은 한남더힐 대형평형에 적용한 독일 명품 주방가구인 불탑(Bulthap)을 한남하이츠에 적용했다. 또 GS건설이 제공하지 않는 'LG시그니처 올레드TV 65인치'도 제공한다는 계획. 보온과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창호의 경우, 현대건설은 이건창호(단열간봉+아르곤)를 적용하지만 GS건설은 일반 창호를 제안했다.  

 

이밖에도 현대건설은 조명기구로 이탈리아 포스카리니 제품과 스페인 비비아 제품을 사용하고, 이탈리아 제씨의 수전, 'LG시그니처' '삼성셰프 컬렉션' 등 최고급 냉장고 전기오븐 등 주방가전을 선택했다. 이에 비해 GS건설은 주방가구는 독일 애거스만, 수전과 도기는 미국 콜러 제품을 선택했고, 가전제품은 일반제품들로 구성하기로 했다.  

 

아파트 분양 현장을 오랫동안 경험한 한 재건축 전문가는 "주부들의 선택에는 주방가구 등 마감재의 영향이 크다"며 "명품 마감재 하나의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공사비 차액과 이를 비교하면 어느 것이 이익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목 좋은 한남하이츠가 고급아파트로 부활하면 높은 세율의 부담금이 물려질 것이 뻔한 상황이므로 그것을 감안해 조합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며 "강남의 최고급 아파트가 갖는 주거 조건을 실현함으로써 단지 가치를 높이고 장기적 차익을 높여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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