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종 이상으로 구성된 26만 7000여 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이 후쿠시마에서 살아가고 있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야생동물의 근황이 공개됐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해안에서 규모 9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이 쓰나미를 촉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는 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를 발생시켰다.

 

사고 3일만에 3개 원자로의 핵심 시설이 녹으면서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에서 7레벨에 상응하는 방사선 노출을 일으켰다. 당시 인근의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사능 위험으로부터 대피하기위해 집을 떠났다. 그러나 동물들은 그럴 수 없었다.

 

조지아대학이 원전 사고 이후 거의 10년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후쿠시마에는 현재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살고있다. 인간이 살지 않는 곳에서 다양한 개체수를 확보하며 번성한 것이다.

 

연구팀은 20여종 이상으로 구성된 26만 7000여 마리가 넘는 야생동물 사진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너구리부터 여우, 꿩, 마카크, 일본산토끼, 멧돼지 등이 포함됐다.

 

공동 저자 제임스 비즐리는 이와 관련해 "원자력 사고 이후 이 지역 내 야생동물의 상태에 대한 일반 대중과 과학계 사이에는 갖은 의문과 추측이 무성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방사선 오염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대피 지역에는 다양한 종의 동물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최초의 증거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야생 생물학자인 비즐리는 일반적으로 인간과 충돌하는 종들은 대부분 카메라에 잡혔다고 설명했다. 에를 들어 멧돼지의 많은 개체수가 그 것으로, 이는 사람들이 지역을 대피한 후에도 여전히 이들의 존재는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를 위해 비즐리와 동료팀은 3곳의 영역을 선택, 총 106개의 카메라를 설치해 사진 데이터를 수집했다.

 

설치 후 120일 만에 멧돼지 사진 4만 6000장 이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금지 구역에서 7000장, 제한 구역에서 1만 3000장, 무인 지역에서 2만 6000장이 수집됐다.

 

제한 구역과 무인 구역 모두에서 개체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 종들은 일본원숭이를 비롯한 일본담비, 너구리 등이었다.

 

연구의 일부로 참여한 후쿠시마대학 환경 방사능 연구소의 토머스 힌튼 교수는 이번 연구가 야생동물 개체군에 대한 방사능 영향을 조사했다는 점에서 과학계에 크게 기여한다고 자평했다.

 

이전에도 연구가 진행됐었지만 개체수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특정 동물에 대한 방사선의 영향에 집중됐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비즐리는 활동 시간과 도로까지의 거리, 초목 유형, 고도, 스탬프 및 카메라의 날짜와 시간 등과 같은 변수들이 영향 측면에서 평가됐다고 덧붙였다. 서식지 역시 종의 유형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또한 방사선 수준이 아니라도, 인간 활동 수준과 서식지 유형 및 고도 역시 마찬가지로 해당 지역에서 평가된 동물의 번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종의 활동 패턴이 그들의 행동 패턴 및 이전 이력과 일치하기 때문으로, 예를 들어 야행성 너구리는 밤 동안 더 활동적이며 반면 꿩은 낮 동안 더 활동적이었다.

 

또 사람이 사는 지역 내 멧돼지는 무인 지역에 비해 활동성이 낮았다. 이는 멧돼지가 인간의 부재나 존재에 따라 행동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만 이같은 활동 패턴의 예외로는 일본산양이 있었다. 이 동물은 보통 인간과 멀리 떨어져 지내지만, 카메라 영상에서는 사람이 사는 시골의 고지대에서 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들이 대피 지역에서 멧돼지 개체수가 증가하자 이를 피할 목적으로 이같은 행동 조정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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